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라도 재산권 행사를”…개정안, 연말 처리 기대
대청호보전운동본부 “규제 완화 땐 수질 악화 불 보듯”

12일 청주시가 대청호 상수원 보호구역 일부 지역에 대한 행위제한 완화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청주시의 발표에 수 십 년간 재산권 행사를 못했던 해당지역 주민들은 환영의 뜻을 밝힌 반면 대청호보전운동본부 등 환경단체들은 지속적인 규제 완화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건희 대청호보전운동본부 사무처장은 “청주시가 추진하겠다는 환경정비구역 추가 지정 자체는 예전부터 진행했던 사업으로 타당성이 있다. 문제는 충북도를 비롯해 지역 정치권 이 더 큰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대청호 수질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평가했다.

▲ 상수원보호구역 및 득별대책지역 등 대청호 인근 개발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개발 억제를 통해 상수원을 보호하자는 측과 지금의 규제가 과하다는 의견이 양립하고 있다.

대청호 주변 규제완화는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다. 상수원으로 사용되는 대청호 주변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자기 땅에 집을 짓는 등의 기본적인 재산권 행사도 하지 못하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문의면 일대는 대청댐이 완공된 1980년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후 35년간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고 있다. 문의면 뿐만 아니다. 옥천군과 보은군 일부 지역도 특별대책지역(1권역)으로 묶여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아왔다.

 

박덕흠 의원 대표발의로 재 점화

30여 년간 지속되면서 숙명처럼 받아들인 규제에 대해 완화 요구가 거세진 것은 지난해부터다. 지난해 환경부가 ‘금강수계 물관리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개정안은 보은·옥천 등 특별대책지역에 대한 일부 규제 완화를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상임위의 보류로 무산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인 박덕흠(새누리당) 의원이 또다시 해당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재점화됐다. 이와 함께 최근 들어 규제완화를 요구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국회 일정상 국정감사가 마무리된 지금이 개정안 입법의 기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옥천군 시내버스터미널 앞에서는 서명운동이 진행됐다. 관련법 개정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이었다. 이날 작성된 서명부는 개정안이 계류 중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전달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2일에는 옥천군의회가 법률 개정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국회에 보내기도 했다.

충북도도 규제완화를 촉구하는 입장이다. 환경단체들이 수질 저하를 우려해 반대 입장을 밝힐 때도 충북도는 “규제완화가 수질악화를 초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충북도가 이같이 주장하는 근거는 팔당호다. 2011년 한강수계 상수원수질개선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팔당호 특별대책지역에 대한 규제완화가 시행됐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수질 악화 현상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 지난 7일 옥천읍 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대청호 주변지역 규제 완화를 위한 서명운동이 진행됐다.

규제완화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측의 또 하나의 논리는 형평성이다. 앞서 말한 대로 팔당호 주변 지역의 경우 2011년 이미 해당 법률 개정을 통해 호수 주변에 들어설 수 없었던 800㎡ 이상의 건축물이나 400㎡ 이상의 숙박·식품접객업소, 축산시설이 가능해졌다. 반면 대청호는 아직까지 법률이 개정되지 않아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박덕흠 의원은 대청호 수계가 한강보다도 앞서 오염총량제가 시행됐고, 수변구역과 자연환경보주지역, 상수원보호구역 등 이중삼중으로 규제가 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과다한 규제보다 주민불편을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청주시와 옥천·보은군 주민들로 구성된 대청호 상생발전협의회도 환경규제로 인한 지역경제 손실액이 9조원에 육박한다면서 법개정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팔당호와 대청호 같은 잣대는 위험”

하지만 대청호 주변 규제 완화에 대한 시민들의 입장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대청호보전운동본부는 팔당호와 대청호를 같은 잣대로 재단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입장이다. 이건희 사무처장은 “팔당호 상류에는 몇 가구 살지 않는 반면 대청호 상류에는 여러 마을이 있다. 오염발생원이 그만큼 많다”고 설명하며 “지난 10여년간 수질 개선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녹조나 오염 문제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올해는 가뭄까지 겹치면서 수질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형평성만으로 개발하자고 하는 것은 앞뒤가 바뀐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이 처장은 또 절차상 문제점도 지적했다. 대청호 물을 식수원으로 사용하고 있는 청주시민들의 의견수렴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처장은 “팔당호의 경우 10년 전부터 협의기구를 설치하고 주민의견 수렴 과정을 진행해왔다. 대청호도 규제 완화에 앞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청주시민 등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청호 주변 지역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와 관련해서도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개발 규제 완화가 해법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 처장은 “주민 대부분이 고령의 농민들이다.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서 이들이 직접 개발사업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개발업자의 배만 채우고, 원주민은 떠나는 상황이 될 것이다. 오히려 규제에 상응하는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산덕·소전리는 되고 청남대 안 되는 이유

보호구역 지정 전 자연부락 형성돼 있는 곳만 대상

12일 청주시가 발표한 대청호 주변 상수원보호구역 내 행위규제 완화 추진은 문의면 구룡리, 산덕리, 소전리, 현도면 하석리 등 269필지 0.191㎢ 땅을 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한다는 것이다. 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200㎡ 이하 농가주택을 새롭게 지을 수 있고, 100㎡ 이하의 음식점으로 용도변경이 가능해진다.

청주시는 이를 위해 지난 7월부터 주민간담회와 환경정비계획 수립, 정비규역 지정 타당성 조사 등을 진행했다. 그 결과 해당 지역에 대해 환경정비구역 지정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청주시는 주민들의 민원 제기에 따라 이 지역 외에도 청남대와 문의문화재단지, 청소년수련원 인근도 환경정비구역 지정을 추진하려 했었다. 상수도보호구역이라도 하수도 시설이 설치된 지역은 환경정비구역 지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청남대 등 3곳은 제외됐다. 환경정비구역 지정과 관련된 규정인 상수원관리규칙 제13조에 '보호구역 지정 전에 형성되어 있는 자연부락'으로 지정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룡리, 산덕리 등은 대청댐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형성돼 있던 자연부락인 반면 청남대 등은 자연부락이 아니기 때문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제한 구역 내 청주시민들의 생활권 보장을 위해 합리적인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이건희 대청호보전운동본부 사무처장은 “해당지역의 경우 하수도 시설이 설치돼 점오염원(생활수 등 고정된 오염원)을 해결했다는 점에서 환경정비구역 지정이 가능하지만 비점오염원의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규제 완화로 식당 등 오염 발생 시설이 늘어나면 비점오염원 발생 가능성도 함께 증가한다. 규제완화에 따른 감독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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