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이상한' 택시분쟁 '이상無' 보고서

전국민주택시노조노동조합연맹(민택노련) 충북지부가 지난 5월말 설치한 청주 상당공원 천막농성장이 80일이 지나도록 버티고 있다.

 이들은 택시업체의 부가가치세 경감세액이 근로조건과 처우개선을 위해 쓰여지지 않고 있다며 항의농성에 돌입했던 것. 민택노련충북지부는 감독관청인 청주시에 실태조사를 요구했으나 정작 결과는 ‘이상 없음’으로 나와 “택시업체에 면죄부를 줬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청주시는 “노조가 참여한 가운데 조사가 이뤄졌기 때문에 이의 제기할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다. 전국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법인택시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와 부가세 경감세액의 부실운용과 그 원인에 대해 짚어본다.

지난 97년 도입된 전액관리제란 택시회사가 미터기에 찍힌 운송수입금을 전액 가져가되 운전기사에게 기본급에다 일정 기준 이상의 초과수입분을 나누어주는 제도이다. 이밖에 도급제(사납급제)나 자신이 편법적으로 차량을 매입하는 지입제 등 다른 임금체계는 모두 불법이다. 도급제와 지입제는 장시간 운전, 무리한 불법운행으로 대중교통의 안전운행에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에 금지시킨 것이다.

청주시는 지난 6월 농성중인 민택노련충북지부와 관내 21개 택시업체에 대해 전액관리제 실시 실태조사를 벌이기로 합의했다. 10일간 업체별로 2대씩 샘플링해 현지조사를 벌였고 노조측도 참관했다는 것. 시측은 “회사별로 샘플차량 2대의 2일치 입금표와 타코메타기를 비교해 운행거리와 수입금이 일치하는 지 여부를 직접 확인했다. 관내 전 차량을 다 조사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샘플조사 결과 수입금 전액이 입금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함께 참석한 노조 관계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21개 업체 모두 이상없는 것으로 처리 된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열악 기사부족, 독승무 늘어-
하지만 민택노련 충북본부측의 조사자료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지난 7월 12일 청주지역 법인택시 기사들을 대상으로 회사별로 전액관리제 실시여부에 대한 확인조사를 벌였다. 조사결과 온전한 전액관리제를 실시하는 업체는 세림운수, 영진교통 등 2군데로 나타났다. ㅊ ㅍ택시는 아예 독승무(교대없이 1인 근무) 위주로 운행하며 사납금은 가스 지급 여부에 따라 1일 8만5000~12만200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대근무(1일 2교대)할 경우 가스비를 기사가 부담하면 사납은 주간 5만4000~7만7000원/ 야간 6만4000~8만2000원으로 조사됐다. 회사가 가스비를 부담하면 주간 6만6000~8만1000원/ 야간 8만1000~8만5000원선으로 나타났다. 관내 21개 업체의 실사결과 전액관리제 위반행위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청주시와 전액관리제 전면실시 업체가 2군데에 불과하다는 민택노련의 주장이 극단적인 차이를 드러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택시운송사업주들은 “전액관리제를 실시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며 대다수 운전사들도 전액관리제를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민택노련 소속 택시업체도 완전한 전액관리제를 실시하지 못하는 이유가 일부 노조원 또는 비노조원의 반대 때문이다. 택시기사를 고정직업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당장 먹기좋은 꽂감’처럼 보이는 사납금제, 도급제 방식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택시기사 S씨는 “실직자, 신용불량자, 사업에 실패한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찾는 곳이 택시회사라는 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당분간 몸으로 때우고 언제든 좋은 자리가 있으면 떠난다는 생각이다. 요즘 젊은 택시기사들 가운데 10년간 무사고 운전해서 개인택시 면허 따겠다고 나선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다보니 노조는 집행부 의견에 따라 굴러가지만 상당수 조합원들은 무관심과 소극적 참여로 일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택시노조, 모래성 결집력이 한계-
노조 결집력이 허약하다보니 노조집행부도 공동단체교섭 등 연합전선에는 나서지만 개별 사업장 투쟁에는 취약한 형편이다. 따라서 청주시가 개별 사업장별로 전액관리제 조사 과정에 노조를 참여시켰지만 회사내 불법사실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내부고발’했는지 의문이다.

이에대해 청주시측은 "구체적인 임금지급 방식을 근로기준법이나 노사간 협의가 아닌 운송관계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최근 건교부가 전액관리제 강화입법 방침을 밝혀지만 국회 소관 상임위에서는 신중론이 대두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교통개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택시기사의 평균 임금은 113만원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더욱 나빠진 지금은 90만∼10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다보니 택시기사 지원자가 줄어들고, 회사는 기사를 구하지 못해 운행률이 60% 안팎에 머물고 있다.

작년도에 충북택시사업조합이 실시한 택시기사자격시험에 응시한 응시자는 2918명으로 전년도의 3716명보다 25%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고용구조가 취약한 택시업계의 고질적 한계상황을 감안한 법적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는한 법인택시가 안정된 직업으로 자리잡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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