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도가字 가짜 파문···눈뜨고 당한 청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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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도가字 가짜 파문···눈뜨고 당한 청주시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5.10.2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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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인쇄박물관 소장 활자 7개 모두 위조가능성 높다”
“누가 구입했고, 누가 감정했으며 감독기관은 뭘 했는지 조사하라” 여론

청주 고인쇄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증도가字가 가짜일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하단 박스기사 참고). 증도가자는 그동안 진위여부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왔으나 행정직 공무원이 관장으로 있는 박물관에서는 아무런 대처를 하지 못했다. 앞으로도 이런 체제로 간다면 당할 수밖에 없다.
 

▲ 지난 2010년 증도가자 존재를 처음 알리고 진품 임을 주장해온 남권희 교수

증도가자는 고려 불교서적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를 인쇄한 금속활자. 증도가는 당초 당나라 승려 현각이 깨달음의 경지를 시편으로 쓴 것인데 고려의 고승인 남명선사가 이를 편저해 남명천화상증도가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 책은 고려 고종 26년(1239년)에 목판본으로 다시 만들었으나 처음 사용했던 금속활자와 그 활자로 인쇄한 책은 발견되지 않았다.

 

증도가자라고 알려진 고인쇄박물관 소장 활자 7개는 각 1200만원씩 모두 8000여만원을 주고 구입한 것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박물관이 직접 산 건 아니고 2010년 조선왕실주조 금속활자복원사업을 수행한 남권희 책임연구원 팀이 연구목적으로 여러 책과 함께 구입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업 전체 예산은 4억여원. 이 관계자는 “국과수에서 31일 증도가자 검증 결과를 논문으로 정리해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에 발표한다고 하니 이 발표를 보고 대응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권희 경북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지난 2010년 9월 1일 처음으로 증도가자의 존재를 알렸다. 그러나 남 교수는 연구자이고, 5년전 남 교수에게 감정을 의뢰한 사람은 서울 인사동에서 다보성미술관을 운영하는 고미술품 수집가 김종춘 씨다. 남 교수는 이 활자들이 증도가를 찍은 진품이라는 주장을 여러 학술회의와 토론회 등에서 해왔다.
 

하지만 김 씨는 당시 이 활자 출처를 밝히지 않고, 일부 학자들에게만 보여주는 식으로 해와 의심하는 학자들이 많았다는 게 관계자들 말이다. 청주에서도 증도가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 이런 학술회의와 토론회가 있을 때마다 여러 명이 참석하곤 했다.
 

▲ 증도가자

지난 2011년 6월 17일 경북대 사회과학연구원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고려시대 금속활자 증도가자 학술발표회’는 뒷말들이 많았다. 6명의 발표자 중 5명이 남 교수의 후배·제자로 이뤄졌고 토론자는 단 한 명만 불러 토론이나 반론이 제대로 펼쳐지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만일 증도가자 진품이 확인되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직지에 쓰인 활자보다 최소 138년 앞서는 금속활자 유물이 된다. 하지만 직지는 책이고, 증도가자는 활자이기 때문에 같이 비교할 수는 없다. 고인쇄박물관 관계자도 “직지와 증도가자를 같이 비교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이번에도 직지 위상이 공고해 지느냐는 질문을 받는데 직지는 세계최고 금속활자본으로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증도가자 얘기가 나오면 직지위상이 흔들린다고 보도한 언론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국내 몇 안되는 활자 전문가 중 한 명이다. 국내 서지학계는 서지학회와 한국서지학회로 양분돼 있는데 활자연구자는 30명도 안된다고 한다. 때문에 그는 고인쇄박물관 연구용역을 상당히 많이 해왔다. 만일 박물관에 소장된 증도가자가 진품이라는 결정적 증거가 나타나지 않는 한 이 활자는 가짜로 남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박물관이 추진한 조선왕실주조금속활자복원사업도 점검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 증도가자

모 씨는 “남 교수는 청주에서도 활자 전문가로 통했다. 고인쇄박물관이 추진한 각종 용역사업을 해왔고, 금속활자 관련 국제학술회의와 토론회 등에서 숱하게 발표를 해왔다. 증도가자가 가짜라면 관련 사업을 모두 조사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충북지방경찰청은 지난 7월 조선왕실금속활자복원사업을 담당한 고인쇄박물관 A 학예연구사(48)를 업무상 배임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그는 경남의 한 문화연구원, 청주시내 모 사립대 등과 이 연구용역을 추진하면서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교수에게 연구비를 줬다고 허위서류를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때 남 교수도 연구비 횡령 혐의를 받았으나 혐의없음으로 일단락 된 바 있다.

 

모 씨는 “문제의 증도가자를 누가 구입했고, 감정은 받았는지, 이 예산이 국비라면 감독기관인 문화재청은 감독을 제대로 했는지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주시가 향후 이 문제에 대해 어떤 대처를 할 것인지 이목이 쏠려 있다.


동아일보, 고인쇄박물관 증도가자 위조 단독 보도
“금속활자 CT에서 이중의 균일한 단면 포착···부식된 것처럼 꾸민 흔적”


동아일보는 지난 27일 단독으로 고인쇄박물관 증도가자 가짜 가능성 기사를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은 26일 ‘고인쇄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증도가자 등 고려활자 7개에 대한 3차원(3D) 금속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모두 인위적인 조작의 흔적을 발견했다’며 ‘CT 및 성분 분석 결과를 종합해 볼 때 고려시대 전통적 방식의 주물 기법에 의해 제작된 활자가 아니고, 위조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또 “국과수의 금속 CT 결과 7개 활자의 가로와 세로 단면에서 외곽을 균일하게 둘러싼 또 하나의 단층이 추가로 포착됐다. 활자 안쪽과 밀도가 다른 물질이 외부를 둘러싸고 있다. 강태이 국과수 연구사는 ‘금속활자를 주조할 때는 안팎을 따로 만들지 않기 때문에 정상이라면 이처럼 균일한 이중 단면이 나올 수 없다. 금속활자가 수백 년에 걸쳐 부식된 것처럼 꾸미기 위해 겉을 다른 물질로 감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과수가 발견한 가장 결정적인 증거는 금속활자 CT에서 나온 이중의 균일한 단면이다. 이와 관련해 국립문화재연구소의 보고서에서 증도가자로 규정된 활자들은 모두 국과수 조사에서 활자 안쪽의 밀도가 바깥의 밀도보다 높게 나타났다. 금속을 녹여 통째로 주조하는 보통의 금속활자에서는 이처럼 안과 밖의 밀도가 다르게 나타날 수 없다”고 썼다.
 

국과수는 이번에 증도가자에 대한 과학적 검증을 통해 수(受)와 반(般) 등 두 활자 뒷면에서땜질한 것 같은 흔적을 발견했다고 한다. 국과수는 고인쇄박물관의 협조를 얻어 박물관에 소장된 7개 활자만 조사했다. 따라서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증도가자라고 분류한 김종춘 다보성고미술 대표 보유 59개 활자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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