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이 우기실 때는 어찌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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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이 우기실 때는 어찌해야 하나
  • 충청리뷰
  • 승인 2015.10.2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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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 속 세상사람/ 신중호 우진교통 운전기사

2015년 3월 23일 청주시에 급행버스가 처음 도입되고 나서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도심지를 벗어난 외곽으로 가면 아직도 심심치 않게 언쟁이 오고간다.

청주공항에서 신탄진 역으로 운행되는 405번 버스는 청주시내 6개회사 좌석버스가 돌아가며 운행을 하고 있다. 한 번 운행을 하고 나면 2개월 후에야 다시 차례가 온다.

‘순번이 되면 이제는 다들 알고 타시겠지?’ 하는 기대감으로 시작을 한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안내는 해봐야지...‘ 속으로 다짐을 하며 운행을 시작한다.

버스가 척산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어르신들이 승차를 하신다. “어르신 이 차는 급행버스라서 정류장마다 서지 않아요! 알고 계시죠?” “네 알아요~” 웃으시면서 승차를 하신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승차하시는 분마다 여쭈어 보았다. 그중 맨 마지막에 승차하시던 할아버지가 “ 맨날 타는데 그걸 몰라? 알어 알어!” “아~네 그래도 모르고 타시는 분이 계셔서요”

그래서 나는 이제 어르신들도 다들 아시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차가 시내로 들어서며 남성 중학교 정류장에 정차하여 손님을 승·하차 시킨 후 출발 하려는데 아까 맨 마지막에 승차했던 할아버지가 일어서서 뒷문 쪽으로 향하는 것이 뒷거울로 보였다.

설마 아니겠지 하는 생각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차 벨이 울린다. “할아버지 다음 정류장은 육거리예요. 아시죠?” “아니여, 아니여. 다음에 내려야 돼” “이 차는 급행버스라 정류장마다 안 선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다 아신다면서요.” “어제는 여기 섰어. 다음에 내려줘!”

하지만 차는 이미 1차선에 들어가 있었고 세워줄 방법이 없었다. 낭패다. 어르신이 우기시니 하는 수 없이 다음 정류장에 내려줘야겠다고 마음먹고 신호등에 서있는데 “내려!”하며 고함을 지르신다. “여기서는 못 내려 드리고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 드릴게요”하자 “내려!” 또 한 번 고함을 지르시더니 “기사, 나한테 시비 거는 거야?” 하신다.

뒷거울로 살펴보니 차안에 정막이 흐르고 시민들의 시선이 나한테 쏠려있다. “시비가 아니라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 드린다고요. 1차선에서 어떻게 내려드려요?”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어허~ 얼른 문 열어!” 억양이 세고 단호하다. 하지만 여기서 내려 드릴 수는 없는 일이다.

신호가 바뀌고 차가 출발하자 손으로 뒷문을 마구 두드리며 고함을 치신다. “내려! 내려! 내려!...”

정류장에 도착해 뒷문을 열었다. 그러자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 말 없이 내려서 간다. 참 기가 막힐 노릇이다. 화를 내야하나 웃어야 하나. 한참 멍하니 뒷거울로 걸어가는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이때 운전석 뒤에 앉아 계시던 할머니가 사탕을 하나 건네며 말을 건다.

“기사님. 노인네가 망령이 났나 봐~ 이해하셔~”하며 미소를 지으신다.

“네~ 타실 때 말씀 드렸는데 다 아신다더니 저리 우기시네요”라며 나도 웃으면서 차를 출발 시켰다. 승차하실 때 마다 안내를 해 드리는데도 우기시는 어르신들 더 이상 어찌 해야 할까요? 답은 참고 다니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래도 대다수의 어르신들은 잘 알고 계셔서 다행이라고 위안을 삼으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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