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난 8월 노사정위원회 합의 근거로 저성과자 해고지침 마련
노동계, “공정평가 거짓, 찍히면 해고”…‘위로금0원 공짜해고’ 양산

# 1. 지난 8월 13일 한국노총이 포함된 노사정은 정부가 저성과자해고지침을 만드는 데 합의했다. 그동안 정부와 기업은 경쟁력을 높이고 청년 채용의 문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저성과자 해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표면적으로 인사평가에서 연속 최하위 평가를 받아 회사가 재교육 등 기회를 줬는데도 개선이 안 될 경우 저성과자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노동계에선 노조활동가나 회사에 밉보인 직원들을 내쫓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 2. MBC는 'S-T-O-N-R' 등급 평가제도를 운영했다. 언론노조에 따르면 MBC는 공정방송 파업’에 참여했던 조합원들을 본인 업무와 무관한 부서로 인사발령 한뒤 최하 등급인 R 등급을 연속으로 부여했다.

# 3. 2014년 노조탄압에 항의해 259일 철탑노동성을 진행했던 유성기업 이정훈 씨는 지난 여름 구안와사 증상이 나타나 병원 치료를 받았다. 그는 2011년 10월에 해고를 당했다. 법원은 이 씨의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결해 2013년 6월 복직했다. 하지만 회사는 복직 4개월 뒤 같은 이유로 이 씨를 다시 해고 했다.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4년째 해고자다.

▲ 한국노총을 포함한 노사정위원회는 지난 8월 해고요건을 완화하는데 합의했다. 사진은 해고요건 완화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린 한국노총충북본부.

지난 8월 13일 한국노총과 정부, 경영자단체가 합의해 도입하기로 한 ‘저성과자 해고지침’이 노조 활동가나 회사에 찍힌 노동자에 대한 ‘표적해고’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청년고용을 위해서 노동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일부 노동자들은 1970년대처럼 후진적인 인권유린 상황에 처해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활동을 이유로 해고와 복직을 반복하며 고통을 겪는 노동자들이 늘고 있다. 이들 노동자 대부분은 노동위원회나 법원으로부터 부당해고 판결을 받아 복직했지만 인사권과 징계권을 가진 회사는 같은 사유로 징계와 해고를 반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급으로 60~70만원을 받으며 택시운전을 하고 있는 S교통 소속 김관식 씨. 그는 2013년 부터 공공서비스노조에 가입해 노조활동을 시작했다. 김 씨는 노조활동을 통해 불법인 사납금제와 도급택시를 근절해 택시 기사의 처우를 개선하고 싶었다. 현실은 김 씨의 바람과는 반대로 흘렀다.

그는 노조 활동 2~3개월 째인 2013년 5월과 8월에 회사로부터 승무정지와 해고를 당했다. 김 씨는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접수했다. 노동위원회는 회사의 해고가 부당하다며 ‘원직복직’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회사는 지난 7월과 8월 다시 그를 징계했다. 회사가 내세운 징계사유는 대리운전이었다. 김 씨가 대리운전을 하게 된 이유는 회사가 그에게 1일 4시간만 근무하게 하면서 70만원 안팎의 월급만 주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 씨는 “사장이 퇴직금 주고 딴 회사 취직 시켜 줄테니 회사를 떠나라고 했다. 단 노조만 만들지 말고 라는 단서를 달았다”고 밝혔다.

그는 “저성과자 해고지침이 만들어지면 나는 당연히 해고 된다”며 “사장 맘대로 점수를 매겨 저성과자로 만들면 그만 인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유엔산하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발암물질인 심야노동 금지를 둘러싸고 극심한 노사갈등을 겪었던 (주)유성기업 상황도 마찬가지다. 유성기업은 2011년 노조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노조간부 등 27명을 해고했다 법원으로부터 부당해고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유성기업은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2013년 27명중 11명을 다시 해고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겪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은 생각보다 크다.

2014년 노조탄압에 항의해 259일 철탑노동성을 진행했던 유성기업 영동공장에 재직중인 이정훈 씨는 지난 여름 구안와사 증상이 나타나 병원 치료를 받았다. 그는 2011년 10월에 해고를 당했다. 법원은 이 씨의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결해 2013년 6월 복직했다. 하지만 회사는 복직 4개월 뒤 같은 이유로 이 씨를 다시 해고 했다.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4년째 해고자다.

 

‘공짜해고에 해고대박’

옛 부용면에 위치한 위치한 (주)로버트보쉬기전에 근무했던 정근원 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노조 지회장이던 2012년 12월에 해고 됐다. 그는 해고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에 의해 2년 7개월 만인 올 6월에 복직했다.

하지만 회사는 복직 이틀째 되던 날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다시 징계했다. 정 씨는 “저성과자 지침이 만들어 지면 회사가 어떻게 활용하겠나. 제조업 컨베이어라인에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성과가 구분되지 않는다. 당연히 회사가 이런 저런 구실ㅇ르 붙여 밉상인 노동자를 퇴출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표적 징계가 노조간부에 대해 국한된 것은 아니다. 청주노동인권센터(대표 김인국 신부)에 따르면 자신이 다니던 회사의 노동관계법을 위반사항을 신고했던 노동자가 회사의 보복조치에 시달리고 있었다.

청주 모 식가공회사의 사내하청 업체에 다니던 A씨는 지난해 회사가 노동관계법을 위반했다며 노동부에 진정을 냈다. A씨가 진정서를 접수하자 회사는 위생 복장 의무 위반, 업무 지시 위반, 아침 조회 지각 또는 미 참석, 휴게 시간 중 탈의장 취침 등을 이유로 대기발령을 내린 후 기피업무로 전보 명령을 내렸다. A씨가 전보 명령을 거부하자 징계에 돌입하여 감봉과 정직 처분을 내렸다.

청주노동인권센터 주형민 노무사는 “현행 노동법에선 경영상의 이유나 노동자의 귀책사유에 의한 징계해고 외에는 해고할 수 없다. 하지만 저성과자 해고지침이 만들어지면 밉보인 노동자를 저성과자로 낙인 찍어 해고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노동계에서는 위로금과 명퇴금도 없는 ‘공짜 해고’를 양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언론노조는 “현재 해고가 어렵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지금도 매년 180만명이 해고를 당하고 있다 나쁜 일자리 때문에 떠나는 사람까지 합하면 500만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저성과자로 낙인을 찍으면 명퇴금이나 위로금이 필요 없다”며 “한마디로 해고대박이다. 이로 인해 기업이 얻을 이익이 10조원이 넘는다고 지적했다”

 

저성과자 해고지침이란?

지난 8월 13일 노사정위원회(위원장 김대환)은 정부가 저성과자해고지침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저성과자로 분류된 노동자에 대한 해고가 가능해졌다.

현행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은 저성과자에 대한 기준이나 해고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지금까지는 노동자가 과실이나 고의로 회사에 손실을 입히거나 무단결근을 하는 등 법에 정해진 징계사유가 있을 때 징계해고를 하거나 회사가 경영상 어려움으로 정리해고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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