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남대, 세계적 대통령박물관 변신 1인 위한 공간이 전 국민 관광지로
옛 담배공장·달동네·전통시장에 문화의 옷 입혀 관광객 끌어들여

한국언론진흥재단 전문연수 ‘이야기가 있는 관광’이 청주 일원에서 열렸다. 지난 10월 14일부터 16일까지 지역의 역사, 문화, 생태 자원을 활용한 도시재생, 전통시장 활성화, 마을 만들기 현장을 방문했다. 현장에서는 사업 기획자들의 설명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살펴볼 수 있었다. 또한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을 통해 도심 재개발의 낙관적인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편집자 주>

청남대 - 권위의 철옹성이 국민의 품으로

청주시 문의면에 위치한 청남대는 1983년 전두환 전 대통령이 184만4천㎡에 달하는 대통령 전용 별장 시설로 준공했다. 준공 당시 ‘영춘재’란 이름으로 문을 열었으나 1986년 ‘남쪽의 청와대’라는 뜻으로 청남대로 개칭됐다. 지난 2003년 4월 18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청남대의 소유권을 충북도로 이관하면서 국민 품으로 돌아왔다.

1980년 대청댐 준공식에 참석한 전두환 대통령이 팔각(현암)정에서 이곳의 지형을 보고 감탄해 경호실장 주도로 1983년 6월 공사를 시작해 6개월만에 조성된 곳이기도 하다. 본관, 헬기장, 그늘집, 락카룸, 오각정, 골프장, 양어장, 수영장, 테니스장을 비롯한 청남대 진입로가 그때 조성됐다.

1985년 경호실 작전부대 소속 군인으로 뽑혀 청남대 본관 책임을 도맡아온 김찬중씨는 청남대의 산 역사다. 청와대 소속에서 충북도 청남대관리사업소 기능직 공무원으로 신분이 바뀐 김 주무관에겐 알려지지 않은 비화도 적지 않다. 스스로 집사라고 칭하는 그는 골프장 54,545㎡의 잔디 조성 공사가 하루만에 이뤄지는 등 군인정신으로 만들어진 곳이 청남대라고 설명했다.

대통령과 가족들이 머물던 본관 입구에는 청남대 소유권이 충북도로 이관된 것을 기념하는 돌탑이 세워져 있다. 문의면 주민수와 같은 5800개의 돌로 쌓았고, 맨 윗부분은 청남대 진입로 제일 높은 봉우리인 ‘장군봉’을 뜻하는 것으로 양쪽 어깨에 주변 산을 표현해 면민 단합을 염원하는 뜻을 담았다.

청남대 338경비대 통합막사로 사용했던 대통령 기념관은 2011년 확장 준공해 대통령관과 청남대관으로 구성돼 있다. 대통령관에는 현대역사연대기와 대통령취임식, 임기 중 동영상을 비롯해 청남대 과거와 현재를 볼 수 있는 영상실이 조성돼 있다. 청남대관에서는 청남대 유래를 육성으로 들을 수 있고 청남대를 이용했던 5명의 대통령이 사용했던 식기류와 사용물품, 레저용품을 관람할 수 있다.

청남대는 충북의 대표 관광지로 부상하면서 TV드라마 영웅시대, 제5공화국, 카인과 아벨, 제빵왕 김탁구, 프레지던트, 영광의 제인, 부탁해요 캡틴, 아이리스, 황금의 제국, 힐러는 물론 영화 효자동 이발사, 국경의 남쪽, 파란 자전거, 바리바리 짱, 범죄와의 전쟁, 나의 독재자, 내 심장을 쏴라 등의 촬영지로 활용됐다.

청와대 본관을 60%로 축소해 옮겨놓은 ‘대통령 기념관’은 연면적 2838㎡로 역대대통령 10명의 특징을 묘사한 역사 기록화 20점이 전시되고 있으며, 지하에는 대통령의 일상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장이 조성됐다. 주변에는 역대 대통령들의 동상이 조성돼 있다.

