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 산업 성공, 소비자가 신뢰하고 구매할 수 있느냐가 관건
고품질 바탕으로 시장가격 휘둘리지 않고 고정가 판매 장점

▲ 결국 질이다. 질을 높이는 승부수로 안정적인 농가수입원을 마련한 동물복지농가들이 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청솔원‧강산이야기‧풀로만농장

“6차산업은 결국 얼마나 경쟁력 있고 신뢰받을 수 있는 농수산 가공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가 성패를 가른다.” 손은일 전국6차산업지원센터 협의회장의 설명이다. 6차산업은 1차 산업과 2차 산업, 3차 산업을 합친 형태지만 현존하는 6차산업 농가와 기업의 대부분은 서비스업을 의미하는 3차산업 보다 가공품을 만드는 2차산업 또는 원재료를 생산하는 1차산업의 비중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다시 말해 농가의 전통적인 수입원인 농축산물을 어떻게 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이느냐가 성공을 위한 1차 과제이고, 이를 체험 등 관광상품과 연결해 또 다른 수입원을 만들어내는 것이 2차 과제가 되는 것이다. 타 지역 사례에서는 품질 향상을 통해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축산농가와 기업을 소개한다.

방사 유정란 생산 ‘청솔원’

달걀을 생산하는 경남 하동 소재 ‘청솔원’, 돼지고기를 생산하는 전남 해남군 소재 ‘강산이야기’ 한우농가인 전남 장흥군 소재 ‘풀로만 농장’, 이들의 공통점은 동물복지인증 농장이라는 점이다. 건강한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 높은 요즘, 이들 농가에서 생산되는 달걀과 한돈·한우는 바쁘게 팔려나가고 있다. 물론 일반 농가에서 생산된 농축산물보다 최대 3배 이상 비싼 가격에 팔린다는 것이 이들 농장에 주목하는 이유다.

2012년 도입된 '동물 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란 사육환경을 개선해 동물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자라도록 해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환경은 소비자가 신뢰하는 질 좋은 축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축산 농가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산란계(달걀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닭)를 키우는 청솔원은 동물복지농가 중에서도 최고 수준인 자유방목 인증도 받았다. 보통의 산란계 농장은 닭 1마리당 주어지는 면적을 가장 중요한 잣대로 보는 반면 자유방목 인증은 말 그대로 자연에 풀어키운다는 점에서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청솔원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유기농과 무항생제 인증까지 받은 고품질 달걀 생산의 대표농장이다.

청솔원에서 생산되는 달걀은 대부분 직거래와 대형백화점 등에 납품된다. 닭을 옥죄이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인 산란율(80%)보다 낮은 60~65% 수준의 산란율을 나타내지만 순이익은 오히려 더 낫다. 비결은 고정가 때문인데 대체 불가능한 우수한 품질을 바탕으로 달걀시장의 등락과 관계없이 일정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

돈사 최초 동물복지 인증 ‘강산이야기’

전남 해남에 위치한 영농조합법인 '강산이야기'는 양돈장 가운데 국내 최초로 동물 복지 인증을 받은 곳이다. 다른 동물 복지 농장과 마찬가지로 이 곳의 돼지들은 일반 양돈장보다 더 좋은 조건 속에서 생활하고 자란다. 흙 대신 톱밥을 60cm이상 깔아 놓은 돈사는 쾌적하다.

일반 돈사보다 2배 이상 넓은 이곳의 돼지들은 ‘먹고 자기’만 하는 돼지가 아니다. 적당한 활동은 돼지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육질을 높이는 비결이 된다. 당연히 이 곳에서 생산되는 돈육은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강산이야기는

단순히 돈육을 생산하는데 그치지 않고 육가공과 유통에도 나섰다. 6차 산업의 전형이다. HACCP(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 인증도 받았다. 육가공 시설을 갖춰놓고 떡갈비와 훈제, 햄, 소시지를 생산한다. 판매는 직영 매장과 생협연대 등 친환경 매장, 서울 소재 일부 백화점으로 납품된다. 학교도 강산이야기의 주 고객이다.

