우리는 서로 가까이 할 수 없는 운명

법주사가 김정길씨 후임으로 5교구신도회장으로 지목하는 인물은 김현배씨(도시개발(주) 대표이사·전 국회의원)다. 그러나 김정길 김현배는 서로 원초적인 불신을 갖고 있다. 설령 둘이 아니라고 부인해도 주변에선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지난 4월 중순쯤 도공주지와 김정길회장은 청주관광호텔 커피숍에서 후임자 문제로 얘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김회장은 김현배씨를 제외하곤 어떤 인물도 신도회활성화에 기여할수 있다면 후임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김회장은 이에 대해 “나보고 후임회장을 추천하라고 하는데 여러 부담 때문에 거절했다.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후임을 결정하면 얼마든지 따르겠다고 말했다. 특정인에 대해 불가의사를 밝힌 배경은 굳이 얘기하지 않더라도 많은 불자들이 그 이유를 알 것이다.

주지스님도 그 이후 몇차례 내가 거부의사를 밝힌 인사에 대해 절대 신도회장을 안 맡길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입장이 바뀌었는지 궁금하다. 차기 신도회장에 대해서도 주지 본인이 말할 처지가 못 된다며 후임이 결정될 때까지 나보고 계속 맡으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무시하지 않는갚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역신도회장은 법주사 허 찌른 격

그러나 이에 대해 23일 총회에서 도공주지가 밝힌 내용은 좀 달랐다. 도공주지는 “김정길씨에게 아무 사감도 없다. 후임문제로 만나 얘기하면서 그(김)에게 5교구신도회 고문직을 제의했고, 추천하는 사람을 회장으로 앉히겠다고까지 했다.

그런데 모두 거절했고, 얼마전엔 본사(법주사)와 협의도 없이 충북광역신도회장에 앉았다. 주지인 나에 대해 과격한 발언(협박)을 하고 이번 총회와 관련해서도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는등 종교인으로서 도리에 어긋나는 행위를 했기 때문에 김씨에 대해 자격정지를 시켜 종단에 보고했다”는 취지의 말을 남겼다. 그러나 광역신도회장과 관련해선 김정길회장측은 모든 절차를 준수해 법주사측에도 사전통보했고 공문 등 근거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불교계 주변에선 법주사가 광역신도회를 가볍게 여겼다가 허를 찔렸다고 평가한다.

현재 도내에는 광역 개념의 두 개 신도회가 운영되고 있는데 하나가 지난 5월 7일 중앙신도회와 전국신도회의 통합으로 개편한 충북광역신도회이고, 다른 하나는 법주사를 본사로 충청권의 70여개 말사·암 신도회가 참여하는 5교구신도회다. 이중 광역신도회는 지난 7월 15일 개편대회를 열고 김정길씨를 만장일치로 초대 회장에 선출했다. 광역신도회와 5교구신도회 구성원은 서로 겹칠 수 밖에 없다.

김현배씨 이미 후임 내정

김회장측이 도공주지를 협박했다는 얘기는 지난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파일을 앞두고 행사준비모임 성격인 청주 청원 사암연합회가 4월 12일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 김현배씨가 5교구신도회장이 됐다고 발표된 것이다. 이 때는 도공주지가 취임하기 전으로, 이미 법주사측에 의해 김현배씨가 후임회장으로 내정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일부 반대에도 불구, 법주사는 며칠 후 있을 주지취임식에서도 김현배씨가 축사하는 것을 전제로 팩스로 축사 예문을 보내는 등 후속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법주사 관계자는 “갑자기 김현배씨한테 집착하는데 그 이유를 몰랐다. 그러면 안 된다는 만류도 있었지만 도공스님의 뜻이 워낙 강해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당연히 현직 회장을 맡고 있던 김정길씨측이 발끈했고, 이에 법주사측은 총무스님과 사무장을 보내 설득하기에 나선다. 이 자리에서 김회장의 격한 발언이 쏟아졌고, 8월 23일 총회에선 이에 대한 법주사측의 성토가 이어졌다.

김회장측은 이에 대해 “갑자기 엉뚱한 사람이 들어와 집을 내노라는 격인데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겠나. 그러잖아도 주지스님이 바뀌는 마당이라 5교구신도회장에서 물러나려 할 참이었는데 되레 뒷통수를 맞았다. 절차를 무시한 편법을 절대 수용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김현배씨의 축사는 무산됐고, 김정길씨는 5교구신도회장 자격으로 취임식에 참석했다. 지명스님이 수행을 위해 태평양 돛단배 횡단에 오를 때도 김정길씨가 교구회장 자격으로 배웅했다는 것이다.

주변 여론은 “둘다 탐탁치 않다”

김정길씨와 김현배씨의 악연은 오래전 청주불교방송과 관련해서도 노정됐다. 김정길씨가 청취자위원으로 영입되려하자 김현배씨측이 반발, 무산됐다는 것. 이 때 김정길씨는 불교방송 인수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한편 김현배씨는 23일 총회에서 기자와 만나 “아직 회장이 아닌 상태라 가타부타 언급하기가 부적절하다. 다시 절차에 입각한 대의원 총회를 열어 신임회장을 선출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법주사가 본인을 후임회장으로 내정한 것에 대해 “주지스님이 나를 추천하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선출권은 대의원총회에 있다”고만 밝혔다.

김현배씨는 지난 주지선거 때 도공스님과 경합한 각현스님의 청주상고 26회 동기다. 법주사의 5교구신도회와 관련 이들 두사람이 갈등구조를 비쳐지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둘다 탐탁치 않다”는 입장을 보여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불교계에선 도공주지와 김정길씨가 갈라서게 된 결정적 이유에 대해서도 궁금해 한다. 일부에선 지난번 주지선거 때의 역학관계를 의심하지만 당시 김회장은 선거에 관여하지 않았다는게 교계의 중론이다. 도공주지는 사석에서 지난번 양길승사태에 연루돼 조사를 받다가 변호사법 위반으로 구속된 김정길씨의 도덕성을 거론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김정길회장측은 “법주사와 주지가 김현배씨한테 집착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며 그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