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지방선거에 출마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선은 고사하고 출마단계부터 여러 가지 제약을 받는다. 누구는 남편이 없어서 안되고, 또 누구는 남편이 공무원이라 안된다는 것이다.
남편이 없는 사람은 남자관계가 복잡하다는 비방이 상대 후보진영으로부터 날아오기 때문이고, 남편이 공무원인 경우는 인사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어 일찌감치 포기한다는 얘기다. 또 심지어는 못생겨서, 너무 튀는 성격이라 안된다고 제껴놓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보니 여성들은 출마할 결심을 하다가도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근다’는 식으로 후퇴하기 일쑤다. 그동안 여성들은 선거에서 언제나 소외된 계층이었다. 출마하는 남자들을 뒤에서 도와주는 역할이 전부였다고 할까. 남성이 출마하면 온 가족, 집안, 동문, 지역사회가 발벗고 나서는게 인지상정이지만 여성들은 그런 ‘호사스런 일’을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시중에는 “나도 부인이 있으면 당선될 수 있다”는 여성들의 말이 있지 않은가. 뼈있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아니, 그보다 도움을 받기는 커녕 가족의 반대에서부터 걸리고 마는게 많은 여성 후보들의 현실이다. 출마권유를 받는 한 여성이 이유를 댄 것도 남편이 반대해서 안된다는 것이었다. 당선의 영광을 안은 여성의원에게 심심찮게 묻는 질문도 “남편이 반대 안했느냐”는 것이다. 선거에 나가겠다고 하면 우선 반대부터 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러나 남성들은 반대를 무릅쓰고 출마하는데 반해 여성에게 돌아오는 반대는 그 강도가 훨씬 심해 주저앉고 마는 경우가 많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여성계에서는 막상 지방선거를 몇 개월 앞두고 여성후보들을 많이 내보자는 논의를 하지만 떠오르는 인물이 없어 고민에 빠졌다. 이것은 여성들이 의원감으로 함량미달이라는 말이 아니라 그동안 인물을 키우지 않았기 때문에 봉착하는 문제다. 서울은 ‘여성정치세력화를 위한 연대모임’ 과 이와 유사한 단체들이 후보들을 발굴해 교육시키고 지원하는 일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충북에서는 이런 곳이 한 군데도 없다. 정당 활동을 하고 있는 여성들도 허드렛일이나 봉사나 하고 있지 도내에서는 당의 신임을 받고 의회나 국회에 진출한 사람을 볼 수 없다. 그 동안 각당은 여성후보를 발굴하는 일에 거의 관심이 없었다. 당 관계자들은 공적인 자리에서는 ‘21세기는 여성의 시대’라고 하고, 토론회 자리에서는 여성후보를 발굴 육성한다고 하지만 이들의 노력이 가시화된 것은 거의 없다.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상대적으로 청렴하고 권력지향성이 낮은데다 정책 위주의 생활밀착 정치를 펴 이미 지방의회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여성들이 집안살림을 도맡아 하니까 살림하듯이 지역일을 구석구석 살피면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으나 여성들이 살림을 잘해 의원 역할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살림 이전에 여성에게는 정직과 양심의 거울이 살아있고, 얼렁뚱땅 좋게 좋은 것이라고 넘어가지 않는 치밀함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의원직을 발판으로 출세하려는 욕구가 남성들보다 강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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