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사람들/ 김동진 청주삼겹살 ‘함지락’ 대표

박근혜 정부가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각종 지원을 강화하면서 시장상인회의 역할이 새삼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전통시장 별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핵심 골자로 하는 정부의 전통시장 지원정책은 시장상인회를 기초 지원단위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정부는 자생력을 갖추려 노력하는 시장을 우선적으로 지원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그 판단기준은 상당 부분 시장상인회의 간절한 자생의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전통시장에 대한 정부의 지원규모는 막대하다. 올 들어 중소기업진흥공단을 통해 새로운 형태로 지원되는 사업을 보면, 전체 1370여 개의 전통시장 가운데 글로벌 명품시장 6곳에 각 50억 원, 문화관광형 시장 33곳에 각 18억 원, 골목형 시장 73곳에 각 6억 원등에 이른다. 이밖에 기존에 사업대상지로 선정된 뒤 지속사업으로 진행되는 시장을 감안하면 사실상 전국 거의 모든 전통시장이 정부지원을 받는다고 보는 편이 맞다. 지원사업의 주체도 중소기업진흥공단을 비롯해 문화관광부, 안전행정부 등 중복적이어서 전체 지원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역설적으로 상인회의 자생력은 쇠퇴하고 자구노력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상인회의 자체 기획력이나 추진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사업계획서 작성을 위해서는 광고기획사나 전문 사업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상인회는 이들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사업내용에 대해 설명을 듣고 취사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상인회나 상인회장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결국 기획사의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사업 가운데 적당한 사업을 고르는 것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실제로 전국에서 진행되는 사업 내용을 보면 거의 천편일률적이고 대동소이하다는 것을 금방 눈치 챌 수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상인회장의 영향력은 막대하게 작용하고 있다. 시장 살리기에 온갖 열정을 쏟는 상인회장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인회장은 웬만한 정치인 못지않은 정치력을 행사한다. 자신의 업적을 위해서는 정부 지원사업을 따오는 것이 중요한데 그럴수록 상인회 자체 역량보다는 외부 기획사에 의존하기 마련이다. 상인회장은 굳이 상인회 내부의 참신한 아이디어나 자구노력을 도모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이사회에서 몇 명의 지원군만 필요할 뿐이다. 또한 광고기획사들은 상인회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자신들의 사업계획서가 채택되길 부탁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기 때문에 그동안 전통시장에 대한 지원이 ‘밑 빠진 독에 물 붇기’라는 말이 나온다.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통시장 살리기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지난 십 여 년 동안 지원된 수 조원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경쟁력을 갖춘 전통시장은 그리 흔치 않다. 정부로부터 수혈을 받지 않고 생존할 수 있는 전통시장이 과연 있을까 하는 의문마저 든다.

청주시의 경우, 상권활성화 재단이 일부 전통시장에서 추진되는 사업에 대한 집행과 관리 업무를 맡으며 상인회와 보조를 맞추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광고기획사보다는 관내 전통시장의 장단점을 비교적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재단이 가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단의 본래 설립취지에 맞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재단의 전문성을 확보할 인력과 시스템을 더욱 보강해야 하는 이유이다.

상인회는 상인들의 자발적인 의지에 기반하는 시스템에 의해 움직여져야 한다.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상인회의 경쟁력이요, 자생력이다. 시스템의 기본은 자발적인 참여요, 민주적인 결정과정이다. 한 두 사람의 입김에 의해 움직여서는 생존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특히 상인회장은 내부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독선적이고 불통적인 운영으로는 화합을 이끌어내기는커녕 자칫 개인 신상에 불명예를 당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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