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사회 읽기

Artist 2창수

▲ Jean-Leon Gerome, Pygmalion and Galatea, 1890,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세상일 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오랜 먼지가 나는 것처럼 묵은 긍정의 문구다. 특히 요즘처럼 살기 좋은 나라가 있다고 무작정 믿고 한국을 떠나는 청년이나,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모두에게 희망의 글이다. 이러한 글귀처럼 긍정과 희망을 보여준 그림이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이다. 이 그림은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이는 1890년의 작품으로 그리스 신화나 역사를 잘 표현하던 장 레온 제롬(Jean-Leon Gerome,1824~1904)의 작품이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화가겠지만 그의 그림은 가끔 화보집에서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적어도 나에게 그의 이름은 여전히 생소하며 외우기엔 쉬운 이름이 아니다.

하얀 피부의 아름다운 여인과 별로 멋질 것 같지 않은 남성과의 키스장면은 뭔가 어울리지 않는 어색함이 있다. 조각가의 작업실로 보이는 투박한 공간에 대리석과 같은 하얀 여인의 실체는 조각상이다. 발은 아직 조각상을 완성하지 못한 듯 하얀 대리석 파편의 느낌 그대로 이다. 그러나 상체로 올라 갈수록 사람 피부색을 가지고 있으며 따뜻한 체온이 가능할 것이라는 착각을 주기에 충분하다. 조각상에 입을 맞추는 남자는 키프로스의 조각가이자 왕인 피그말리온이다. 그는 독특한 긍정의 힘으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한다. 여느 여자를 멀리하고 자신이 만든 조각을 사랑하던 피그말리온은 미의여신 아프로디테에게 소원을 빈다. 간절한 그의 소원은 신을 감동시켰으며 이로 인해 조각상 갈라테이아는 생명을 얻게 되고 피그말리온과 결혼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1968년 로젠탈(Rosenthal, Robert)과 제이콥슨(Jacobson, Lenore)에 의한 실험으로 긍정의 심리효과가 증명 되었다. 무작위로 선정된 평범한 학생들에게 자신의 지능을 높게 생각하도록 믿게 만들고 8개월이 지난 후 다시 그들의 지능에 대한 검사를 실시했다. 8개월 후에 그들은 보통 학생들보다 우수한 성적과 지능을 나타내는 결과를 만들게 되었다. 타인이 거는 기대효과가 스스로에 영향을 미쳐 우수한 사람으로 변화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희망은 무생물인 조각상에도 생명이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는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긍정의 대표적 이야기로 변화되고, 확대되고, 연구되었다. 희망을 찾아 북한에서는 남한으로 내려오고 남한에서는 외국으로 떠나는 현상을 보면서 어떠한 긍정을 추구하는 한국 사회가 되고 있는지 늘 신비롭다. 내 주위 것을 부정하고 떠나며 외치는 것이 “희망을 찾아 가는 것!”이라는 청년들의 말은 오늘 한국 사회가 어떠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인가?

한국의 갈라테이아가 생명을 얻을 기회가 생길 때 차라리 조각상으로 계속 있게 해달라는 사회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의 희망은 피그말리온의 욕구만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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