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눈/ 강일구 미디어 블로그 ‘고함20’ 기자

10월 16일 저녁 6시가 조금 넘은 시각. 서울정부청사 앞에 자그마한 깃발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집회다. 하지만 모인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깃발이 보이자 전교조에 소속된 사람들과 몇몇 시민들이 모여 국정화 교과서 채택 철회를 주장하는 집회인가 싶었다.

그러나 집회현장으로 다가갈 때마다 익숙하지 않은 노랫소리가 크게 들렸다. 기타 반주에 사람들의 이름이 실려 있었다. 유명 인사의 이름도 아니도 위인들의 이름도 아니었다. 짐작이 가지 않았다. 집회 현장의 맨 앞에 배경으로 놓인 플래카드를 보고서야 어떤 집회인지 알 수 있었다. ‘세월호 희생 기간제 교사 순직인정 촉구 결의대회’ 였다. 집회의 1부 순서로 세월호 집회가 그리고 이어서 2부에는 국정화 교과서 반대 집회가 예정되어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세월호 침몰 뒤에도 일어났던 수많은 사건 사고들 때문에 여론의 나침판은 수십번 흔들렸고, 한 사건으로 여론이 집중되어 해결되는 일 또한 없었다. 모든 사건들이 천천히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 그리고 가슴 속에서 잊혀져 나갔다. 하지만 아직도 광화문 앞 세월호 사건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놓은 천막에서는 시민들의 흐린 기억과 싸우는 사람들이 있었다. “세월호 조기 인양”, “김초원, 이지혜 기간제 교사들의 순직 처리에 대한 차별 반대” 그리고 “세월호 참사 당시 잠수사로 일하던 시민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 무죄 탄원”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은 계속된 정부의 무능에 지친 시민들에게 이 사실들을 알리기 위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오늘 집회는 김초원 교사와 이지혜 교사의 차별적인 순직 처리에 대한 문제 제기를 위해 열렸다. “여러분들 정부청사에 불이 켜진 모습이 보이십니까. 저렇게 열심히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왜 우리 사건은 해결해 주지 않는 걸까요. 왜 인사혁신처장은 입을 다물고 있는 걸까요.” 집회를 진행하던 사회자가 한 말이다. 이날 집회가 시민들의 통행이 많은 광화문 광장의 위쪽이 아닌, 광화문의 한 구석에 위치한 서울정부청사 앞으로 잡은 이유이기도 했다.

두 교사를 추도하는 묵념으로 집회가 시작 되었고, 정부의 침묵에 대하여 비판하는 변호사와 교사들의 연설로 집회는 계속 진행됐다. 가을밤의 쌀쌀한 바람과 차들의 시끄러운 경적소리 때문에 자리를 뜰만도 했지만 잠시도 자리를 떠나는 사람은 없었다. 김초원 교사와 이지혜 교사의 차별적인 순직 처리에 대한 집회는 집회 참가자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모두 따라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1부가 그렇게 끝나고 잠시 쉬는 시간이 지난 뒤 2부가 바로 진행되었다. 1부와 2부의 차이점은 사회자 뒤의 배경이었던 노란색 플래카드가 국정화 교과서를 규탄하는 플래카드로 바뀐 것 밖에 없었다. 시민들은 엉덩이를 땅에서 떼지 않았다. 그리고 집회는 1시간 가량 더 진행되었다. 이날의 집회가 마무리로 향하고 있을 때쯤 사회자는 “우리는 반드시 이길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길 때까지 투쟁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라고 외쳤다. 비록 집회의 규모가 작긴 했지만 이런 기세라면 여기 있는 사람들을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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