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충호시대·청주청원 통합으로 발전 호기 맞이했으나 선거구 축소 위기
'충북 정치권 뭐했나' 책임론 비등···선거구 지키기 정치력에 달려있어

선거구획정위원회는 ‘태풍의 눈’이 된 국회의원 선거구를 획정하지 못하고 말았다. 이들은 13일까지 국회에 제출해야 하는 법정시한을 어기고 이 날 오후 2시 송구스럽다며 대국민사과를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는 사상 첫 독립기구로 출발했으나 여야로부터 4명씩 추천받아 구성된 위원들은 여야 정치권 대리전만 치르고 만세를 불러 공은 이제 국회로 넘어갔다. 그러나 선거구 축소 우려로 한동안 기민하게 움직인 충북도민들은 아직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 청주시의회는 12일 청주권 선거구 축소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장에게 건의문을 전달했다.사진/육성준 기자

국회의원 선거구 축소 우려로 충북도내 전체가 한바탕 난리를 겪었다. 하지만 내년 4월 13일 총선까지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충북은 영충호시대와 청주·청원통합으로 발전의 호기를 맞이했으나 선거구 축소라는 폭탄을 맞고 모두가 반발했다.

그간 남부3군 지역주민과 보은·옥천·영동군의회가 거세게 항의한데 이어 균형발전지방분권충북본부와 충북도의회·청주시의회·청주권 국회의원·김형근 전 도의장 등이 이에 대한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이어 이시종 지사는 13일 선거구획정위가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는 시간에 충북 국회의원 선거구 축소 반대 건의문을 발표하고 다시 한 번 쐐기를 박았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 숫자를 볼 때 충북은 인구가 적은 편이지만 국회의원 선거구 또한 적다. 경기가 52석, 서울 48석에 이어 부산·대구·인천·충남·전북·전남·경북·경남이 10~19석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10석 이하. 그런데 충북보다 인구가 적은 강원도는 9석으로 1석이 더 많다.

충북 인구보다 10만여명 적은 광주직할시도 충북과 같은 8석이다. 이어 충청권 전체 인구는 537만1323명으로 호남권 524만8786명보다 인구가 많다. 하지만 의석수는 충청권이 25명, 호남권이 30명이다. 그래서 충북은 평소 국회의원 의석수에 불만이 많은데 선거구획정위가 청주 4석을 3석으로 줄이려는 시도를 하니 여기저기서 반대 목소리를 높인 것. ‘국회의원 의석수=지역의 힘’이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도농복합 청주시만 27만8944명이라는 인구 상한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불이익을 금지한 ‘지방분권 및 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및 통합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특별법 제 30조(불이익배제의 원칙)에는 “지방자치단체의 통합으로 인하여 종전의 지방자치단체 또는 특정 지역의 행·재정상 이익이 상실되거나 그 지역 주민에게 새로운 부담이 추가 되어서는 아니된다”고 돼있다. 만일 청주·청원이 통합하지 않았다면 청주 3석, 청원 1석을 유지할 수 있었을텐데 통합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면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 김형근 전 도의장은 청주시 선거구 축소를 반대하며 도청 서문 앞에서 1인시위를 벌였다.사진/육성준 기자

청주시의회도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축소 반대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청주시는 불이익배제 원칙이 지켜져야 하고 자치단체간 균형을 맞춰야 한다. 충북보다 인구가 적은 강원도가 의석이 더 많고, 충청권보다 인구가 적은 호남권 전체 의석수가 더 많다”고 전제하고 “청주와 청원은 국가정책의 일환으로 자율통합을 이뤘는데 국회의원 정수를 축소한다면 충청권 홀대라는 인식을 심어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의회는 이 건의문을 들고 국회로 찾아가 국회의장에게 제출했다.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도 같은 날 건의문을 선거구획정위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전달했다. 한편 이두영 충북경제사회연구원장은 “역대 선거를 보면 선거구획정이 선거 앞두고 1~2개월 전에 이뤄졌다. 충북은 획정될 때까지 마음을 놓지 못한다. 지역의 힘이자 정치인들의 밥그릇인 선거구 지키기는 충북 정치권에 달렸다. 정치권이 더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소원으로 '긁어부스럼'낸 정우택 의원 여론의 뭇매
남부3군, 괴산군, 청주시 등에 이어 도내 전체 ‘흔들’

▲ 정우택 의원

국회의원 선거구 축소 우려로 최근 남부3군, 괴산군, 청주시에서 반대 여론이 강하게 일었다. 가정 먼저 보은·옥천·영동지역에서 선거구 축소 항의가 빗발쳤다. “인구수만을 기준으로 한 선거구 획정은 도시와 농어촌, 수도권과 비수도권간의 불평등과 지역균형발전을 저해한다. 농어촌지역 대표성을 고려해 유지돼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남부3군의회는 9월 30일 충북도청까지 와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구 유지를 촉구했다.

이어 남부3군에 인근 괴산군을 편입해 하나의 선거구를 만드는 대안이 거론되자 괴산군의회도 편입반대 기자회견을 연다. 괴산군의회는 “이는 행정구역 면적, 지리, 교통, 역사성 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대했다. 이들은 선거구획정위에 괴산군이 왕래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남부3군과 하나의 통합선거구가 되는 건 반대하고 주민이 신뢰하고 동의할 수 있는 선거구 획정을 요청했다.

선거구획정위는 선거구 기준 인구를 채우지 못한 전국 농어촌지역들이 일제히 반대하자 도시로 눈을 돌렸다. 그중 청주시가 도마위에 오른 것. 청주시 인구 83만1025명은 지역구 수를 246개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설정한 인구 상한선 27만8945명과 맞췄을 때 3개 선거구가 적당하다는 것이고, 4개로 만들기 위해서는 5810명이 더 있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당연히 청주 정치권이 들고 일어났다. 이후 반대 여론은 충북도내 전체로 확산돼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들은 도내 8개 선거구 유지를 촉구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도민들은 충북 정치권의 힘이 얼마나 약한가 실감했다는 여론이다. 청주시에 인구 상한선을 적용해 선거구 1석을 축소하려고 했던 것은 그 만큼 만만히 보인게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정우택 의원에게 비판여론이 쏠리고 있다.

모 인사는 “정우택 의원은 2013년 국회의원 선거구가 인구수 변화에 따른 대표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낸 장본인이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결국 충북전체를 뒤흔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아직도 이 혼란은 끝난 게 아니다. 새누리당 충청권 유일 최고위원에 대권을 얘기하는 정치인인데 청주시가 선거구 축소 대상에 들도록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이번 일은 정치력의 부재를 증명하는 사건이다. 청원군과 통합 하자마자 선거구 1개를 잃는다면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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