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초입 같던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서 곧 돌아올 겨울방학을 생각하니 걱정이 앞선다. 엄마, 아빠가 나가고 나면 마땅히 맡길 데가 없어 급하면 친정식구들을 동원하고, 그도 여의치 않으면 둘이 있게 될 아이들 때문이다.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급격히 증가해 기혼 여성의 50% 가까이가 사회참여를 하는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예나 지금이나 자녀양육의 몫은 여성 것으로 여겨지다 보니 이렇게 방학 때만 되면 더더욱 어미 노릇을 제대로 못하는 것 같은 죄책감에 가슴이 답답하고 아려온다.
청주에도 초등학생 중 2만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맞벌이부부의 자녀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는데 이 엄마들이 모두 나 같은 심정이 아닐까 싶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저소득지역의 아이들은 학교가 파한 후에 또래끼리 몰려다니거나 혼자 지내야 하니 학습지도나 생활지도는 물론 몸이 아플 때에도 아무런 대책도 없이 혼자 견뎌야 하는 경우가 많다.
또 이런 아이들은 방과후에 적절한 놀이공간이나 학습공간을 찾지 못하고 방임상태에 놓여 있다보니 목적 없는 생활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비행의 길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현재 청주시에는 15개 시설에 330여명의 아동만이 방과후 보육사업의 혜택을 받고 있다.
이는 맞벌이 부부의 자녀들을 제외하고라도 결식아동 및 빈곤지역의 방임아동 수에 턱없이 모자라는 형편이다. 세계적으로 그 도시가 얼마나 살기 좋은 도시인가를 평가할 때 그 기준은 여성과 아동의 삶의 질이 얼마나 향상되었는가가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주 얼바인 시는 미국에서 여성들이 가장 살기 좋은 도시, 가장 안전한 도시, 가장 보육시설이 잘되어 아이 키우기에 적합한 도시로 선정되었다.
그 도시는 여성정책업무를 전담하는 부서도 없었지만 “능력 있고 일하기 원하는 여성, 아이를 안전하게 제대로 키우고 싶은 여성들의 희망을 배척하지 않는다” 는 원칙을 고수하였으며, 남녀가 평등하고 인종차별이 없이 살수 있는 도시, 가족 친화적인 도시를 목표로 하고 있고 인간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다 보니까 결과적으로 사회적 약자인 여성과 아동, 노인이 살기 좋아진 것이라고 한다.
또한 시청의 국장급 이상 여성비율이 절반을 넘고 상공회의소 직원의 70%이상이 여성일 정도로 여성의 정치, 관계 진출이 활발하다보니 시청 내에 양육 부서까지 설치해 교육프로그램도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 얼바인 시는 세계적으로 살기 좋은 모범 도시로 성장하였으며, 굴지의 기업들이 투자하고 싶어하는 도시가 됨으로써 경제적 안정을 이룬 도시로 알려져 있다.
이를 볼 때 지방자치단체가 능력 있는 여성들이 안심하고 사회참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은 보육시설의 확충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지원만이 방치되어 있는 수천명의 아이들을 제대로 자라나게 하는 길이며 장기적으로는 지역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구김살 없이 자라고, 여성들이 안심하고 사회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한시라도 빨리 방과후아동보육조례가 제정돼야 한다.
그것이 교육도시 청주의 이름값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또 동시에 청주가 미국의 얼바인 시처럼 살기좋은 도시가 되는 필요충분 조건이다. 아이 걱정 안하고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책임지는 자치단체, 그것이 내가 청주시에 간절히 바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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