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 오옥균 경제부 차장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일명 수저계급론이 화제다. 수저계급론은 부모의 재력과 사회적 조건에 따라 금수저·은수저·흙수저 등으로 계급을 나누는 것을 말한다. 자신을 포함한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 범주에 넣고, 일부 잘나가는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을 금수저로 칭한다. 한마디로 흙수저 물고 태어난 사람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과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자조 섞인 분석이 수저계급론인 것이다.

이 같은 수저계급론은 동물사회에도 존재한다. 현대사회 이전까지 흔히 말하는 동물의 대부분은 가축이었다. 말그대로 집에서 키우는 소나 돼지 등으로 고기와 털, 젖이나 가죽을 얻기도 하고, 가축의 힘을 이용해 농사를 짓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사실상 가축의 개념이 사라졌다. 고기를 얻기 위해 대규모 축사에서 사육되는 동물과 방안에서 같이 뒹굴며 때로는 사람 이상의 대우를 받는 애완동물로 나뉜다. 애완동물은 애완 수준을 넘어 반려동물로 그 생명적 가치가 더욱 높아졌다.

반려동물 시장은 산업계 전반에서도 가장 가파르게 성장하는 업종이다. 우리나라 반려동물 시장은 지난 5년간 80% 성장하며 올해 1조 8000억원 규모가 예상된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져 2020년에는 222.8% 증가한 5조 8100억원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사람도 먹기 힘들다는 유기농으로 생산된 사료를 먹이고, 반려동물에게 입힐 수십만원대 구스패딩도 등장했다.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고, 아플 때를 대비해 보험에도 가입한다. 카페는 물론 호텔도 영업 중이고 반려동물을 위한 장묘서비스도 등장했다. 이런 호사를 누리는 반려동물들이야말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동물일 것이다.

그럼 흙수저, 그보더 더 낮은 똥수저를 물고 태어난 동물은 어떤 동물일까. 바로 우리가 먹기 위해 기르는 소, 돼지, 닭 대부분이 이 계급 범주에 놓여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말 그대로 똥밭에서 생활한다. 몸도 움직일 수 없을 만큼 좁은 케이지 안에서 시름시름 앓으면서 커가는 닭이나 같은 이유로 좁은 돈사에서 먹고 자고를 반복하는 돼지, 마블링을 얻기 위해 인간들이 고의적으로 성인병에 걸리게 하는 소까지, 상황이 이러한데도 반려동물은 애지중지 키우면서 이들의 생애에 대해서는 못 본 척 외면하는 게 현실이다.

지난호 6차산업 취재를 위해 방문한 축산농가들은 동물복지인증농장이었다. 동물복지농가의 탄생을 두고 결국 더 좋은 고기를 먹기 위한 인간의 욕심이 아니냐고 비판하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기자 또한 종종 논리의 궁색함을 느끼곤 한다. 그럼에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최소한 전자의 가축들 삶보다는 이들의 삶이 행복할 것이란 확신이다. 동물들이 넉넉하진 않지만 갇혀 있지 않고, 본능대로 누리고 살다 가므로 양심의 가책을 덜 느껴도 될 거라고 스스로 위로할 수 있다는 점도 동물복지농장이 더 필요한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흙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 실망하고, 사회를 원망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다른 누군가에게 그보다 못한 똥수저의 삶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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