삼겹살 거리 - 사람이 떠난 서문시장, 먹거리로 특화

전국에서 유일하게 바다가 없는 충북도는 음식 소재도 빈곤할 수밖에 없다. 손님을 대접하는 상에는 고기반찬이 올랐지만 소고기는 예나 지금이나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돼지고기가 가장 대중적인 요리가 됐고 청주 삼겹살이 서민들의 사랑을 받게 됐다. 삼겹살에 원조는 없지만 ‘청주 삼겹살’을 설명하는 키워드는 시오야키, 대패고기, 간장소스, 파절이 등으로 연수팀은 서문시장에서 삽겹살거리 제안자 김동진씨(함지락 대표)를 만났다.

청주의 구도심 상권을 대표하는 서문시장이 삼겹살 거리로 조성된 것은 지난2012년. 청주를 대표하는 마땅한 음식이 없다가 삼겹살을 대표 음식으로 육성하자는 제안이 나온 것이다. 한때 야심차게 내놓은 청주한정식은 전주한정식과의 차별화에 실패했다. 청주 음식에 대한 논의가 끊긴 상황에서 김씨는 민선5기 한범덕 전 시장에게 ‘청주 삼겹살 거리’를 제안했다.

당시 서문시장은 도심공동화로 인해 시장 기능을 상실한 상태였다. 삼겹살 거리로 조성할 경우 사업비용은 물론 주민 반발이 줄 것이라고 제안했다. 30년 동안 청주를 대표했던 서문시장은 1997년 고속버스 터미널 이전과 2002년 홈플러스 입점으로 사람의 발길이 끊긴 시장이 됐다. 청주시가 도로정비사업과 간판제작비 지원, 주방기구 구입비 지원 등의 지원책을 확정하면서 소규모 영세업자들이 입점을 시작했다. 2011년 9월부터 2012년 말가지 15개 업소가 삼겹살 거리에 둥지를 튼다. 청주 삼겹살 거리는 전통시장을 음식 특화거리로 재탄생시켰다는 점도 흥미롭지만 청주만의 삼겹살을 맛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전국에서 방문이 줄을 이었다.

서문시장번영회 삼겹살시장의 상인회장을 맡고 있는 김상돈씨(충주돌구이 대표)는 “현재 삼겹살 거리 내 삼겹살 식당은 모두 14개소다. 순대집과 횟집, 꼼장어집 등 30여 점포가 영업을 하고 있다. 상인회의 꾸준한 활동과 청주시의 지속적인 지원, 시민들의 애정어린 방문 그리고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의 전격 방문으로 전국 검색어 1위에 오르면 홍보효과를 누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8일에는 서문 풍물야시장이 개장했다. 서문시장 삼겹살거리 아케이드 내 150m 구간에서 운영하는 서문 풍물야시장은 도시활력증진사업의 목적으로 청주시 도시재생지원센터가 후원하고 서문시장상인회(서문풍물야시장사업단)에서 주최하는 사업이다. 청년창업자, 다문화가정, 한 부모 가정 및 저소득층 등 다양한 계층의 야시장 참여자 모집을 통해 청주를 대표하는 직지 빵을 비롯한 간식류와 태국, 베트남 등 다문화 음식, 공예 관련 물품, 의류, 액세서리 등 20여 개의 가판대를 연중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운영했다.

김동진씨는 삼겹살 거리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점진적으로 늘어나던 점포수가 최근 1년 동안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업소별 매출액도 제자리걸음. 매장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재방문자를 늘릴 수 있다는 점도 제기됐다. 김씨는 “삼겹살거리를 공통의 관심지역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상인과 시민, 공무원과 음식전문가, 의회가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만들어야 한다. 삼겹살이 세계적인 음식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레시피 개발과 홍보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갈수록 침체되어 가고 있는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국가 정책적 차원의 이정표 역할을 할 수 있는 실험무대가 곧 청주 삼겹살 거리다. 이런 목표를 효과적으로 이뤄내기 위해서라도 상인회와 자치단체, 시민단체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수암골 - 달동네 피난민촌이 드라마 촬영장 변신

“주민 스스로 마을의 문화적 가치를 지킬 수 있는 생활문화 공동체가 중요합니다” 이광진 수암골생활문과공동체 ‘마실’ 사무국장은 청주의 대표적 달동네에서 드라마 촬영장으로 거듭난 수암골의 지속가능한 힘은 주민 공동체에 있다고 말했다. 일용직으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모여 살던 수암골의 행정구역명은 수동. 70년대 초반부터 건설업체와 지자체의 개발 시도가 있었지만 세입자가 전체 33%를 차지하고 우암산과의 환경 조망권 문제로 인해 재개발이 무산됐던 곳이다.

