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 김남균 취재1팀 기자

▲ 김남균 취재1팀 기자

우스개 소리로 ‘해고대박’이란다. 그 경제적 가치가 10조원이라니 이득을 보는 입장에서는 대박일 것이 분명하다.

지난 8월 13일 정부와 경영자단체, 그리고 한국노총 등은 ‘저성과자 해고지침 마련’ 등을 합의했다. 이른바 8·13 노사정합의로 알려진 이 합의에는 취업규칙 변경기준 완화, 일반해고요건 명확화 등 노동자에게 불리한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이번 합의를 추진한 정부는 “17년 만의 노사정 대타협”이라며 “청년 일자리 마련을 위한 대전기를 마련했다”고 환호했다.

반면 노동계는 매우 침울하다. 합의에 참여한 한국노총조차 제조업 노조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고 민주노총은 11월 파업을 예고하며 분노감을 표시하고 있다.

정부가 표현했던 대로 이번 합의는 형식상으로 노사정이 모두 참여한 17년 만의 합의다. 그렇다면 17년 전에 있었던 합의는 무엇일까. IMF 국가 환란 위기속 DJ 정부에서 이뤄진 ‘정리해고제 도입’ 합의다. 기업이 경영상의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는 제도다. 한마디로 노동자 입장에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리였다. 실제 정리해고제 도입 이후 수십만 명의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를 당했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노숙자로 전락하거나 급기야 목숨까지 끊었다. 이후 노동시장은 비정규직이 급속도로 늘어났고 이는 경제적 양극화로 이어졌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 현실을 보자. 그동안 기업은 무단결근이나 회사물품 절도 등 노동자의 귀책 사유에 의하지 않고서는 함부로 해고를 할 수가 없었다. 비록 경영상의 정리해고라는 방법이 있었지만 이때는 위로금이나 명예퇴직금을 주어야 했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저성과자 해고지침’이 마련되면 노동자의 귀책사유가 없어도 저성과자로 분류된 노동자는 위로금 없이 해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저성과자 해고에 대해 ‘공정 해고’라 호칭한다. 그런데 사실 컨베이어 벨트에서 정해진 속도에 의해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노동자에 공정한 평가기준이 있을수 있을까 의문이다. 프로야구 선수야 타율이 말해주지만 하루 똑같이 5000번 나사를 조이는 일을 똑같이 반복하는 노동자의 실적을 구분 할 수 있을까.

그래서 노동자들은 걱정한다. 회사에 쓴소리를 하거나 노동조합 활동가와 같이 밉상 직원들이 저성과자의 표적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런 우려는 괜한 우려가 아니다. 언론노조에 따르면 이미 MBC는 파업에 참여한 일부 조합원들을 저성과자로 낙인 찍었다. PD가 본업이 아닌 다른 업무에서 저성과자로 분류되기도 했다.

지금도 한국에서는 연간 180만명이 계약만료나 징계 등이런 저런 이유로 해고된다. 자발적 퇴직까지 합하면 연간 500만명이다. 대기업과 공무원등 전체 노동시장의 10% 내외를 제외하고는 정년이 보장된 일자리가 거의 없다. 이미 해고가 부족하지 않은 나라인데 또 해고조건 완화라니! 위로금을 주는 명퇴나 정리해고 대신 저성과자 해고로 대체하면 기업은 연간 10조원을 절약한다. 눈엣가시같은 노조 활동가를 저성과자로 분류하면 그만이다. 설령 이들을 대체해 청년층이 신규 채용 돼도 말 안들으면 저성과자로 분류하면 그만이다. 이래저래기업입장에선 ‘대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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