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총장 만큼 하기 어려운 자리도 없으리라! 걸핏하면 학생들로부터 배척당하고, 툭하면 윗전인 교육부로부터 야단 맞기 일수다. 그렇다고 교수들이나 지역사회로부터 존경을 받는것도 아니다. 판공비가 많은것도, 폭넓은 인사권을 가진것도 아니다. 동네북마냥 이리 저리 치이다보면 퇴임후의 몰골마저 초라하기 십상이다.
충북만 해도 3개대학 총장이 지금 하나같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충북대 총장은 부속병원의 노사분규 때문에 각계의 비난을 받고 있고, 청주대 총장은 재단의 비리에 연루되었다고 교육부가 고발해 구속직전에 까지 몰려있다. 또 서원대 총장은 재단영입문제 때문에 학교구성원들로부터 왕따를 당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 밖의 총장들도 크고 작은 학내외 일로 수난 당하기는 마찬가지다.
하긴 우리나라 총장들의 수난이 어제 오늘에 시작된 것은 아니다. 그동안 정통성없는 정부로부터는 학생시위를 제대로 막지 못한다고 구박을 당했고 학내분규에서는 비리연류나 무능의 원흉이라고해서 학생들의 공개돌이 되었다. 이제는 총장이 상아탑의 상징으로서 존경을 받기는 커녕 대학행정 책임자쯤의 권위마저도 인정받지 못하니 여간 딱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대학총장자리는 어떤 자리인가? 학문과 함께 인격이나 덕망을 고루 갖춘사람이 앉는 자리인가 아니면 경영수완가들이 차지하는 자리인가!
외국의 경우 대학이 성장한 역사적 배경이나 전통에 따라 학문이나 인격적으로 특출한 사람이 총장으로 추대되는 나라도 있지만 경영적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 재정적 위기극복을 위해 총장에 취임하는 나라도 있다. 어느쪽이 나은지는 속단할 수 없지만 나름대로는 일장일단이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확고한 기준이 없다. 과거에는 학문 또는 인격총장이 많았으나 최근 들어서는 경영총장이 그 세를 더해가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대학이 신자유주의적 경쟁논리에 휘말리면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대학의 12월은 총장선거의 계절이다. 명년 신학기에 새로 취임하는 총장을 뽑는 대학이 많기 때문이다. 충북에서도 충북대와 청주대총장이 12월에 결정된다. 충북대에서는 이미 9명의 후보가 각축을 벌이고 있고 청주대에서는 선출방식이 아직 유동적인데도 5∼6명의 이름들이 거론되고 있다. 물론 나름으로는 자신이 최적격자라 생각되겠지만 도대체 총장자리가 어떤 것인지 알고나 탐내는 것인지 궁금하다.
총장자리가 인격과 덕망이 출중한 사람이 앉는 자리라면 삼고초려의 예로서 추대받는게 마땅하다. 그런데도 후보로 나서서 자신이 적격자라고 강변하는 것은 어쩐지 어색하다. 또 경영수완가가 앉는 자리라면 평생을 월급장이로 살았을 뿐 회계장부 한줄 제대로 볼 줄 모르는 자신을 적격자라 우기는 게 너무 부끄럽지 않는가. 하긴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한다. 그러나 머리는 빌릴수 있어도 건강은 빌릴수 없다면서 조깅만 열심히 하던 어느 대통령은 머리 빌리는 머리마저 없어 나라경제를 망쳐놓은걸 보면 무턱대고 자리만 차지할 것도 아닐성 싶다.
오늘의 대학사회에서 총장자리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다. 뜻이 있는 사람은 자리를 탐하기전에 먼저 스스로의 능력부터 돌아보는 게 좋다. 자신에게 감히 남들이 범접할 수 없는 학문적, 인격적 위엄이나 살신성인할 대단한 각오가 없다면 결코 총장자리를 노리지 말라. 작은 그릇으로 큰 자리를 노렸다가 망신스런 종말을 맞은 예가 한둘이 아닐진데 어찌 그런 치욕스런 반열에 자신의 이름석자를 올려놓지 못해 안달을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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