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백년대계/ 엄경출 충북교육발전소 사무국장

“내년도 어린이집 보육대란 오나?” ‘보육대란’이라는 무시무시한 제목으로 최근 언론에서 다루고 있는 누리과정예산 관련한 기사이다. 유아를 두고 있는 부모들은 불안하다. 누리과정 예산에 관심이 갈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누리과정 예산 무엇이 문제이고, 누가 책임져야 할까?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현행법으로 보면 유치원은 교육부 산하이며,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산하이다. 관리주체가 다르다. 그런데 누리과정을 하면서 어린이집을 교육부가 책임지고, 시·도교육청이 관리하도록 했다. 보육기관인 어린이집을 교육기관인 시·도교육청이 관리하는 것이 맞느냐의 문제부터 생긴다. 또 법이 어겨지고 있으니 이것도 논쟁꺼리다.

누리과정은 2012년 박근혜정부 들어와서 시작되었다. 박근혜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다. 정부가 책임져야하고, 책임지겠다고 한 사업이다.

그런데 내년도 누리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정부가 2016년도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4조원이 넘는 금액이다. 그러면서 시·도교육청에는 의무경비로 지출하라고 하고 있다. 의무경비 지출이란 교육청 예산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반드시 집행하라는 것이다. 누리과정 예산은 한푼도 주지 않으면서 누리과정 예산은 꼭 집행해라?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렇다고 시·도교육청이 돈이 남아도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지방교육재정 구조를 잠깐 보자. 시·도교육청 예산은 거의 대부분 정부와 지자체에서 내려주는 돈으로 운영된다. 외부의존수입(교부금, 지치단체전입금)이 전체 수입의 91.1%를 차지한다. 그 중 90.9%(48조4천억원)는 교직원인건비, 학교신증설비, 학교운영비, 지방채상환등 정해진 곳에 써야하는 경직성 경비이다. 교육청의 계획하에 쓸 수 있는 가용재원은 10%(4조8천억원)가 채 안된다. 그중에 어린이집 지원액만으로도 약 2조원(가용재원의 42.3%)규모이다. 현재의 재정상황에서 시·도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쓴다면 초·중등 학교교육에 쓸 돈 절반이 사라지게 된다. 그 결과는 학교교육의 황폐화로 이어질 것이다.

전국의 많은 시·도교육감들이 누리과정예산을 편성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내년도 누리과정은 파행이 예상된다. 보육대란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시·도교육감의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 결정은 초·중등 학교교육을 살리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학교교육의 파행을 뻔히 알면서도 정부 책임을 대신 져서는 안된다. 그것은 교육자치 수장인 교육감으로써의 책무를 져버리는 일이다.

내년도 보육대란을 막는 해법은 명확하다.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세워 시·도교육청에 내려주면 된다. 하지만 정부는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육대란이라는 키워드를 무기로 학부모들을 불안하게 할 것이며, 그것을 이용하여 시·도교육청과 교육감을 압박할 것이다.

보육대란, 누리과정 파행의 책임은 박근혜정부에게 있다. 학부모들은 이제 보육대란의 불안을 만드는 정부에게 비판과 요구의 화살을 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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