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속 세상/ 신중호 우진교통 운전기사

시내버스는 승객이 하루 종일 수도 없이 타고 내리기를 반복 한다. 근무 여건이 이러다 보니 승무원이 아무리 조심을 하여도 차안에서 안전사고는 불가피 하다. 몸이 많이 불편 하신 분은 승차할 때부터 표시가 나서 조심하지만 보통의 경우는 승차 후 출입문이 닫히면 차를 출발시킨다. 이 시간이 약 2~3초정도 소요된다.

회사에서 시행하는 안전교육에서는 승객이 자리에 앉을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 한 이야기다. 교육내용대로 다 지키면 청주시내에 시내버스는 아마도 제시간에 다니는 차량이 없지 않을까 싶다. 근무여건이 이러니 교육을 해도 교육에 맞추어 운행은 불가능하고 상황에 맞게 눈치껏 운행 할 수밖에 없다. 오늘 퇴근시간에 바쁘게 운행을 하던 중 재미난 일이 있었다.

정류장에 차가 정차하고 승객이 무리지어 승차 하던 중에 아주머니 한분이 눈에 들어왔다. 언뜻 보아도 몸이 조금 불편해 보인다. 어렵게 계단을 올라서서 카드를 찍더니 뒤로 들어가면서 “움직이지 마! 가만히 있어!”라고 소리를 친다.

무슨 소리인가해서 뒤를 돌아봤다. 아주머니가 의자를 붙들면서 한 칸 한 칸 이동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씩 웃음이 났다. 의자도 붙들었고 승객도 승차가 끝나서 문을 닫는데 또 한 번 들려온다. “움직이지 마! 가만히 있어!” 뒤를 돌아보니 아직 앉지 못했다.

하루에 수없이 승객을 태우고 내리주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몸이 불편해도 아무 대응 없이 승차하다가 안전사고가 나면 손님도 승무원도 모두가 불이익 일텐데, ‘흔들리는 차에서 중심 잡을 자신이 없어서 미리 이야기를 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고맙기도 하고, ‘흔들리는 차에서 얼마나 힘들었으면 소리를 칠까?’ 하는 생각에 출발 하지 않고 기다렸다. 차가 출발을 하지 않아서 인지 몸이 불편한 분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인지 학생이 자리도 양보해 준다. 아주머니의 말 한마디로 모두가 해피엔딩 이다.

몸이 불편하신 손님이 차에 오르면 승객이 내릴 때 까지 계속해서 시선이 간다. 하차 시 안전하게 내릴 때 까지 시간을 벌어 줘야하기 때문이다. 얼마쯤 갔을까 일어서서 벨을 누르더니 “움직이지 마! 가만히 있어!” 같은 말이 나온다.

또 미소가 지어진다. 그야말로 말이 필요 없는 확실한 방어 이다. 승객이 저렇게만 해준다면 안전사고는 많이 줄어들 것이다. 아주머니처럼 소리칠 용기가 없으면 승차하면서 승무원에게 “아저씨 자리에 앉을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이렇게라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먼저일까? 승객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소리치는 것이 먼저일까? 아니면 여유로운 운전으로 소리칠 일이 없게 만드는 것이 먼저일까? 답은 물어보나 마나 뻔하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청주시에도 준공영제가 시행된다고 매스컴에 방송이 나온 후 현장에서 승무원들 간에 이런 말 저런 말이 많이 오고간다.

“시간표가 바뀐데?” “시간은 여유롭게 주려나?” “단일노선제 한 대?” 등등 말이다. 시민의 편리를 위해 시행되는 준공영제. 향후 10년을 바라볼 때 약 5000억이나 소모되는 큰 정책이니 만큼 본연의 뜻에 맞게 시민에게는 정시성, 안전성, 친절성이 자리를 잡아야 하고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는 보다 나은 근로조건과 고용의 안정이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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