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상당구청 같은 건축가 설계 화제…정용현 선엔지어링 부사장
메이저 업체 다수 참여, 독창적 디자인으로 치열한 경쟁 뚫고 당선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 효촌리에 조성될 상당구청사 모습이 결정됐다. 지하 1층 지상 5층(연면적 1만9382㎡)으로 지어질 청사에는 민원실과 사무실은 물론 지역민이 이용할 수 있는 다목적 문화공간도 갖추게 될 것이라는 게 청주시의 설명이다.

새롭게 지어질 상당구청사의 모습은 현상설계공모를 통해 정해졌다. 청주시는 지난 5일 청주시청 대회의실에서 상당구청사 건축설게공모 심사위원회를 열어 지역 업체인 ㈜선엔지니어링의 출품작을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청주시의 당선작 발표로 화제의 인물도 등장했다. 바로 정용현(54) 선엔지니어링 부사장이다. 정 부사장이 화제가 된 이유는 청주시가 건설한 2개의 상당구청을 모두 설계한 사람으로 기록됐기 때문이다.

▲ 정용현 선엔지니어링 부사장이 1995년 건설한 전 상당구청사(현 청원구청사)와 내년에 착공할 신 상당구청사를 모두 설계해 화제가 되고 있다. 전 상당구청사는 한옥 문살에서 신 상당구청사는 상당산성 공남문에서 외형을 착안했다.

구-한옥 문살, 신-상당산성에서 착안

콘크리트 건축물의 수명이 100년이라는 점에서 같은 기능과 목적, 같은 이름의 건물을 한 사람이 모두 설계한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공공기관으로서는 전국에서도 전무후무한 일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건축사인 정 부사장은 1993년 선엔지어링에 입사했다. 충북대를 졸업한 정 부사장은 당시 서울에 있는 정림건축에 근무했다. 당시 정림건축은 건축사들이 선망하던 직장으로 전국 최고의 실적을 올리던 곳이다. 정림건축에 근무했다는 것만으로도 실력을 인정받던 시절이었다.

잘나가던(?) 그가 고향 행을 결심한 계기는 결혼이다. 결혼과 함께 선엔지니어링에 인연을 맺은 그는 이듬해인 1994년 청주시가 실시한 상당구청사 현상설계공모에 팀장으로 참여하게 된다.

“청주에 내려온 후 가장 큰 공모였다. 이번과 달리 지역업체들만 참여했다”고 그때를 기억했다. 당당히 당선된 그의 작품-그는 혼자가 아닌 팀의 작품이라고 강조한다-은 한옥의 문살에서 영감을 얻었다. “유심히 보면 알겠지만 건물 전면의 위와 옆 가장자리에 가로와 세로 문살의 형상이 담겨있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건축물은 시대를 반영한다. 1994년 무렵 새롭게 건설되는 공공기관 건축물의 특징은 한마디로 ‘탈권위주의’였다. 건물의 무엇으로 탈권위주의를 표현할 수 있을까. 정 부사장은 “이전에는 세로로 된 수직창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상당구청은 수평창(일명 띠창)을 통해 권위주의적인 상하관계를 벗어나 수평적이고, 민원인들이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공청사 설계의 변화상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다. “2000년대 초반에는 커튼월 방식이 유행했다. 열린 청사의 이미지를 주기 위해서다. 업무의 투명성 등을 상징한다”며 “현재는 세종시청사처럼 꾸불꾸불한 비정형건축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커튼월이란 외벽을 유리 등으로 마감한 것을 말한다. 청주에서는 충북경찰청사(주성동)가 대표적인 커튼월 방식의 건물이다. 이 건물 또한 정 부사장이 팀장으로 설계한 작품이다.

30년간 건축사로 활동한 정 부사장에게 가장 의미가 있는 건축물은 어떤 것일까. “예전 청사들은 대부분 사무실과 민원실 중심이다 보니 건축사 개인의 생각이 반영될 여지가 많지 않았다. 내 생각을 많이 반영할 수 있었던 충북교육과학연구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설명했다.

1999년 개관한 충북교육과학연구원도 현상설계공모를 통해 진행했다. 1997년 진행한 공모에서 정 부사장의 출품작 테마는 과거-현재-미래의 소통이었다. 입구가 뻥 뚫린 형태는 이번 상당구청사 당선작과도 공통적인 부분이다. “충북교육과학연구원은 크게 전시와 연구공간으로 나눠졌다. 전시는 과거의 일을 보여주는 곳이고, 연구는 미래를 위한 일이다. 그 공간을 잇는 공간을 광장으로 표현했다. 찰나적 현재를 표현한 것.”

▲ 새롭게 지어질 상당구청사 투지도. 상당산성 공남문을 형상화했다.

“토박이, 지역 잘 아는 덕 봤다”

 

효촌리에 건설될 신 상당구청사 설계는 건축의 3요소로 불리는 구조(튼튼함)‧기능(편리함)‧미(예술성)에서 합격점을 받는 것은 물론 스토리텔링까지 더해지며 다른 응모작과 구별됐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설계의 핵심은 통문(通門)이다. 건물 중앙에 시원하게 뚫린 공간을 통해 상당구가 한 눈에 들어온다. “상당구의 지역성을 살리는 위해 고민하다가 상당산성을 떠올리게 됐다. 상당산성 공남문과 진동문의 형상과 문이 주는 상징성도 청사에 걸맞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문은 통합 후 행복한 미래로 향하는 통로가 된다는 것이 정 부사장의 설명이다. 그 외에도 ‘용두사지 철당간’ ‘대청댐’ 등 상당구의 풍경을 담아냈다.

그는 또 “요즘 들어서는 외관보다는 기능과 환경 등 건축의 본질에 충실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상당구청사 설계에는 에너지 효율과 환경 친화적인 요소들을 반영했고, 업무의 효율성과 구민들의 편의성 등을 설계의 중심에 뒀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모에는 메이저 업체로 불리는 서울 소재 대기업들이 여럿 참가했다. 대기업과 지역업체가 컨소시엄을 통해 공동 참여하는 형태다. 5개 출품작 중 유일하게 선엔지니어링만 지역업체가 단독으로 출품했다. 정 부사장은 “토박이다보니 다른 업체보다 지역을 잘 알고, 지역 밀착적인 제안을 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게 된 것 같다”고 자평했다.

상당구청사는 내년 하반기에 착공해 2018년 준공 예정이다. 정 부사장이 설계한 두 번째 상당구청이 태어나는 것이다. “공모에 참여할 때는 경쟁작 중 우리 작품이 가장 좋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제출낸다. 하지만 세 번 중, 두 번은 떨어진다. 한번 붙은 작품도 건물로 짓고 나면 그때의 자신감은 사라지고,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그때마다 ‘다음에는 잘 해야지’ 다짐한다”고 설명하며 “예전 상당구청보다는 이번에 건설될 상당구청이 여러모로 더 좋지 않겠냐”고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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