하지만 벽화를 시작으로 문화의 옷을 입게 됐다. 수동 아카이브전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2008년 수동 공공미술 프로젝트 추억의 골목길 투어가 기폭제가 됐다. 마을을 찾는 사람들에게 짧지만 이야기가 있는 골목 여행길을 제공해 주민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준 주인공은 예술가들이었다. 당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참여했던 이광진씨는 “아카이브 갤러리 수암골 사진관을 조성하고 설치 작품을 제작하고 주민과 탐방객의 소통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지역의 문화주체인 지역 주민과 동네라는 문화 현장이 결합된, 문화예술과 일상을 통합하고 공동체 속에서 문화예술이 존재할 수 있도록 한 새로운 형식의 문화적 실천이었다”고 설명했다.

수암골 골목길에 벽화가 그려지고 주민을 대상으로 미술 매개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수암골 생활문화공동체 마실이 탄생하기에 이른다. 이씨는 “2008년 SBS 드라마 카인과 아벨, 2010년 KBS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촬영지로 선정된 이후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청주는 물론 충북의 대표 관광지로 부각됐지만 주민 소득 증대 방안 등 주민 생활과 연계된 문제는 소극적으로 다뤄졌죠”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필요성이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 주민들은 부녀회와 노인회를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에 따른 마을 소득 증대 방안을 모색하려는 자구노력에 나섰다. 체계적인 사업 기획과 지원이 필요하게 됐고 주민 고용 창출을 위한 고민이 필요했다. 마실은 수암골 솜씨, 수암골 밥상을 통해 상품 개발에 나서고 주민 교육을 진행하며 공동체의 조력자로 나섰다.

현재 생활문화공동체 활성화 사업의 결과로 마을 입구에 수암골 밥상 체험장이 조성돼 있으며 이 곳에서 도토리 칼국수 등 수암골 밥상 상품과 주민들과 지원 작가들의 협업으로 개발된 10여종의 관광 공예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마을 유휴 인력의 일자리 창출 효과와 수익금을 다시 마을 발전기금으로 환원하는 경제적 순환구조를 갖게 됐다.

이광진씨는 “마실 설립은 수암골이라는 마을이 지자체와 특정 단체의 힘에서 벗어나 자립 구조를 구축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며 “마을 만들기, 관광화의 핵심은 주민 스스로의 자발적 참여 속에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청주시 야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위치한 수암골은 야경으로도 유명한데, 청주의 대표적 관광지로 알려지면서 최근은 각종 커피숍들이 들어서 카페촌이 형성됐다. 공동체성을 강화하려는 주민들과 젊은 청춘남녀의 데이트코스로 거듭난 카페촌이 공생(?)하는 공간에서, 수암골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관심을 모은다. 키는 예술가도 자본가도 아닌 주민들이 쥐고 있을 것이다.

청주 연초제조창 - 옛 담배공장에서 꽃핀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영국 런던에 ‘테이트 모던’이 있다면 한국 청주에는 ‘연초제조창’이 있다. 화력발전소였던 테이트모던은 현대 미술관으로 탈바꿈에 성공했다. 담배공장이었던 ‘연초제조창’은 국제비엔날레 미술전시장으로 재생됐다. 청주 옛 연초제조창은 1964년 문을 열면서 66년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2천여명의 근로자가 연간 100억 개미 이상의 담배를 생산하고 세계 17개국으로 수출했던 국내 최대 규모의 담배공장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청주시가 지난 1999년 매입한 이후 교육 및 에듀테인먼트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으며 문화재생 사업과 공연예술 종합연습장으로의 활용을 꾀하고 있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폐 담배공장에 둥지를 튼 것은 지난 2011년부터. 2011년, 2013년 공예비엔날레는 비롯해 2014년 청주국제공예아트페어 그리고 올해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이곳에서 치러지고 있다.

