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책방 생기니 주인·손님 모두 즐거워
상태바
시골에 책방 생기니 주인·손님 모두 즐거워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5.10.16 10: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책마을 꿈꾸는 김병록·백창화 부부, 괴산군 칠성면에서 ‘숲속작은책방’ 운영
개점 후 1년 동안 약 1000명 이용…최초의 가정식서점에서 ‘북스테이’도

괴산군 칠성면 미루마을에는 ‘숲속작은책방’이 있다. 이 책방은 여러 면에서 상식을 깬다. 우선 시골에 서점이라니, 몇 명이나 갈 까 하겠지만 2014년 4월 문을 열고 1년 동안 다녀간 사람이 1000명 가깝다. 그리고 서점을 따로 지은 게 아니라 주인 부부가 살고 있는 거실에 서점을 차렸다. 일명 가정식서점. 최초의 시도이다. 또 있다. 책이 있는 공간에서 하룻밤 보낼 수 있는 민박 ‘북스테이’를 운영한다. 이 또한 인기가 좋아 주말에는 여간해서 차지하기가 어렵다.

누가 동네서점이 죽었다고 하는가. 지금도 전국 구석구석에서는 이처럼 동네서점들이 생겨나고 있다. 더욱이 특이하기까지 하다. ‘퓨전요리’처럼 경계를 허문 서점은 재미있고 신선하다. 커피 마시며 책을 고를 수 있는 서점, 맥주 마시며 책을 볼 수 있는 서점, 여행상담을 받으며 여행서를 살 수 있는 서점, 그림책 서점, ‘북스테이’를 운영하는 서점 등.

‘숲속작은책방’은 김병록·백창화 씨 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서점이다. 새로운 시도로 재미를 안겨준 덕분에 이미 유명해졌다. 지난 10여년간 고양시 일산구와 서울 마포구에서 사립 어린이도서관인 ‘숲속작은도서관’을 운영했던 이들은 2011년 시골생활을 꿈꾸며 괴산으로 내려온다. 그러나 보통사람들처럼 농사를 지을 생각보다는 책과 관련된 일을 하리라 생각하고 왔다는 것. 작가인 부인 백 씨는 그간 ‘가업을 잇는 청년들’ ‘누가 그들의 편에 설 것인가’ 등의 책을 냈고, 남편 김 씨는 직장생활을 하다 그만두었다.

김 씨는 “내려오기 전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책마을을 만들고, 책과 관련된 활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런 원칙하에 오랫동안 준비를 해왔다. 유럽의 책마을을 찾아다니며 책으로 먹고 사는 게 가능한지 알아보았다”고 말했다. 이들이 정착한 괴산 미루마을은 처음에 인하대 동문들이 추진한 전원마을이나 규모가 커지면서 외부사람들도 입주했다. 산막이옛길 근처에 위치해 있고 57가구가 들어섰다.

그러나 차질이 생겼다. 그는 “괴산에 아무 연고가 없으나 시골인데다 교육문화마을이라서 내려왔다. 그러나 마을회관 준공이 늦어져 작은도서관을 만들지 못했다. 마음고생 좀 했다. 그러던 중 블로그를 본 사람들이 알음알음 찾아와 2013년 민박을 하게 됐고, 다음 해 책방을 냈다. 시골에서 책방 운영이 될까 반신반의 했으나 우리 부부가 낸 책이 입소문이 나면서 월 200~300명이 찾아오는 곳이 됐다”며 즐거워했다.

그는 손님들이 묵어가는 2층을 열고 외국에서 사온 갖가지 재미있는 책과 동화속 캐릭터 등을 보여주었다. 아이들에게 책과 관련된 재미있는 추억거리를 선물하고자 노력하는 주인의 마음이 전해졌다. 2층은 방 두 칸인데 한 팀만 받는다. 이들은 민박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책을 좋아하는지 등을 묻는 ‘면접’을 보고, 이 책방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책을 한 권 이상 사야 한다는 특별한 ‘강매’규칙을 정했다고 한다. 이 집에 있는 책장과 오두막 책방, 파고라 등은 김 씨가 톱질을 해가며 직접 만든 것들이다.

동화속 집처럼 예쁜 모습에 현관과 거실은 물론 계단, 다락방, 오두막까지 집 전체를 책으로 채운 ‘숲속작은책방’은 구경하는 것 만으로도 재미있다. 그러면서도 가정식 서점이라 아주 편안하다.

김 씨 부부는 ‘낯선 이를 냉대하지 말라, 천사일지 모르니’라는 글이 걸려있는 프랑스 파리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을 모델로 삼고 있다. 이들은 “이 서점은 갈 곳 없는 작가, 꿈을 키우는 무명인들에게 기꺼이 침대와 수프를 내준 곳”이라며 “‘숲속작은책방’이 가난한 작가와 예술가, 시민운동가, 도서관 자원활동가들이 하룻밤 쉬어갈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책방 주인의 철학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부디 ‘숲속작은책방’이 책마을의 기폭제가 되어 우리나라 농촌마을에도 작은 서점들이 들어서는 즐거운 일이 생기길 바란다.


책있는 곳이면 가리지 않고 방문하는 부부
‘유럽의 아날로그 책공간’,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 발간

김병록·백창화 씨 부부가 지은 책이 두 권 있다. ‘유럽의 아날로그 책공간’과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 숲속작은책방이 입소문을 타게 된 것은 부인 백 씨가 만든 블로그( http://blog.naver.com/supsokiz)와 바로 이 책들 덕분이다. 이 책을 읽고 부부의 철학과 책방을 내게 된 동기, 우리나라 동네서점들의 동향 등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유럽의 아날로그 책공간’은 35일 동안 영국·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 등 4개국의 책마을·동화마을·서점·도서관을 방문하고 쓴 순례기이다. 유럽여행은 정진국 교수의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에서 힌트를 얻고 떠난 것. 이농현상으로 죽어가는 농촌을 살리기 위한 대안으로 시작된 유럽의 책마을을 이 책에서 보고 ‘우리나라는 안될까’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데 백 씨 부부는 실제 이 곳 현장에 다녀왔다.

이 책에는 세계 책마을의 시조인 영국 헤이온와이 책마을과 아름다운 프랑스 앙비에를·몽톨리외, 이탈리아 몬테레지오 책마을이 나온다. 1962년 설립된 영국 헤이온와이 책마을은 그림같이 예쁜 전원풍경에 30여곳의 책방이 모여있고 해마다 책 축제 때 전세계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평소에도 민박집에 관광객들이 넘칠 만큼 색다른 관광도시가 됐다고 한다. 이농현상으로 폐허가 되다시피한 시골이 책을 매개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또 이 책에는 전세계 어린이들이 가보고 싶어하는 이탈리아 콜로디의 피노키오 국립공원과 스위스 하이디 마을, 영국의 윈더미어 피터래빗 박물관과 작가인 포터기념관 등도 등장한다. 프랑스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과 영국·스위스·이탈리아 공공도서관 얘기도 나온다. 우리나라의 작은 책방들과 ‘북스테이’ 하는 공간을 찾아다니며 쓴 ‘작은 책방~’에는 전국 작은 책방 지도가 들어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