 

마블링 없는 건강한 단백질 ‘풀로만 농장’

“사람은 사랍답게, 소는 소답게…” 전남 장흥에 위치한 풀로만 농장의 슬로건이다. 위를 4개 가진 초식동물인 소를 태어난 천성대로 풀을 먹여 키운다는 것이 이 농장의 핵심 전략이다. 이렇게 생산된 소는 일반적인 축사에서 생산된 소와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 한마디로 말하면 대중적이지 않다.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마블링이 거의 없다. 풀로만 목장이 추구하는 소고기는 “원플 투플”하는 기름진 소고기가 아니라 ‘저지방 적색육’이다.

조영현 대표는 우리나라 등급기준을 비웃으며 ‘3등급’을 받는 것이 목표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는 “투플러스 이상의 등급을 받으려면 그 소는 십중팔구 각기병·야맹증·심장질환 등 각종 성인병에 걸린 상태다. 좋은 환경에서 건강하게 자란 소가 마블링은 없지만 질 좋은 단백질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강한 소고기에 대한 논란은 지난 25일 축산물품질평가원이 마블링 위주의 등급 기준을 바꾸겠다고 밝혀 변화가 예상된다.

풀로만 농장의 소는 전국 16만 축산농가 중 유일하게 풀만으로 소를 사육한다. 이 곳을 방문한 이들은 축사에서 분뇨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에 가장 크게 놀라고 축사에 은은히 퍼지는 ‘요들송’에 다시 한 번 놀란다. 쾌적한 축사의 비결은 복합사료를 먹이지 않고 풀만 먹인 것이다.

자신을 농부보다는 상인에 가깝다고 설명하는 조 대표는 중간 유통 과정을 거치지 않고 SNS를 통해 소비자와 직거래한다. 이 곳에서 생산되는 소고기의 가격은 단연 우리나라 최고가다. 조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최고급 소고기를 취급한다는 서울의 한 백화점에 납품되는 소고기가 어떤 농가에서 납품됐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그 농가가 어떻게 소를 키우는 지도 알고 있다. 우리 소는 그 보다 못할 게 없기 때문에 그보다 최소 20%이상 높게 가격을 책정했다. 소비자들도 우리 소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지 알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고 하기 보다는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다고 오히려 고마움을 표하곤 한다”고 설명했다.

 

 

“온 주민이 한솥밥 먹는 사이 됐어요”

6차 산업 수입으로 52가구 점심 해결 ‘하남양떡메마을’

 

지난해 제2회 6차산업화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경남 합천군 하남양떡메마을, 이 마을은 마을 단위의 6차산업화에 성공사례로 꼽힌다. 성영수 양떡메마을 운영위원장은 “온 주민이 한솥밥 먹는 사이가 됐어요”라고 그들의 상황을 한마디로 설명했다.

총 52가구가 모여 사는 시골마을은 양파즙과 가래떡살, 메주를 공동생산·판매하는 일을 계기로 큰 변화를 맞이한다. 양떡메마을이란 이름은 양파와 가래떡, 메주에서 한 글자씩을 가져다 지은 이름으로 그 자체가 이 마을을 대변한다. 이들은 공동 작업을 통해 가공품을 생산하고 판매한다. 이렇게 해서 지난해 총 3억 6000만원의 매출을 올렸고, 5500만원의 순수익이 생겼다. 가구당 100만원 정도의 부수입이 생긴 것이다. 100만원이 뭐 대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70대 이상 노인이 대부분인 이 마을에서는 적지 않은 돈이다.

이 마을의 압권은 얼마를 벌었느냐가 아니다. 그 돈으로 무얼 했느냐이다. 성영수 위원장은 “집집이 돈을 돌려봤자 결국 자식이나 손자 손에 쥐어주는 것으로 끝날 것 같았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밥 짓는 수고를 덜 자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이 마을은 하루 한 끼, 점심을 온 마을 사람들이 함께 먹는다. 제조공장으로 사용했던 공간을 수리해 급식소로 사용하고 있고, 직접 담근 장류와 양념 등 좋은 식재료로 한 끼 식사를 해낸다. 밥은 고용한 조리사가 짓는다. 성 위원장은 “노인들 집에 가면 귀찮다며 물 말아 먹기 일쑤다. 한솥밥을 먹으면서 주기적으로 고기도 해먹고 생선도 굽다 보니, 주민들끼리 정은 물론 노인들 건강도 날로 좋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떡메마을의 매출은 해마다 작지만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1차 목표는 수익을 더 내 저녁도 함께 해결하는 것이다. 성 위원장은 “시골사람들이 사업이라고 하다 보니 시행착오를 겪는다.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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