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암세평/ 권석창 전 국토부 자동차기획단장

▲ 권석창 전 국토부 자동차기획단장

현대사회에서 자동차의 비중은 너무나도 크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등록대수는 2천만대를 넘어섰다. 2.5명당 1대 꼴이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자동차가 고장이 나거나 하자가 발생했을 때 교환하거나 수리를 받기가 쉽지가 않다. 과거보다는 많이 개선됐다. 특히 보증기간 내(warranty period) 무상수리제도는 어느 정도 정착된 듯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3년 내외의 보증기간 동안 무상수리를 해주는 제도는 거의 세계 모든 나라에 있는 보편화된 제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상 보증수리비용이 소비자가 자동차를 구입할 때 가격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모든 자동차 구매자는 보증수리에 대한 값을 미리 지불한 상태다. 보증수리를 받을 때 우리가 과도하게 감사해 하거나, 미안해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당연한 소비자의 권리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최근 많은 자동차 회사들은 자동차 구매자가 추가적인 비용을 부담할 경우 무상보증수리 기간을 연장해주는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보증기간 연장(extended warranty)은 자동차 구매자가 보증수리기간이 지난 이후에도 자동차를 안전하게 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본래의 목적이다.

자동차는 연식이 지날수록 정비의 필요성이 더 커지고, 미리 비용을 지불해 놓으면 고장이 났을 때 무시하기보다는 즉시 수리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보증기간 연장제도는 바람직해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론 자동차 제조사가 직접 운영하는 정비업체가 존재하고 있고, 보증수리기간이 지난 이후에는 일반 유상 부품의 교환이 자주 발생한다는 점을 볼 때 이 제도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기업의 전략(상술)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는 점을 자동차 회사들은 기억해야 할 것이다.

한편 최소 2천만원 이상의 큰 비용을 지불하고 자동차를 샀음에도 불구하고 출고 당시부터 결정적 하자가 있는 경우도 가끔씩 발생한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75년부터 레몬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레몬법에 따르면 자동차 구입후 1만8천마일 이내 또는 18개월 이내 동일 고장이 4회 이상 발생해 고장 수리를 받았거나, 받으려고 시도한 경우(브레이크 등 안전관련 장치는 2회이상 고장)에는 교환이나 환불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보증수리기간 내에 총 수리기간이 30일이 넘은 경우에도 교환이나 환불이 가능하다.

우리보다 소비자 보호제도가 약한 나라로 여겨지고 있는 중국에서도 2013년부터 레몬법과 유사한 삼포법이 시행중에 있다. 자동차 등록대수가 2천만대를 넘고 매년 120만대 이상의 신차 구매가 이뤄지고 있는 한국에서 자동차 소비자 보호제도가 중국보다 못하다는 것은 곱씹어 볼 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동차 관리법에 제작결함 시정조치, 일명 리콜이라는 제도가 있고, 무상수리기간도 법정화 되어 있다. 그러나 교환 및 환불에 관한 조항은 없는 상태이다. 제조사가 고장이 잦은 자동차에 대해 교환 및 환불을 해주도록 하는 레몬법과 삼포법! 이제는 우리도 적극적으로 도입을 논의해야할 때가 아닐까. 자동차 2천만대 시대를 맞은 대한민국. 소비자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일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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