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공동체권리헌장 제정 추진에 진보진영‧교육관련 시민단체 반발
공약엔 분명 조례였는데, 갑자기 헌장으로 바뀌었다…납득할 수 없어”

최근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이 ‘교육공동체권리헌장’제정을 하려고 하자 사실상 그를 지지했던 진보진영 교육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이 반발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충북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감의 당초 공약은 교육공동체권리헌장을 만드는 게 아니라 조례를 제정하는 것이었다. 헌장은 법률적 규정이 없는 선언에 불과하니 원래 공약대로 조례를 지정하라”라고 촉구했다.

도교육청이 추진하는 교육공동체권리헌장은 교사, 학생, 학부모의 인권을 모두 보장하는 내용을 담게 된다. 지난 8월 교육공동체권리헌장 제정위원회가 처음 소집됐고, 지금 제정을 위한 논의를 하는 중이다.

 

소통 제대로 안 돼

 

그런데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 충북교육연대 등은 이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다. 충북교육연대 조장우 국장은 “처음 공약과 달라지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교육감의 일방적인 판단이 이해가 안 된다. 더군다나 현 교육감은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 상임대표를 맡기도 했었다. 학생인권 조례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 텐데 납득이 안 된다”라고 성토했다.

▲ 지난 13일 충북도교육청 앞에서 진보진영 교육관련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감의 당초 공약은 교육공동체권리헌장을 만드는 게 아니라 조례를 제정하는 것이었다. 헌장은 법률적 규정이 없는 선언에 불과하니 원래 공약대로 조례를 지정하라”라고 촉구했다.

헌장과 조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허건행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헌장은 법률적 규정이 아니라 선언에 불과하다.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담기 위해서는 헌장이 아니라 조례제정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도교육청은 이에 난색을 표한다. 일단 강원도와 전라남도가 충북이 추진하려고 했던 원안과 비슷한 교육공동체 인권 관련 조례를 발의했지만 도의회에서 부결됐다는 것이다. 강원도는 학교구성원의 인권에 관한 조례를 2013년 도의회에 제출했지만 계류 중이고, 전라남도는 교육공동체 인권조례를 2012년 4월 제출했지만 보류된 상태다. 조례가 붙으면 보류됐지만 헌장은 통과가 쉬웠다. 대구시는 대구교육헌장을 2012년 공포했다. 제주도는 2012년 학교교육활동 보호에 관한 조례가 통과된 바 있다.

 

타 시도 사례 열거하며 반대

 

또 다른 이유는 교권조례 제정을 놓고 교육부와 타 시도 교육청의 법적인 다툼에서 불가하다는 판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2012년 경기도교육청이 교권보호 조례안을 도의회에 제출했지만 교육부가 "교권 등 교육에 관한 사항을 조례로 정하는 것은 헌법의 교육 자주성, 전문성 등에 대한 법률적 보장과 교원지위법정주의 등에 위반된다"는 등의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이후 교육부가 교권보호 조례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서 당시 경기도의회에 계류중이던 경기도 교권보호 조례안도 자동 폐기된 적이 있다. 상위법인 국가공무원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허 집행위원장은 “학교에서 제일 약자는 학생이다. 학생, 교사, 학부모의 인권을 보장하는 교육공동체권리헌장 조례제정이 어렵다면 먼저 학생인권조례부터 만들면 된다. 처음부터 학생인권조례를 만들려고 했던 것이다. 이미 2011년 지역사회에서 학생인권조례제정 운동이 일지 않았나. 그러한 경험도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2011년 5월 충북학생인권조례운동본부가 출범됐고, 주민발의가 진행됐다. 당시 1만 6000명의 도민서명을 받았지만 도의회에 발의하지도 못하고 당시 도교육청(이기용 전 교육감)이 자체 심의위원회에서 각하시켰다. 김병우 현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운동본부 상임대표를 맡고 있었다.

이후 이에 대해 행정소송이 2013년 진행됐다. 1심에서 학생인권조례운동본부가 패소했다. 학생옹호관, 학생인권 교육원 등 사무기구 설치조항이 위법하고, 학교장 학칙권한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 패소이유였다. 2심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학생인권조례운동본부는 소를 취하했다.

 

이미 주민발의 했는데…

 

학생인권조례는 현재 서울, 광주, 경기, 전북에서 2011년부터 2013년에 걸쳐 만들어졌다. 교권관련 조례는 인천, 대구, 광주, 세종, 강원,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제주에 만들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교육감은 “주민발의 절차를 다시 밟아서 오라”고 시민단체들과 면담과정에서 밝혔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교육감이 학생인권조례를 발의하라”라고 상반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미 광주, 전북, 경기도의 경우는 교육청(교육감)이 학생인권조례를 발의했다는 것.

이를 두고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교육감이 발의한다고 해도 현재 도의회 상황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 일로 지역사회에 불필요한 진보-보수 갈등만 부추기게 될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 지난 2011년 당시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 상임대표를 맡아 조례제정을 촉구하는 김병우 교육감의 모습. 현재의 상황과 대조되고 있다.

조 국장은 “이 같은 발언은 주민발의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다. 실질적인 조례 제정을 통해 학생인권을 보호해야 한다. 교권조례가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학생인권조례까지 빼야하는 이유는 없다. 비장애인 인권조례가 없다고 해서 장애인 인권조례가 만들어지면 안 된다는 논리와 무엇이 다른가.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진 곳은 학교폭력도 적게 나타났고 긍정적인 효과들이 이미 제시됐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전국적으로 학생인권조례를 고민하는 곳들이 많다. 기존 지역 외에 제일 먼저 만들어질 곳으로 충북을 점찍었다. 이미 지역에서 의제가 됐고, 주민발의를 통해 일부동의도 얻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허 집행위원장은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열망이 아직 크다. 교육청을 꾸준하게 압박하는 방법이나 정 안되면 주민발의를 다시 하는 것도 고민 중이다”라고 밝혔다.

도교육청은 지금으로선 교육공동체권리헌장을 그대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생인권뿐만 아니라 학부모, 교권보호도 해야 하는 데 교육공동체가운데 어느 한 대상만을 놓고 조례를 제정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권리헌장은 현실적으로 필요하고 가능하기 때문에 먼저 시행하고, 운동차원에서 학생인권조례를 끌고 가면 교육청에서도 이를 고민해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관계자 모 씨는 “권리헌장은 헌장대로 만들고 이후 조례제정을 위해 노력하면 되지 않나. 교권조례가 안된다고 하니 학부모와 학생인권조례부터 만들자고 주장하면 된다. 불필요한 갈등을 키우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