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대망론’ 환영파와 영·호남 이은 지역주의 불과 반대파 공존
“기존 정치 물들지 않고 유연하나, 외교 외 분야 능력 검증 안돼” 여론

반기문 총장은 그동안 대선과 관련한 발언을 기피해왔다. 국내정치에는 관심이 없다는 정도의 소극적인 말을 해왔다. 최근 지난 5월 19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2015 세계교육포럼’에 참석했을 때는 기자들에게 본인의 정치행보와 관련된 국내보도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대권후보 여론조사에서 나를 포함하지 말아달라”는 말을 했다고 언론들이 보도했다. 때문에 반 총장이 과연 대권에 도전할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이에 대해 도민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참고로 반 총장의 UN 사무총장 임기는 오는 2016년 12월이다. 대선은 이보다 딱 1년 후인 2017년 12월에 실시된다.
 

▲ 충북도민들은 반 총장의 대망론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그간 충청도에서는 대통령을 낸 적이 없다. 충청도 홀대론이 나올 때마다 충청도에서도 큰 정치인 혹은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충청도, 그중에서도 충북은 중앙정부로부터 무수히 ‘찬밥’ 대우를 받아왔고 지금도 받고 있다.
 

충청도 출신 ‘전국구’ 정치인들로는 김종필 전 국무총리, 심대평 전 충남지사, 이완구 전 국무총리 정도가 있었다. 충청도를 기반으로 자민련을 창당했던 김종필 전 총리는 ‘영원한 2인자’라는 별명처럼 2인자로 정치인생을 마감했다. 그리고 심대평 전 지사는 지난 2006년 국민중심당을 창당한 뒤 2008년 이회창 전 총재와 자유선진당을 창당해 한 때 ‘잘 나갔으나’ 자유선진당이 19대 총선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두면서 무대 뒤로 사라졌다. 현재는 대통령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완구 전 총리는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거쳐 국무총리까지 올라가며 승승장구 했으나 ‘성완종 게이트’ 직격탄을 맞아 불명예스럽게 사퇴했다. 70일짜리 최단명 국무총리로 남아 고향사람들에게는 오히려 ‘피하고 싶은 이름’이 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충청권에서 반기문 대망론을 환영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충청권 내에서도 국무총리 한 명 내지 못한 충북에서는 기대를 거는 게 사실이다. 지역정치인 모 씨는 “충북에서 그동안 대권 가까이 간 사람이 없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반가운 일이다. 반 총장은 외교전문가에 UN 사무총장이라는 세계 대통령을 지냈고, 통일대통령 이미지에도 가장 부합한 인물이다. 다음 대선은 통일이 이슈가 될 것이라고 하는데 이런 점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반 총장이 충북사람인데 충북에서 도와줘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지역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있다. 영·호남의 지역주의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반기문 대통령 만들기도 또 다른 지역주의이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모 지역인사는 “반 총장이 우리지역 사람이기 때문에 지지해야 한다는 건 너무 단순한 논리이다. 이건 ‘한국병’으로 치부되는 지역주의 말고 다른 어떤 것으로도 설명할 수 없다. 영·호남이 그렇게 했다고 충청권까지 그러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이와 별개로 충북사람들은 어떤 사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드러내길 꺼리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인지 반 총장의 대망론과 관련해서도 명확한 의견 표명을 하지 않았다. 반 총장과 지역연고가 있는 충주·음성지역에서도 반 총장 대통령만들기 같은 움직임은 없다는 게 지역민들 얘기다.

‘반기문 대망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럼 반기문 대망론에 대해 지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언구 충북도의장은 반 총장과 평소 호형호제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충주라는 지역연고에 충주고 선후배라서 겹치는 부분이 많다. 이 의장은 반 총장을 지지했다. 그는 “반 총장의 권력의지가 그리 강한 게 아니어서 본인 스스로 대권에 도전하겠다고는 안 할 것이다. 반 총장이 이제까지 대권에 대해 속마음을 털어놓은 적도 없지만, 나도 잘 모르겠다. 누구도 답을 내놓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세계 격랑속에서 사는 나라 한국에서는 UN 사무총장을 지내며 글로벌화 돼있는 반 총장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 한 나라의 정치도 국제정치 속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국내적으로는 영·호남과 수도권을 아우르고 국민화합을 다질 수 있는 인물이며 통일에도 기여할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장은 또 충청도 대망론이 나올 때 됐다고 말했다. 반 총장이 아니더라도 우리도 대통령 한 번 내야 되지 않겠느냐는 것. “만일 영·호남에서 반 총장 같은 인물이 나왔으면 난리났을 것이다. 그런데 충청도는 성격상 조용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정상호 서원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정치학자로서 좀 더 냉정하게 바라보았다. “반기문 대망론은 여권내 후보로 끌어들이려는 압력과 유인요소가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에 있음직한 시나리오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동안 국정에 대한 문제해결 능력을 검증받는 자리에 있지 않아 빈곤과 노동문제 등을 어떻게 풀까 의문이다. 만일 대선에 나온다면 선출직에 처음 도전하는 것이어서 공천과 선거과정에서 많이 당할 것이다. 이를 겪고 최종 라운드에서 승리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자기 고향 사람을 대권후보로 만들려고 하는 열망은 어디나 있다. 다만 고교 동문회처럼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특정 일부가 너무 주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반 총장이 대권에 나설 생각이 있다면 좌고우면 하지 말고 국민들에게 검증과 평가받는 기회를 주라”고 강조했다.
 

시민운동가인 송재봉 충북NGO센터장은 장점과 우려되는 점에 대해 각각 말했다. “반 총장은 한국인 최초의 UN 사무총장, 기존 정치에 물들지 않은 참신한 이미지, 유연한 리더십, 국제적인 감각과 위상을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 외교분야 말고 다른 분야의 능력을 알 수 없다는 점, 반 총장이 어떤 가치와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국민들이 알지 못한다는 점, 높은 지지율이 이미지에 기초한 것이고 거품일 수 있다는 점에 확신이 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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