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 박소영 사회문화부 차장

▲ 박소영 사회문화부 차장

얼마 전 노르웨이 할머니 배구단의 일상을 그린 다큐멘터리 <할머니 배구단>(The Optimists)을 봤다. 66세부터 98세에 이르는 여성 아마추어 배구단은 시간이 지나면서 창단 때에 비해 남아있는 단원들이 더 적지만 언제나 그렇듯 동네 체육관에 모여 서브 연습을 멈추지 않는다. 그러다가 다른 나라 할아버지 배구단과 시합을 해보기로 한다. 할머니들은 원정경기를 위한 경비 마련에 나선다. 단원인 한 할머니가 문구를 몇 번 고친 끝에 한 재단에 후원금을 신청한다.

후원금으로 할머니들은 유니폼을 맞추고, 경기 일자를 앞두고 연습에 매진한다. 경기를 앞둔 할머니들의 설레임과 기대, 그리고 약간의 조바심. 그 생생한 감정들이 전해지는 다큐였다.

이 같은 삶의 긴장감은 ‘북유럽 할머니’들이니까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 할머니들에게 ‘취미’를 찾기란 쉽지 않다. 더군다나 나이 들어 몸을 쓰는 운동을 한다는 것은 그들의 손자들도 말릴 일이지 모른다.

할머니 배구단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북유럽 사회가 이뤄낸 많은 것들을 보게 한다. 어릴 적부터 사회체육이 활성화돼 있어 그걸 몸으로 체득한 이들은 백살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네트 앞에 서는 게 두렵지 않다. 체육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많고, 개방돼 있다.

또 사회복지 제도가 잘 형성돼 있어 노년에 극단적으로 말해 거리에 폐지를 주우러 나가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삶은 유아부터 청소년,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모두가 고단해 보인다. 심지어 동물과 식물까지도. 삶을 즐기는 수업 자체를 받아본 적이 없으니 후세대들에게 가르쳐 줄 여력도 없다.

모두 자신의 삶의 영역에서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만 같다. 그래도 과거에는 골목길에서 공 한번 차봤겠지만 요즘의 아이들은 그 길마저 찾기가 어렵다.

요즘 아이들은 무엇하고 놀까. 아이들을 뛰게 해야 하는데, 그건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막상 실천하려니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감이 안 온다.

그래서 충청리뷰가 캠페인을 시작한다. 캠페인 주제가 ‘아이들을 뛰게 하자’이다. 요즘엔 학교 운동장도 예전만큼 넓지 않다고 한다. 땅 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그 운동장마저도 인조잔디가 깔리면 몇몇 아이들의 축구장으로 끝나고 만다.

몸을 움직이는 일, 그리고 땀을 흘리는 일. 그 값진 경험을 꼭 알려주고 싶은 데 역시 운동과는 거리가 먼 기자는 머릿속만 복잡하다. 운동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지역사회와 학교가 연계해 뭔가 ‘큰 일’을 만들어내면 어떨까.

먼저 충청리뷰와 지역아동센터 충북지원단은 10월 9일 괴산청소년수련원에서 서로 존중하는 ‘RESPECT’축구대회를 개최한다. 캠페인이 널리 퍼져 조기축구회 아저씨들이 매일 주말 운동장만 차지하지 말고,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할애하면 좋겠다. 물론 그 모든 일이 서로에게 부담을 주는 일인지는 알지만, 지금 바뀌지 않으면 우리사회의 할머니 야구단은 영영 존재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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