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치킨展’ 저자 정은정 씨가 들려 준 치킨 이야기

사진/육성준 기자

우리나라 최초로 치킨에 대해 고찰한 책으로 평가받는 ‘대한민국 치킨展’의 저자 정은정 씨가 지난 13일 청주를 방문했다. 충북청주경실련이 마련한 강연회에 강사로 나선 정 작가는 ‘위기의 자영업을 진단하다’란 주제로 치킨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정 작가는 치킨 전문가답게 치킨의 도입 시기와 배경, 닭요리의 변천사 등을 유쾌하게 들려줬지만 2시간 동안의 강연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사회학을 전공한 정 작가는 치킨에 열광하는 한국사회를 진단하며 그 속에서 경제적 악순환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육계농가 치킨점주 등 치킨산업 종사자의 삶을 들려주었다.

한국에서 한 해에 도축되는 닭은 약 8억 마리에 이르고, 그 중 절반 이상은 후라이드 치킨으로 소비된다. 병아리를 닭으로 키우는 것은 육계 농가의 일인데 이들 중 90% 이상이 하림과 같은 기업에 소속된 계약농가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기업에 소속된 농가는 본사의 지시사항에 따라 병아리를 공급받아 회사에서 공급하는 전용사료를 먹여 한달 정도 키워서 출하한다. 그렇게 해서 농가에 떨어지는 소득은 마리당 400원 정도다. 후라이드 치킨 한 마리를 사먹으려면 1만 6000원을 지불해야 하지만 프렌차이즈 본사의 횡포 속에 치킨 한 마리를 팔아 치킨점주가 가져가는 이익은 2000~3000원에 그친다.

치킨집 형편이 이런데도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치킨점이 새로 생기고, 문을 닫는 악순환을 계속한다. 국내 치킨집은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9.5%씩 늘어 현재 3만6000개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맥도날드의 전 세계 매장 수(3만5000개, 2013년)보다 많다.

정 작가는 “치킨산업의 현실은 양계농가 농민은 물론 치킨집 창업자도 돈을 벌기 힘든 구조”라며 “할 게 없어서 치킨집 창업을 고민하고 있다면 아무 것도 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말이 좋아 사장님이지 을 중에 을, 노동자 중에도 근무환경이 아주 열악한 노동자”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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