문화산업단지와 시민문화창작센터, 국립현대미술관 수장보존센터가 입지하게될 연초제조차은 더 이상 도심 폐공장이 아니다. 일본 선박회사의 오래된 창고를 카페와 아티스트 스튜디오로 구성한 일본 요코하마 뱅크 아트, 대화방적 공장과 창고 및 사무소를 가나자와시에서 매입해 공연과 전시 장소로 거듭난 일본 가나자와 시민예술촌이 유사한 사례다.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과 베를린 장벽 붕괴 후 철거한 공장을 리모델링해 복합공간으로 꾸민 독일 베를린 쿨투어 브라우어라이도 성공적인 사례다.

1999년부터 국제공예비엔날레를 개최해온 청주는 조화의 손, 자연의 숨결, 쓰임, 유혹, 창조적 진화 깊고 느리게, 만남을 찾아서, 유용지물, 익숙함 그리고 새로움 등의 주제로 올해 9회째를 맞았다. 45개국 2천여명의 작가가 7천500여점의 공예작품을 전시하는 올해 주제는 hands+ 확장과 공존이다. 9월 16일부터 10월 25일까지 40일간 엣 청주연초제조창을 공예와 문화의 향기로 물들였다.

안승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조직위원회 기획팀장이 올해 비엔날레 현장의 연수팀 도슨트 역할을 맡았다. 안팀장은 “시민참여, 교육콘텐츠 강화, 대중성 강화라는 3가지 차별성을 가지고 ‘공예, 그 이상의 가치’를 풀어냈다. 연초제조창 청주꿈 CD프로젝트는 ‘CD활용 최대 설치물(The largest display of compact discs)’분야 세계 기네스북 인증을 받았다. 청주꿈 CD프로젝트는 시민이 주체가 돼 시민의 소망을 담은 폐CD 30만8천여 장을 연초제조창 3면을 장식했다”고 말했다.

원흥이 두꺼비생태공원 - 택지개발지구 두꺼비방죽을 살린 시민의 힘

2003년 청주 산남3지구 택지개발 사업 착공을 앞둔 시점에 새끼두꺼비들의 대대적인 이동행렬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원흥이마을 생태보전운동에 불이 지펴졌다. 범도민대책위와 토지공사의 수년간에 걸친 줄다리기 끝에 당초 매립예정이었던 원흥이 방죽을 보존하게 됐다. 최종 합의내용은 원흥이 방죽 인근에 대체 산란지를 포함한 생태공원을 조성하고 인접 산과 통하는 두꺼비 이동통로(폭 38m)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토지공사가 택지개발사업 설계를 중간에 변경한 전국 최초의 사례로 꼽힌다. 또한 생태문화관을 건립해 2013년 생태공동체 실험 10년 이후 활동가들의 고민은 공원을 중심으로 새로운 공동체 실험을 모색하고 있다. (사)두꺼비친구들 박완희 사무처장은 “공원은 녹지공간, 생물서식공간을 뛰어넘어 마을의 교육, 복지, 문화, 세대통합의 공간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두꺼비생태공원도 마을네트워크 형성의 구심점이 돼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지역의 학교를 통해 탐방교육을 활성화하고, 주민센터를 통해 자연물 만들기 체험을 하고 아파트를 통해 작은도서관운동을 하고 지역사회에서는 시니어클럽, 시민단체와 연계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어야 온전한 생태공동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공원, 지역주민의 생태거점공간으로서의 공원이 돼야 한는 생각으로 최근 원흥이 생태공원은 로컬푸드운동으로까지 실험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개발 논리 앞에서 무너지고 있는 서식지를 보존하기 위해 성화동 논습지 보전운동을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으로 풀어가고 있다. 마을 협동조합을 통한 마을 만들기는 공동체를 더욱 결속시켜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근 학교 생태연못과 생태숲 만들기, 에너지 자립마을 만들기도 같은 맥락이다. 박 사무처장은 “지속가능한 마을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경제공동체, 교육문화공동체, 생태환경공동체가 삼각축을 이루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취재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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