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파문은 한국에서 이미 진행중이던 일본 문화개방의 잠정적 연기로 확대됐다.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화두인 문화는 이처럼 극단적인 대립국면에서 가장 핵심적인 무기로 사용되고 있음을 이번 파문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문화를 한마디로 정의를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특히 21세기에서의 문화는 그만큼 다양한 접근방식을 요구하고 있고, 또 이같은 다양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세계 질서를 구축하는 힘으로 작용하면서, 가장 중요한 경제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문화가 경제의 주체가 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 중앙권력의 지배 중심이 이루어지던 시기에는 정치가 경제와 문화를 지배했다.중앙 정부의 일방적인 지시에 의해 경제 활동이 이루어진 탓에 자발성이 결여되면서 노동생산성은 낮을 수밖에 없었으며 이에 따라 소득도 낮아지고 노동에 할애되는 시간은 많아지면서 정치와 경제, 그리고 문화는 서로 혼합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혼재 현상은 18세기 이후 과학기술이 일상 생활에 도입되면서 서서이 분권화의 양상을 띠기 시작한다.
시장경제의 원리가 적용되면서 일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대신 소득은 향상되는 변화가 나타나게 되고 경제가 정치와 분리되고 문화 역시 이에 동반해 독립하게 된다.
이 같은 시대적 변화는 각 나라마다 고유한 문화와 예술을 국가 경쟁력의 원천으로 인식하도록 유도하면서 21세기를 문화의 세기로 만들어 가고 있다. 예술성은 정해진 시간과 비용으로 공장에서 물건을 만드는 것처럼 기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예술성은 창조적 행위에서 나오므로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함은 물론 그 결과 역시 불확실하다.
그러나 이 같은 과정을 거친 끝에 작가의 심미적 기준에 의해 비로소 완성되는 예술 작품은 금전으로는 평가할 수 없는 여러 가지 비경제적인 가치를 포함하면서 국민 경제의 발전에 큰 도움을 준다.
예술 작품은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국민에게 제공하면서 경제 활동의 의사결정을 건전하게 유도하는 효과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일찌감치 문화도시를 주창해 온 청주시의 선택은 옳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보 통신 기술이 발전하면서 일상 생활에 유용하게 적용되는 현실에서 문화는 국부(國富)를 향한 가장 중요한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18세기 이후 지속된 산업 사회의 지배에 마침표를 찍게 됨과 동시에 문화와 경제를 통합하는 노력으로 이어지면서 문화경제학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는 변화의 양상을 띠어가고 있다.
이 같은 새로운 세계 질서를 먼저 예감하고 도시의 미래 비전을 문화에 초점 맞췄다는 것은 사회 간접자본이 넉넉하지 않은 청주시의 입장에서는 적절한 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
장남수 / 충북예총회장
청주 첨단문화산업단지는 바로 이 같은 세계적 신조류의 중심에 서야 한다.
단지 정보통신기술 관련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이의 판매를 통한 부가가치의 상승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된다는 이유는 바로 21세기가 세계 모두로부터 문화의 세기로 주목받고 있다는 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우리는 그 동안 하드웨어에 유난히 집착하는 자세를 통해 정보통신기술의 시대를 대비해 왔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대표적 효자수출 상품인 반도체 시장에서의 격렬한 변화에 대한 대처 역시 충실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이제는 소프트 웨어의 시대이다.
현존하는 인류 최고의 금속활자를 탄생시킨, 그로 인해 정보와 지식교류의 획기적인 변화와 확대에 기여한 뚜렷한 역사적 근거를 갖고 있는 청주시가 첨단문화산업단지를 통해 21세기 문화의 시대를 시대를 선도해야 한다는 과제는 문화를 첨단산업과 제대로 조화시켜 가는 과정을 통해 완성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