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암세평/ 김성영 민주노총 충북본부 비정규사업부장

▲ 김성영 민주노총 충북본부 비정규사업부장

노동자들의 안전과 관련한 권리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다치지 말아야 할 권리입니다. 이를 위해 산안법에는 사고로 인한 재해를 막기 위한 사용자의 조치를 의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유해한 물질로 인한 질병이나 과로, 스트레스, 반복적인 작업으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 또한 예방해야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다쳐도 괜찮을 권리입니다. 노동자가 일하다 다쳤거나 작업으로 인한 병에 걸리게 될 경우 사용주는 치료비를 부담해야 하며 치료를 위한 기간 동안 70%의 임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이는 노동자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게 하는 기본적인 조치들입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들에게 이는 아직 먼 이야기입니다. 회사는 여러 불이익들을 피하기 위해 산재 처리를 피하려 합니다. 사용주들은 작업환경을 안전하게 개선하고 노동자들에게 산재보상을 해주는 것과 걸릴 가능성이 낮은 산재은폐 사이에서 계산기를 두드립니다. 많은 노동자들이 다쳐도 회사가 쥐어주는 얼마간의 치료비로 갈음하고 넘어가거나 사고에 대한 과실을 떠안고 침묵을 강요당합니다. 심한 경우에는 약속한 치료비도 지급하지 않고 해고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모두 불법입니다만 노동자들은 계속 일하기 위해서 혹은 회사의 대응이 두려워서 대응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에버코스 산재은폐 노동자 사망사건 또한 그 연장에 있습니다. 노동자가 지게차에 치여 응급상황인데 회사가 7분 만에 출동한 119 구급차를 돌려보내고 산재를 은폐하기 위해 지정병원으로 후송하는 과정에서 결국 시간이 지체되어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입니다. 묻혀버릴 뻔 했던 이 사건은 유가족들의 지혜로운 대응으로 전국적인 화제가 되었고 이에 더해 시민사회단체의 노력으로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등을 이끌어냈고 산안법 위반으로 대표이사 구속이라는 드문 사례를 만들어냈습니다.

안전한 일터를 위해서는 법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안전사회를 염원하는 세월호 4·16연대 안전사회 위원회에서 에버코스 산재은폐 노동자 사망사건에 결합하며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연대의 시작을 알린 이유입니다. 그 법제도 개선을 위한 힘을 모아내기 위해서, 그리고 법제도 개선 이전까지 소중한 노동자들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도 일상적인 현장통제와 감시가 필요합니다. 사용자들에 대한 통제와 감시는 시민사회의 영역에서도 가능하며 혹은 노동조합이 사용자를 제어하는 경우에 가능합니다. 때로는 노동조합이 이번 사건처럼 시민사회의 역할로 함께 할 수도 있으며 또 그래야 합니다.

날카로운 경쟁사회에 베이고, 성과를 강요하는 해고제도에 상하고, 낮은 임금에 추락하는 모든 노동자들의 삶 또한 산재에 비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노동조합과 시민사회와 함께라면 이 산재를 막아내고 치료할 수 있습니다. 서로 한 발짝 다가서서 함께 이 문제들을 해결해나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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