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새 CI, 재검토 한다더니 영문 넣고 개정조례안 통과
집행부 편드는 여당, 제 때 대처 못한 야당 합작으로 ‘빈 손’

▲ 청주시 새 CI. 그러나 청주시는 조례가 제정되기도 전부터 이 CI를 공공연히 사용해 왔다.

볍씨모양의 청주시 새 CI가 돌고돌아 다시 왔다. 청주시의회는 27일 본회의에서 ‘청주시 상징물 관리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을 찬성 21표, 반대 17표로 가결했다. 비밀투표이긴 하지만 새누리당은 전원 찬성, 새정치민주연합은 전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이 CI는 이미 지난 5월 15일 청주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에서 부결됐다. 그러나 새누리당 단독으로 상임위에서 부결된 것을 본회의에서 날치기 통과시키면서 험난한 길을 밟았다.

새누리당의 날치기 통과에 반발한 새정치민주연합은 장외투쟁을 시작하고 보직을 사퇴했다. 여야는 둘로 갈려 대화를 중단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마침내 6월 23일 본회의 의장석을 점거한 채 밤샘농성까지 벌였다. 새누리당 김병국 의장이 새정치연합 서지한 의원의 멱살잡은 모습은 시민들에게 생생하게 전달됐다.

이런 추태를 부린 끝에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의 뜻을 존중해 새 CI를 재검토 하기로 합의한다. 여야는 같은 날 집행부에 재검토를 권고키로 했다. 하지만 청주시는 볍씨모양 CI에 영문 ‘CHEONGJU CITY’만 넣은 것으로 재검토를 마무리했다. 시는 이후 시민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으나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진행해 신뢰를 잃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CI 논쟁은 결국 영문을 넣기 위해 5개월간 소모전을 편 셈이 돼버렸다. 하지만 시민들 사이에서는 볍씨 모양이 통합청주시를 상징하는 디자인으로 보기에 부족하고 여당과 집행부가 민주적 절차를 무시했기 때문에 원점에서 다시 하자는 여론이 높았다. 그럼에도 청주시와 여당은 시간과 예산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이선영 충북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청주시 새 CI가 조례로 제정되는 과정을 보면 미숙한 아마추어 행정의 표본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소한의 절차도 밟지 않은 청주시와 시의회는 아직까지도 전근대적 행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볍씨가 과연 청주시의 상징이 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청주시는 처음에 볍씨라고 했다 비판여론이 많자 씨앗이라고 바꿨다”고 비난했다.
 

또 “그간 청주시장의 리더십 부재, 정책기능 부재를 실감했다. 집행부를 견제하고 지적해야 하는 시의회는 무엇을 했는가. 의장은 단체장과 같은 새누리당이라는 이유로 시장을 두둔했고, 찬성 몰표를 던졌다. 정당정치를 벗어나지 못한 시의회도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은 11월에 열리는 행정사무감사에서 이에 대한 문제를 따진다는 계획이나 ‘사후약방문’이 될 수밖에 없게 됐다. 야당은 몸싸움과 장외투쟁까지 펼쳤지만, 제 때 대처를 하지 못해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
 

▲ 서지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7일 본회의에서 새 CI 관련 조례안 반대토론에 나섰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찬성 몰표로 조례안은 통과됐다. 사진/육성준 기자

한편 새정치민주연합 충북도당은 27일 ‘견제도 감시도 못하는 청주시의회’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조례가 개정되기도 전에 새 CI가 마구잡이로 사용됐음에도 새누리당 의원들은 집행부의 독선과 불통을 질타하기는커녕 신속한 처리로 집행부에 면죄부를 줬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재검토를 권고하겠다던 여야 원내대표 간의 합의가 집행부 독단 때문에 지켜지지 않았음에도 다수의석을 차지한 새누리당은 이의제기 한 번 하지 않고 21명 전원이 조례안에 찬성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반대했으나 수적 우세에 밀려 이를 저지하지 못했다”며 독선과 불통행정의 폐해는 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평소 새 CI가 청주시의 상징물로 미흡하다고 지적해온 새누리당 의원 A씨, 조례 제정 절차에 문제가 있음을 토로했던 같은 당 의원 B씨는 막상 표결로 가자 모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자 시민들은 “시민들에게는 정당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 기초의원까지 정당정치를 한다면 풀뿌리 민주주의가 발전하겠는가. 이번 표결 결과에 대단히 실망스럽다. 소신보다 정당이 앞서는 정치는 필요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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