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예찬/ 김춘길 충북사회복지신문 주필

100세 장수시대가 전개되면서 ‘인생2모작’에 이어 ‘인생3모작’까지 거론되고 있다. 인생2모작이 퇴직 이후의 제2의 삶을 의미하는데 대해 인생3모작은 삶의 가치를 기준으로 삶의 구간을 재단한다.

인생1모작(20~50대 중반 이전)은 ‘일 중심’, 인생2모작(50대 중반~70대)은 ‘보람 중심’, 인생3모작(70대 이후)은 자연회귀와 자아 찾기시기로 구분하고 있다. 그러나 보편적인 인생관찰은 인생2모작으로 집중된다. 최근 ‘황혼의 사랑2모작’이 현실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황혼의 사랑2모작’이란 백년해로를 약속했지만 배우자와 사별했거나 생전에 헤어진 60대 이후의 남녀가 다시 사랑의 대상을 찾는 행태를 함축하는 말이다.

건강한 고령자. 생체적으로 능력 있는 ‘젊은 노인’이 양산되고 있는 고령화 시대에서 싱글 고령자들(특히 남성들)은 외로움을 해소하고 생리적 욕구 등을 해소하기 위해 이성을 찾고 있다. 이른바 ‘노인 연애’가 늘어나고 있다.

일부 고령자들은 “다 늙은 이 나이에 무슨 연애...”하고 젊잖은 체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싱글들은 “늙은 말이 콩 싫어하는 것 봤느냐”는 말로 노년의 이성 선호심리를 대변하고 있다. 그래서 노인복지관을 통해 맺어지는 ‘복지관 커플‘(B.C), 즉 ‘노-노(老-老)커플’이 드물지 않게 탄생하고 있다. 경로당과는 달리 복지관에는 건강한 60~70대 남녀 고령층이 몰려 운동. 노래 등 취미생활을 함께하는 과정에서 연애감정이 싹터 커플로 발전하는 사례가 많아 ‘복지관=황혼사랑교실’이란 등식이 성립할 정도다.

그러면 고령층은 어떤 이성을 선호하고 있는가. 케이블채널 웨딩 TV와 결혼정보회사 선우가 전국 홀몸 노인 300명(남140명. 여160명)을 대상으로 ”이성 친구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녀가 공통적인 것과 다른 것이 각각 나타났다. 공통적인 것은 건강 90%, 성격85% 순으로 응답했다.

다른 것은 남성의 경우 여성의 외모를, 여성은 남성의 경제력을 중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녀가 공통적으로 건강과 성격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것은 오랜 결혼생활의 경험에서 건강과 성격의 중요성을 그만큼 절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늙어도 남자는 여성의 외모를 우선 보고, 여성은 남자의 경제력을 중시하는 것은 실버세대에 국한되지 않는 전세대 불문의 선택조건임을 확인할 수 있어 흥미롭다.

그런데 ‘황혼의 사랑2모작 길’에는 장애물이 등장한다. 노부모의 재혼을 반대하는 ‘자식들의 반란’이다. 홀로된 노령의 부모가 이성을 사귀는 것까지는 용인하되 결혼만큼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자식들의 완강한 자세가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자식들이 노부모의 정식 재혼을 반대하는 이유는 다양하나 대충은 이렇다. <노친네들이 사귀는 것은 상관없지만 다른 집 자식들과 엉키는 것이 싫다. 노부모 재혼으로 나중에 피 한방을 안 섞인 자녀들끼리 재산 다툼을 벌이게 될 일이 끔찍하다. 새아버지. 새어머니가 되어 40~50대 된 자식들(특히 며느리)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며 꼬박꼬박 어른노릇을 하려는데 질색이다. 늙은 아버지에게 접근한 중년 여인의 경우 대부분 부친의 돈을 노리고 있는 경우가 많아 너무 속이 들여다보인다. 부친이 그런 여인을 아내로 삼으면 결국 경제적 단물만 빨리고 버림받게 될 우려가 크다.>.. 옛날에는 자식 결혼을 부모가 좌우했지만 장수시대의 부모 재혼은 자녀들이 간섭하는 신풍속도가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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