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검, ‘업무상 횡령’ 등 혐의 김윤배 전 청주대 총장 기소
재판 결과 따라 이사 박탈도…‘동상철거’ 범비대위도 기소

청주지검이 26일 김윤배 전 청주대 총장을 사적인 용도로 교비를 사용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청주대 학내분규도 새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청주지검은 지난 22일 고 김준철 전 청주대 명예총장의 동상을 강제 철거한 혐의(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재물손괴)로 이 학교 구성원 등 8명을 기소했다. 청주대 분규의 두 주체가 이제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게 됐다.

▲ 청주지검이 26일 횡령, 배임 등 혐의로 김윤배 전 총장을 불구속 기소됐다.김 전 총장의 혐의에는 김준철 전 청주대 명예총장의 장례비를 교비로 지출한 건도 포함돼 있다. 침묵으로 일관해 온 김 전 총장은이제 법정에서 입장을 밝히게 됐다.

청주대 총학생회·총동문회·교수회·노동조합으로 구성된 '청주대 정상화를 위한 범비상대책위원회'(이하 청주대 범비대위)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수차례에 걸쳐 김 전 총장 등 청석학원 전·현직 이사 8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김윤배 전 총장은 김준철 전 청주대 명예총장의 장례비, 학교재단인 청석학원이 부담해야 할 60여건의 법무·노무 관련 비용, 청석학원 설립자 추도식 비용 등에 교비를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교비로 장례비용 냈다

 

장례식 비용은 1억 4000만원을, 법률자문비와 수임비로는 약 12억원대를 교비로 지출한 혐의다. 12억원 중 5억원은 법무노무 비용이고, 나머지 7억원은 박정규 전 교수회장이 재단에 낸 소송에서 패소해 그동안 지급하지 못했던 인건비를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데 이를 교비에서 인건비 명목으로 처리해 준 것이다. 당시 박정규 전 교수회장은 해직된 이후 시간이 흘러 이미 손해배상금을 받는 시점에서는 정년퇴임을 한 상황이라 교비 지출은 정당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 김윤배 전 총장

김 전 총장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청주대 교비 예치 금융기관들이 이 대학에 기부한 7억7000만원을 대학 교비 회계가 아닌 청석학원의 교비 회계에 편입해 결과적으로 청주대에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청석학원은 법정전입금을 내지 않고 있다가 금융기관들이 주는 기부금을 청주대가 아니라 청석학원이 받은 뒤 이를 다시 청주대에 법정전입금으로 내는 방식을 취해왔다.

이에 대해 청주대 범비대위 관계자는 “청석학원은 법정전입금을 내는 비율이 전국 사학에서도 꼴찌에 가깝다. 계속 안내오다가 이를 구성원들이 문제삼으면 2000만원 정도만 내는 수준이었다. 최근 5년간 자료를 보니 법정전입금의 액수와 금융기관들이 주는 기부금 액수가 동일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이상히 여겨서 따져보니 청석학원이 청주대가 받을 기부금을 전입금으로 돌린 행위를 알게 돼 검찰에 고발했다”라고 설명했다.

사립학교법상 교비 회계에 속하는 수입·재산을 법인의 회계로 넘겨주거나 빌려줄 수 없다. 검찰은 김 전 총장의 횡령액을 약 2억원, 배임액은 6억 7500만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이 외에도 범비대위는 올 10월 절차를 무시하고 시가보다 3배 비싼 가격인 15억원을 소나무 구입에 썼다며 김 전 총장을 고발한 상태다. 청주대는 조경을 위해 소나무를 2012년 63주 15억원을 들여 구입했고, 2008년엔 12주를 5억원에 구입했다. 이번 고발은 2012년 소나무에 대해서만 했다. 청주대 범비대위 관계자는 “소나무 가격이 따지면 그루당 2400만원이다. 실제 소나무 63주가 학교에 다 있는 것을 확인하지 못했고 식재계약 과정도 수의계약으로 처리됐는데 석연치 않다. 2013년엔 9000만원 예산을 잡았는데 이듬해에는 1억 8000만원으로 2배가 뛰었다. 나무 가격도 3군데 조경업체로부터 견적을 받았는데 터무니 없이 비싸다는 답변을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법정에서 입장 밝히게 된 김 전 총장

 

학내 구성원으로부터 고소·고발을 당하면서도 침묵을 지켰던 김윤배 전 총장은 법정에 서게 되면서 본인의 횡령·배임 등 혐의에 대한 입장을 밝힐 수밖에 없게 됐다.

또 재판 결과에 따라 김 전 총장을 비롯한 재단 인사들에게 비판도 면키 어렵게 됐다. 만약 금고 이상의 실형·집행유예·선고유예를 받게 되면 ‘사립학교법’ 제22조에 따라 학교법인의 임원자격을 박탈 당하게 된다. 현재 김 전 총장으로 청석학원 이사이다.

청주대 범비대위 측 또한 소송이 여러 건 걸려있다. 청주지검은 김 전 총장 기소에 앞서 22일 고 김준철 전 청주대 명예총장의 동상을 강제 철거한 혐의(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재물손괴)로 이 학교 구성원 등 8명을 기소했다. 이들은 지난 1월 6일 오후 5시께 기중기를 동원, 학교 내에 설치된 김 전 명예총장의 동상을 좌대에서 분리해 강제 철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상 당시 교수협의회장, 경청호 총동문회장, 박용기 노조지부장, 박명원 총학생회장 등이 기소됐다. 여기엔 동상을 철거한 기중기 기사도 포함됐다. 동상 철거를 놓고 공동으로 모의를 했다는 혐의다.

이에 청주대 범비대위 관계자는 “조상 전 교수회장과 정상호 동문회 이사의 경우 오히려 검찰에 가서 기소해달라고 했다. 재판과정에서 건립과정, 모금의 문제점 등 낱낱이 밝히는 기회로 삼기 위해서다. 잘못은 인정하고 책임지고 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동상은 2012년 7월 석우기념사업회가 학내 구성원과 시민 등 500여 명으로부터 3억 2000만원을 모금해 세운 것이다. 범비대위는 당시 김 전 명예총장이 교비 횡령 등으로 비판을 받아온 인물이라는 이유로 동상 철거에 나섰다. 이 학교 법인인 청석학원은 지난 1월 22일 관련자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범비대위 구성원 가운데 조 전 교수회장, 박명원 학생회장, 장평우 전 교수회 총무를 총장실 점거에 따른 업무방해 혐의로도 추가 기소됐다. 이외에도 검찰은 총장실 점거, 본관점거 과정 중 있었던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 인지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청주대가 정부 재정 지원 제한 대학에 포함되자 이 대학 총학생회·총동문회·교수회·노동조합은 범비대위를 구성, 학교 정상화를 요구하며 학교 측과 마찰을 빚어왔다.

오는 11월 10일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청주대에서 성안길까지 행진하면서 지역사회가 함께 싸워줄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청주대 총학생회에서는 등록금 반환소송을 준비 이며 이미 소송인단 200여명을 모은 상태다. 천막시위 등도 다시 전개할 예정이다.

청주대 범비대위 관계자는 “지난해 8월부터 시작한 싸움이 해를 넘겼다. 시간이 계속되면 구성원들 가운데도 학생들이 가장 많이 피해를 보게 된다. 범비대위가 마지막 카드를 김윤배 전 총장에게 줬지만 끝내 거절했다. 시간만 끄는 싸움을 이제 할 수 없다. 하루빨리 끝내고 싶다. 지역사회도 대안을 제시해주면 좋겠다”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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