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청주예술의 전당에서는 본보 충청리뷰사가 주최한 '클래식과 팝의 향연'이라는 공연이 있었다.
초 겨울의 문턱에서 국내 정상급 성악가들을 초청하여 마련한 이 자리는 자칫 움츠러들 수 있는 계절적 우수를 감동으로 연결시키기에 충분했다. 피날레를 장식한 최정상 바리톤 김동규씨의 '신생'은 그의 풍부한 성량과 감정을 맘껏 과시하며 관객을 압도했다. 과연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 개장 기념 노래로 손색이 없어 보였다.
아무튼 음악회가 끝나고 김동규씨를 비롯한 출연진 몇몇과 간단한 뒷풀이가 있었다. 지역 문화 행사에 지원과 관심을 아끼지 않는 서울 신용평가 윤의권회장이 자리에 함께 했다가 맥주가 한 순배 돌고 난 뒤에도 피날레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김동규씨에게 "그 체구에 어떻게 그렇게 목소리를 잘 낼 수 있느냐"고 물었다. 누구나가 내심 궁금한 것이었음에도 愚問 같아 쉽게 묻지 못했던 터에 김동규씨의 대답이 궁금해 모두 귀를 기울였다.
"힘을 빼는 것입니다." 그의 대답은 간단 명료했다. 최정상 성악가의 대답치고는 너무나도 단순하지 않은가.
그러나 몇 개 옥타브를 뛰어넘는 최정상이 토해 놓은 "힘 빼기"라는 대답은 간단했지만 최저음에서 최고음을 관통하는 철학이 있음을 느끼게 했다. 힘 빼기는 유연함이며 이 것이 곧 거대 물결 같은 큰 힘으로 작용하는 것 아닌가. 역시 프로다운 면모였다.
골프를 배우는 사람 치고 "어깨 힘을 빼라"는 말을 듣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힘 빼는데 3년 걸린다. 힘 빼기만 하면 보기 플레이어는 된다."라는 골프 속설도 있다. 잘 쳐보려는 마음이 앞서면 몸에는 힘이 들어가게 되고 결과는 여지없이 최악으로 나타나게 마련이다. 야구 해설가 하일성씨의 해설을 들어보면 "어깨에 힘이 들어갔어요"라는 말을 자주 듣게된다. 타자가 삼진 아웃을 당하거나 형편없는 내야 땅볼로 물러날 때 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 '힘 빼기 철학'은 운동이나 성악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요즘 여야간의 정치 싸움, 야당과 검찰의 힘 겨루기를 보자. 모두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힘을 어깨에만 모은 채 대치하고 있어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들은 힘을 빼야 한다. 어깨 힘, 즉 여당은 집권당이라는 힘, 야당은 數(의원수)의 힘, 검찰은 권위의 힘(요즘은 권위 마져 만신창이가 되었지만)을 빼고 유연함으로 나설 때 미려한 정치의 하모니를 국민에게 들려 줄 수 있는 것 아닌가. 어깨 힘을 뺀 야구 선수가 멋진 안타를 치고, 골프선수가 호쾌한 장타를 치며 김동규 같은 성악가가 미려한 목소리를 들려주 듯 정치인도 어깨 힘을 뺄 때 세상을 아우르는 타협과 발전을 가져 올 수 있다는 생각이다.
세상은 디지털세상으로 융합화, 통합화로 나아가고 있다. 유연하지 않으면 세상에 적응할 수 없는 때에 유독 한국을 움직여 나가야 할 정치권과 지도층은 여전히 어깨에 힘을 잔뜩 들인 채 '오비'만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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