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속 세상/ 신중호 우진교통 운전기사

명절은 누구에게나 행복하고 즐겁게 다가오는 날 임에 틀림이 없다. 타지에 나가있는 일가친척이 한자리에 모여 조상님께 올릴 맛난 음식을 마련하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차례를 마친 후 정성스레 마련한 여러 가지 음식을 나눠 먹으며 서로 덕담도 주고받고 사는 이야기를 주고받는 소통의장 이기에 몇 시간씩 차가 밀려도 즐거운 마음으로 고향을 찾는다.

나의 어렸을 적을 생각해 보면 “추석빔, 설빔” 이라고 새 옷도 얻어 입었던 것 같은데 요즈음은 홈쇼핑을 비롯하여 새 옷을 수시로 구입하다 보니 “빔” 문화는 없어진 듯하다. 이렇게 모두가 즐거운 명절이다. 하지만 대중교통을 운행하는 사람들은 그리 즐겁지만은 않다. 고향을 찾는 차량으로 평소와 달리 차량이 밀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몇 칠씩 연휴 이지만 쉴 수도 없다.

이유는? 그해에 상을 치른 사람 우선이고 제사를 모실사람이 없는 장남이 2순위 그다음이 휴차 순서로 휴무가 정해지기 때문에 연휴에 쉰다는 것은 극히 힘든 일이다. 여기에 식당이 문을 닫아 밥도 굶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운행하는 우리는 말 그대로 배고픈 명절이다. 그나마 우리 회사는 밥 굶는 일을 줄이고자 경영팀과 노동조합 그리고 오전근무자 들이 근무를 마치고 현장에 나와 김밥을 나누어 준다. 연휴동안 매일 나오는 것은 아니고 하루이지만 현장 근무자로 서는 매우 고마운 일이다.

차량이 밀리면 차안에서라도 배를 채우라고.... 계속해서 밀려드는 차량에 가다서기를 반복하며 슬슬 짜증이 밀려올 무렵 상당공원 사거리에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김밥이구나!’ 반가운 마음에 차량 문을 연다.

“형님 수고 많으십니다.” 내미는 검정 봉지에는 어김없이 김밥과 물 한 병이 들어있다.

“고마워~ 연휴인데 쉬지도 못하고 나왔네~” “이렇게 일하시는 분들도 계신데요 뭐~”

“잘 먹을게. 명절 잘 보내고~” “네~” 김밥을 건네고 돌아서는 얼굴에 미소가 번지지만 미안함과 안스러움이 가득함을 느낄 수 있어서 더욱 고마움을 느끼게 한다.

문을 닫고 차를 출발 시키는데 연세가 조금 있어 보이시는 아주머니 한분이 말을 건 낸다.

“기사님 그게 뭐예요?” “김밥이요~ 차 밀려서 밥 굶는다고 회사에서 나누어 주네요~”

“어휴~ 딱해서 우째! 밥도 못 먹고 다니고...” 말꼬리를 흐리는 아주머니가 고마워 미소로 대답을 했다. 아주머니가 가방을 뒤적뒤적 이다가 조그만 사과 2개를 건넨다. “좋은 거는 아니예요~ 집에서 딴 것인데 볼품은 없어도 맛은 있어요. 이따가 고속버스타고 가면서 먹으려구 넣었는데 기사님 드세요” “아니예요. 괜찮아요. 아주머니 드세요.” “괜찮아요! 엄마 같아서 주는 거니까 이따가 시장할 때 드셔~”

몇 번이고 손사래 치는 손을 잡아 사과를 올려줘 나는 별수 없이 받아 들었다. ‘네 고맙습니다. 잘 먹을게요~’ 명절인데 차가 밀려 밥도 굶는다는 말에 본인 드실 것을 선뜻 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멋지고 비싼 식당에서 먹는 음식보다 누군가를 생각해서 음식을 챙겨주고 자기 것을 선뜻 내주시는 이런 음식을 그 어떤 음식과 비교 할 수 있을까.

요즈음 세상 인정이 메말랐다느니 이기주의가 팽배하다느니 이러쿵 저러쿵 말들이 많지만 그래도 가끔씩 얼굴에 미소를 짓게 하는 일들이 일어나는걸 보면 아직은 인정이 있고 살만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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