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학예연구관 "활자 위조 또는 분석 결과 신뢰못해"

 

남권희 경북대 교수가 '증도가자(證道歌字)'라고 처음으로 밝힌 활자는 '증도가자'가 아니란 주장이 또다시 제기돼 위조 논란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이재정 학예연구관은 지난 14일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도서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국서지학회 추계 공동학술대회에서 남 교수의 '증도가자 위작 시비에 대한 반론' 주제 발표에 이같이 반박했다.

이 연구관은 남 교수가 책임연구원을 맡아 경북대 산학협력단이 주관·작성한 '증도가자 기초학술조사연구'(2014년 국립문화재연구소)에 대해 "보고서의 조사 또는 서술 내용은 증도가자 또는 고려활자(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제외)임을 입증하지 못했고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관은 '法(법)' 자의 표면을 긁어 금속 성분을 분석하는 파괴분석 결과와 관련해 "'법' 자의 성분 구성 중 2.62% 나온 Tc(테크네튬·원자번호 43)는 인공적으로 만든 최초의 원소로 자연계엔 거의 존재하지 않고 이 원소가 나온 건 이 활자가 위조된 것이든지 아니면 이 분석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고 위작을 주장했다.

이어 "중앙박물관 활자는 조선시대 활자이므로 비교 자료로서의 유용성이 떨어지며 활자 성분에 필수적으로 포함되는 Pb(납)이 포함되지 않는 등 성분 내용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Tc는 1937년 처음으로 만들어진 인공 방사성 원소로, 백금과 비슷하게 생긴 은회색 방사성 금속이다.

이 연구관은 서체 분석과 관련해서도 "증도가 번각본은 증도가 원본의 형태를 거의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는 게 이 활자들이 증도가자란 주장의 전제가 돼야 하는 데, 그렇지 않다면 증도가자의 실체를 알 수 없는 것이며 조사 대상 활자가 증도가자라고 말할 수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남 교수가 '증도가자' 진본으로 내세웠던 결정적인 근거인 방사성 탄소연대 분석에 대해서도 이 연구관은 "먹의 탄소연대 분석이 활자의 제작 연대를 파악하는 데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고, 탄소연대 분석 활자 22점 중 8점(32%)에서 활자 또는 먹의 제작 연대로 추정하는 12~13세기와 일치하지 않는 분석 결과가 나왔음에도 어떤 설명 없이 고려시대 활자란 결론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관은 "남 교수가 중앙박물관 소장 '복(山+復)' 활자도 증도가자라고 주장했지만 '복' 활자와 '증도가자'는 형태와 글자 등에서 일치하지 않는다"며 "중앙박물관 활자를 근거로 조사 대상 활자를 증도가자라고 한 후 이 활자가 증도가이기 때문에 '복' 활자도 증도가자라고 주장하는 명백한  순환논증의 오류"라고 비판했다.

남 교수는 이날 "증도가자는 목판 번각본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에서 해당 글자를 뽑아 대조하면 쉽게 유사성을 알 수 있는 데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검증되지 않은 서체 비교 프로그램을 이용했다"고 주장하면서 '증도가자'는 진품임을 거듭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충남 부여군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서 열린 (사)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의 42회 추계 국제학술대회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강태이 공업연구사는 '금속활자의 법과학적 분석 방법 고찰'이란 주제 발표에서 청주 고인쇄박물관 소장 '증도가자' 3점 등 7점을 컴퓨터 단층 촬영 등을 통해 분석한 결과 위조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했다.

강 연구사의 이날 발표가 파문을 일으킨 것은 남 교수가 서울 다보성고미술관이 문화재 신청을 한 101점의 활자와 함께 청주 고인쇄박물관 소장 활자가 '증도가자'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남 교수는 14일 한국서지학회 추계 학술대회에서 강 연구사의 분석 결과를 반박했다.

그는 2010년 9월 다보성 소장 금속활자가 '증도가자'라고 발표해 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다보성 측은 이들 활자에 대해 문화재 지정 신청을 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조사단(고려금속활자 지정조사단)이 현재 활자 분석을 어느 기관에 의뢰할 것인지와 구체적인 일정 등을 협의하고 있다"며 "문화재 지정 신청 활자 재조사에 대해선 소장자의 동의를 얻었다"고 밝혔다.

증도가자는 불교 서적인 '남명천화상송증도가'를 인쇄한 금속활자다. 지금 논란의 중심에 선 금속활자가 증도가자로 최종 판명되면 현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1377년)보다 적어도 138년 이상 앞서는 금속활자로 인정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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