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여야국회의원 154명이 제출한 사형제도폐지에 관한 특별법을 둘러싸고 온 사회에 찬반론 이 뜨거웠습니다. 몇 해전 국회에 제출됐다가 자동 폐기됐던 ‘뜨거운 감자’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것입니다.
1960년대 전 세계 팬들의 심금을 울렸던 영화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스잔헤이워드 주연의‘나는 살고싶다(I Want To Live)’는 한 억울한 사형수의 최후를 너무도 실감나게 그렸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바버라 그레엄 이라는 사형수가 산퀀틴 형무소의 가스처형실 의자에 묶였습니다. 살인 미수죄로 사형이 선고된 그녀는 마지막까지 범행을 부인합니다. 이제 그녀의 목숨은 단 1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별안간 사형집행연기라는 급보가 날아 듭니다. 결박을 풀자마자 그녀는 기절하고 맙니다. 의사와 형무소장이 그녀를 간호하고 있는 동안 다시 집행연기취소명령이 하달됩니다. 의식을 회복한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며 “살아있었군요. 고마워요”하고 중얼거립니다. 그러나 소장은 영문은 알 수 없지만 사형을 다시 집행하게 되었음을 그녀에게 알립니다. 그래서 그녀에게 정신차리라고 애원하듯 하지만 그녀는 비명을 지르면서 자리에 쓰러져 목메어 자신의 무죄를 주장합니다. 그녀는 가스실로 끌려가 다시 의자에 묶입니다. 문은 이미 닫혔습니다. 그런데 그때 또 다시 형 집행연기를 알리는 전화가 옵니다. 재판소는 집행이냐, 정지냐를 놓고 번복을 거듭하다가 마지막으로 집행결정을 내립니다. 그녀는 세 번째 가스실로 다시 끌려가 죽음의 의자에 결박됩니다. 그녀는 이미 기진맥진한 상태가 됐습니다. 마침내 가스가 분출되고 급기야 숨을 거두면서 그녀는 오히려 안도감을 느낍니다-
이 이야기는 1955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로 영화는 사형의 참혹성과 오판(誤判)이 한 인간을 어떻게 망가뜨리는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제인권단체인 엠네스티에 따르면 작년 한해 전 세계 65개국에서 3058명에게 사형판결을 내려 28개국에서 1457명을 사형집행 했다고 합니다.
법무부 자료를 보면 1945년 해방이후 국내에서는 1634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고 현재 형 이 확정되고 집행되지 않은 사람은 51명이라고 합니다. 김영삼 정권 말기인 97년 12월 여성 4명을 포함한 23명을 사형 집행한 이래 김대중 대통령 취임 뒤로는 아직 없었다고 합니다. 그 자신이 과거 억울한 사형 선고를 받았던 경험이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재 사형제를 유지하고있는 나라는 우리나라 미국 일본 중국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란 등 87개국이며 모든 범죄에 대해 사형을 폐지한 국가는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등 109개국에 이른다고 합니다.
천주교를 비롯한 종교계와 인권단체 등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사형이 생명권을 침해하고, 오판(誤判)의 경우 회복이 불가능하며, 범죄예방효과도 입증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사형대신 종신형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그러나 법을 집행하는 쪽과 학계 일부에서는 타인의 생명침해에 대한 정당한 응보이며, 피해자의 법 감정에 부합하고, 흉악 범죄 예방효과가 크다면서 사형제 폐지는 시기상조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사형제 존속을 주장하는 쪽이나 폐지를 주장하는 쪽이나 양쪽 모두 일리는 있습니다.‘흉악범죄 예방을 위한 필요악’이라는 존속론 이나 ‘국가에 의한 또 다른 살인행위’라는 폐지론이 함께 설득력을 갖고 있기에 말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사형제를 폐지한 국가에서 흉악 범죄가 증가했다는 실례도 없을뿐더러 사형제를 존속해서 흉악 범죄가 줄어들었다는 증거도 없다는 점입니다. 결론적으로 사형제는 법의 이름을 빙자한 또 다른 살인이라는데 이론이 없을 듯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국민의 법 감정입니다. 99년 국정홍보처가 전국 성인 남녀 1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67,5%가 사형제 폐지를 반대했다고 합니다. 아직 우리사회가 범죄자에 대한 관용의 태세가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사형제. 냉철한 이성으로 깊이 생각할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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