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권희 경북대 교수 “밀도차 탓 … 잘못된 해석·판단”

 

현존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1377년)’보다 138년 이상 앞섰다는 청주고인쇄박물관 소장 ‘증도가자(證道歌字)’ 진위를 놓고(본보 10월 28·29일자 3면 보도) 분석자 간에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사)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는 지난달 31일 충남 부여군에 있는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서 42회 추계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특히 이날 행사에서는 고인쇄박물관 소장 증도가자의 위조품가능성을 제기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강태이 공업연구사의 ‘금속활자의 법과학적 분석 방법 고찰’이 발표돼 큰 관심을 끌었다. 강 연구사는 분광비교분석기와 X선 형광분석기, 컴퓨터 단층 촬영장치, 3차원 스캐너 등을 이용해 표면·외관검사, 성분 분석, 서체 비교, 전직도 검사 등을 통해 “고인쇄박물관이 소장한 ‘증도가자’ 3점 등 고려금속활자 7점은 위조 가능성이 크다”고 최근 언론에 공개한 분석 결과를 재확인했다.

강 연구사는 “이번 ‘증도가자’ 위조 가능성 제기는 금속활자 역사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문제에 대해 위·변조 분석 전문가로서 화두를 던진 것”이라며 “제 소견으론 고인쇄박물관 소장 ‘증도가자’는 위조한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고인쇄박물관 소장 ‘증도가자’의 금속활자 CT에서 나온 이중(二重)의 균일한 단면을 위작의 결정적 증거로 제시하고 “‘증도가자’로 분류된 ‘受(수)’ 자에서 먹을 덧씌운 흔적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10년 9월 ‘증도가자’ 연구 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고인쇄박물관 소장 증도가자를 연구목적으로 구매했던 경북대산학협력단을 이끄는 남권희 교수는 강 연구사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증도가자 진위여부를 미궁 속으로 끌고 갔다.

남 교수는 이날 “국과수 발표 자료는 금속활자의 주조방법, 문화재 보존과학적, 서지학적 정보 부족 탓인 잘못된 해석과 판단”이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남 교수는 “CT 상에 나타난 활자의 단면이 이중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표면과 내부의 밀도 차이에서 이중구조로 보일 수 있다”며 “SEM(주사전자현미경) 분석 결과 표면의 크랙을 따라 부식이 진행되고 형질이 변형된 걸 확인했고 CT 상에 나타난 활자의 이중구조를 해석할 때 결합에 의한 현상보다 부식의 성분 차이에 따른 현상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위조 의혹을 일축했다.

활자 뒷면에 땜질한 흔적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부식된 표면에 땜질은 불가능하다”며 “주석이나 납의 편석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지난주 청주고인쇄박물관 소장 증도가자 7점에 대한 정밀검사를 벌인 결과 ‘위조품으로 판단된다’는 결론을 내려 파문이 일었다.

지난해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증도가자 추정 활자 109점에 대한 연구·조사를 진행하고, 활자에 묻은 먹에 대한 탄소연대 측정결과 1033~1155년 것으로 고인쇄박물관 소장 7점 중에서는 3점이 진품으로 볼 수 있다고 밝힌 발표를 전면적으로 부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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