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도가字 위조’ 발표에 논란가열···문화재 지정 안되는 이유 무엇일까
고인쇄博 활자 7개 전시 못하고 수장고에, 금속활자 복원사업 문제없나

▲ 지난 2010년 11월 청주대에서 증도가자에 대해 발표중인 남권희 교수. 컴퓨터 화면에 떠있는 것이 증도가자라고 알려진 금속활자. 사진/육성준 기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의 증도가字 위조 발표로 충북지역사회가 여전히 혼란스럽다. 증도가字는 고려의 불교서적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1239년’를 인쇄한 금속활자다. 지난 2010년 처음 존재가 알려진 이 활자는 총 109점. 다보성고미술관이 101점, 국립중앙박물관이 1점, 청주고인쇄박물관이 7점을 소장하고 있다.

국과수는 최근 고인쇄박물관 소장 7점(고려활자 4점, 증도가자 3점)에 대해 위조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을 내려 충격을 주었다. 청주시민들은 고인쇄박물관이 청주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더 특별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항간에는 박물관 직원 모 씨가 증도가자 진위여부를 국과수에 밝혀달라고 하면서 조사가 시작됐다는 얘기들이 떠도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 조사를 담당했던 강태이 국과수 연구사는 문화일보와 인터뷰에서 조사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본래 증도가자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감정을 시작한 게 아니었다. 2012년부터 3년 동안 국과수 디지털분석과에서 자체 개발 연구중이었던 ‘서체 비교 프로그램’의 마지막 테스트로 증도가자와 증도가 번각본 서체를 비교해 이 프로그램의 최종 보고서를 작성키로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자체 필요에 의해 조사를 하게 됐다는 것이다.

 

국과수 “덧칠과 땜질 흔적 있다”

그래서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고려활자 1점과 고인쇄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7점을 증도가 번각본과 비교하기 시작했다는 것. 번각본은 이미 인쇄된 서적을 보고 다시 판을 새겨 찍어낸 책을 말한다. 분광비교분석기를 이용해 특수광 사진을 찍어 분석한 결과 활자 앞면에서 먹물을 덧칠한 흔적과 뒷면에서 땜질 흔적을 발견했다고 한다.
 

지난 10월 31일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에서 주최한 추계학술대회에서 강 연구사는 “국과수에서 자체 개발한 서체 비교 프로그램을 사용해 서체분석을 했고 진직도, 성분분석, 밀도분석 등의 비파괴분석을 시행해 과학적 분석을 시행했다”고 말했다. 이 결과 국과수는 “고인쇄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증도가자 등 고려활자 7개에 대한 3차원(3D) 금속 컴퓨터단층촬영 결과 인위적인 조작 흔적을 발견했다. 고려시대 전통적 방식의 주물기법에 의해 제작된 활자는 아니고 위조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금속활자를 주조할 때는 안팎을 따로 만들지 않기 때문에 균일한 이중단면이 나올 수 없는데 금속 컴퓨터 단층촬영 결과 7개 활자의 가로와 세로 단면에서 외곽을 균일하게 둘러싼 또 하나의 단층이 추가로 포착됐다는 것이다. 수백년에 걸쳐 부식된 것처럼 꾸미기 위해 외부를 다른 물질로 감싼 것이라는 얘기다. 또 수(受)와 반(般) 등 두 활자 뒷면에서는 땜질한 것 같은 흔적도 발견했다고 밝혔다.
 

고인쇄박물관이 증도가자라고 알려진 활자 7개를 소장하게 된 것은 2010년 조선왕실주조 금속활자복원사업을 하게 되면서. 책임연구원으로 이 사업을 진행했던 남권희 경북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다른 자료와 함께 활자를 구입했다. 활자는 한 개당 1200여만원으로 모두 8000여만원이 들었다. 이 사업 전체예산은 4억여원으로 알려졌으나 사실은 30억여원에 달하는 매우 큰 보조사업으로 밝혀졌다. 박물관 관계자는 “이 사업은 2007~2010년 4년 동안 진행됐고 총 30억여원에 달하는 예산이 들어갔다. 활자를 구입했던 2010년 예산이 4억여원 이었다”고 말했다.
 

이 때 남 교수가 학술적 고증을 맡았고, 임인호 금속활자장이 45종의 금속활자를 복원했다. 국과수가 가짜라고 밝힌 증도가자는 이후 박물관 4층 상설전시실에 전시돼 있다가 국과수가 조사를 위해 대여요청을 하면서 잠시 자리를 비웠다. 하지만 이 활자들은 가짜파문이 일자 현재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고 수장고로 들어갔다. 비싼 돈을 주고 산 활자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수장고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남 교수, 반론 준비

남 교수는 지난 31일 국제학술회의에서 “국과수 발표는 활자 주물방식과 고대 유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나온 결론”이라며 “고대 청동유물의 부식상태를 보면 다른 금속과 달리 내부에서부터 부식되는 경향이 있다. CT상 나타나는 활자 이중현상은 표면과 내부의 밀도차이에서 오는 현상”이라고 반박했다.

남 교수는 2010년 8월 고인쇄박물관에 활자 7개를 구입했고 이어 같은 해 9월 1일 서울 다보성고미술관에서 처음으로 증도가자의 존재를 알렸다. 남 교수는 연구자이고, 남 교수에게 감정을 의뢰한 사람은 김종춘 다보성고미술관 대표. 남 교수는 당시 다보성미술관이 소장한 증도가자 12점이 증도가를 찍은 진품이라고 발표하고 현재까지 이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자 고미술품 수집가인 김 씨는 2011년 10월 문화재청에 증도가자 국가지정 문화재 신청을 했다. 문화재위원들간 이견으로 현재까지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이긴 하지만 이런 일련의 일들이 연관성있게 이뤄진 일이 아닌가 의심하는 시각들이 있다. 하지만 정작 문화재 신청은 본인이 아닌 부인 이 모씨 이름으로 한 것으로 알려져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떠돌고 있다. 모 씨는 “4년째 문화재 신청이 이뤄지지 않은 걸 보면 알 수 있지 않나. 진품이라면 벌써 지정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014년 ‘증도가자 기초학술조사’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109개 금속활자를 대상으로 검증한 결과 62개가 진품 증도가자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문화재청 산하기관. 그러나 이 연구용역은 경북대 산학협력단에서 수행했고, 책임연구원은 남 교수였다. 모 씨는 “여러 학자가 참여했다고 하지만 남 교수가 책임자 였다는 사실에 믿을 수 없다는 여론들이 있다. 다보성고미술관 소장 활자를 감정한 사람에게 이를 연구하라는 용역까지 맡긴 것은 결과적으로 한 사람이 좌지우지 하도록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가하면 남 교수 팀이 고인쇄박물관 소장 증도가자를 구입할 때도 남 교수가 감정에 참여했다는 얘기들이 있다. 다른 학자 2~3명이 더 참여했다고 하나 보조사업을 진행했던 사람이 감정까지 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뒷말들이 나오기 충분하다는 것이다.
 

한편 증도가자와 관련된 각종 토론회와 학술대회 등에서 진품이라고 주장했던 청주시 학예연구사 A씨는 “진짜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다. 한국서지학회가 14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학회를 여는데 남 교수가 반론을 제기할 것이다. 문화재연구소에서 진짜라는 연구용역이 나왔는데 국과수에서 이를 뒤집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 문제에는 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며 “문화재 지정은 이견이 있기 때문에 오래 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조사에서 진위논란과 함께 여러 가지 의구심이 풀리길 시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사진) 지난 2010년 11월 청주대에서 증도가자에 대해 발표중인 남권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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