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학대·소각장 오염조작 … 직원 양심고백으로 드러나
참여연대, 공익제보자에 ‘의인상’수여…충북서도 수상자 배출

공익신고, 세상을 바꾼다
사건으로 보는 개선 효과

▲ 공무원노조가 “일부 지자체 의원들이 일부 사건에 부당하게 개입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규탄 운동을 벌이고 있다. 공무원노조의 이런 활동은 내부고발이 개인이 아닌 단체로 확장된 형태로 평가받는다. 사진은 공무원노조 제천시지부 활동 모습.

청주시가 좀처럼 부패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청주시 공무원 연초제초장 매각 뇌물 수수 사건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태에서 읍면지역 주민숙원사업비 사건으로 무더기 입건됐다. 공직사회 부정부패로 시민들의 마음이 편치 않은 상태에서 지난 2일에는 어린이집 영아 학대사건까지 발생했다. 청주시 뿐만 아니라 제천과 충주에서 이와 유사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교육청도 예외가 아니어서 입찰 업체들 간 사전담합이나 리베이트가 만연하고 있다.

이주희 청주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외부에 드러난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은밀성이라는 부패 특성을 고려할 때 묻혀버린 부패행위들이 얼마나 더 있을지는 아무도 알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익신고’가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다. 공익신고란 “다수의 건강과 안전·환경·소비자 이익과 공정한 경쟁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사실을 신고·제보하는 행위”를 말한다. 또 부패방지법 상의 공직자 부패문제도 넓은 의미의 공익신고 개념으로 포괄한다.

이러한 공익신고는 공직사회나 기업의 조직내부에서 양심 있는 사람들이 하는 내부 고발 형태를 띠게 된다. 그러나 내부고발이라는 단어에는 부정적 의미가 내포 돼 있다. 이 교수는 “내부고발이라는 용어에는 밀고자, 변절자등의 부정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충청북도는 ‘충청북도공익신고 처리 및 신고자 보호등에 관한 조례’를 발의해 의회에서 논의 중이다. 청주시도 최진현(새누리)의원이 관련 조례를 준비 중에 있다. 이에 지역의 공익신고 사건을 소개하고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살펴본다.

지난 9일 7일 청주의 한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영아 학대 사건으로 인터넷 여론이 들끓었다. 경찰은 첫 돌도 채 지나지 않은 아기들을 불 꺼진 방에 가두는 등 아동학대를 일삼은 혐의로 청주 A 어린이집 원장을 조사했다. 어린이집 원장은 조사 과정에서 "훈육 차원이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를 통해 드러난 사실은 원장의 해명과는 달랐다.

원장은 만 1~2세 영아들이 운다는 이유로 방에 가두었다. 울음을 멈추지 않으면 길게는 2시간 가까이 가둔 것으로 드러났다. 아기들이 움직이지 못하게 이불로 싸맨 뒤 젖병을 물려 잠을 재우기도 했다.

실체 드러낸 타임아웃방

은밀하게 진행됐을 이번 사건은 해당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내부고발로 세상에 알려졌다. 이 교사는 관련 사실을 충북도청에 신고하고 학대 장면을 촬영한 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관련 사실을 공개한 보육교사 B씨는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원장한테 그런 학대를 받고 있는데 내가 아무것도 못한다는 것이 마음이 아프고 힘들었다. 불쌍해서 내가 못 견디겠더라"며 내부 고발의 배경을 밝혔다.

2013년 5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국가인권위)는 ‘타임아웃방’이라는 독방을 만들고 지시나 통제에 따르지 않는 아동을 감금한 제천 소재 C 아동양육시설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국가인권위에 따르면 이 시설 원장과 교사 등은 원생들을 나무나 빗자루, 플라스틱 막대 등으로 체벌해 왔다. 겨울에는 온수를 주지 않아 원생들은 찬물로 씻었고 생필품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한 아동에게는 2년 동안 베개를 지급하지 않다가 인권위 조사가 시작되자 베개를 줬다.

국가인권위는 이 시설에서 '타임아웃방'이라는 독방을 만들어 운영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 방은 시설 건물 3층 외진 곳에 있었다. 내부에는 고장 난 오븐과 부서진 선반 등 훈육과는 무관한 물건들이 방치돼 있었다. 독방 안에 있던 책상 서랍에는 감금됐던 아동이 쓴 욕설이 가득했다.

국가 인권위는 "짧게는 몇 시간에서 길게는 수개월 동안 이 방에 갇힌 것으로 확인됐다"며 "고립 상태에 두려움을 느낀 일부 아동은 자살까지 생각했다"고 전했다.

국가인권위가 타임아웃방의 실체를 확인하게 된 것은 해당 시설 직원이 제출한 진정서가 단서가 됐다. 국가인권위에 따르면 2012년 5월경 내부 직원으로부터 타임아웃방 등에 대한 진정서를 접수해 조사를 시작했고 결과 여러 가지 아동 학대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직원이 아니면 공개되지 않을 일

인권침해와 같은 사건 뿐만 아니라 시민 다수의 안전에 관한 내부고발도 있었다. 2012년 11월 11월 1일, 충주시 클린에너지파크 쓰레기 소각장에서 일하는 직원 2명이 장하나 국회의원과 함께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쓰레기 소각시설 운영업체인 G건설 소장이 2010년 하순부터 약 2년간 굴뚝에 설치된 ‘대기오염 자동측정기(TMS)'를 조작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지시에 따라 대기오염 농도를 조작했다”고 밝혔다.

대기환경보전법에 의하면 소각장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 특히 염화수소의 농도는 20ppm이 초과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했다. 관련 사실을 제보한 내부 직원들은 이들은 “염화수소의 농도가 100ppm까지 상승했는데도 외부공기를 유입시키는 방식으로 TMS 측정값을 고의로 낮추었다”고 밝혔다.

이들의 폭로 이후 소각시설 인근 주민들로 구성된 주민지원협의체는 대기오염 측정 조작을 지시한 관련자들과 하청업체 관계자, 그리고 원청업체인 G건설을 대기환경보전법 위반혐의로 형사고발했다. 결국 이들 내부직원의 양심고백을 계기로 관련자들은 처벌을 받았고 불법행위는 중단되게 됐다.

충주 소각장 제보자, ‘2014 참여연대 의인상’ 수상
“세월호 참사로 대형 재난이나 안전에도 공익제보 절실”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소장 신광식 박사)는 2010년부터 매년 12월 공익제보자를 대상으로 ‘참여연대 의인상’을 선정했다. 확인 결과 충주 소각장 문제를 제기한 직원 2명이 2014년 의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참여연대는 “안전이나 환경분야에서 일어나는 부패와 불법행위는 시민의 건강과 생명에 위협을 가하는 중대한 문제”라며 “이들 공익 제보자들은 관리자들의 지시에 따라 대기오염측정기 조작에 직접 가담했지만 양심선언을 통해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또 다른 수상자로는 외교부 문화예술협력과의 업무추진비 횡령사건을 제보한 김경준, 국정원 대신개입 사건을 제보한 전직 국정원 직원 김상욱 씨,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사건을 제보한 김재량 병장을 선정했다.

한편 충주 소각장 공익제보 직원은 공익신고법에 따라 면책사유가 인정돼 처벌을 받지 않은 최초의 사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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