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세계유기농엑스포’ 프로그램 평이···“전시관 지루하고 딱딱” 여론
중요한 건 행사 아니고 향후 유기농산업 추진 마스터플랜 잘 짜는 것

▲ 괴산세계유기농엑스포가 9월 18일~10월 11일 24일간 과산에서 펼쳐진다. 사진은 유기농엑스포 상징탑. 사진/육성준 기자.

‘2015 괴산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이하 유기농엑스포)가 지난 18일 시작됐다. 그러자 조용하던 괴산군에 연일 단체관람객들과 외지 손님들이 들끓고 있다. 유기농엑스포조직위는 오는 10월 11일까지 목표 관람객 66만명을 무난하게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행사 시작 3일째인 지난 20일 이미 관람객이 20만명에 달했다.

세계유기농업학회(ISOFAR)는 지난 2011년 유기농 열풍에 발맞춰 세계유기농엑스포를 개최키로 했고, 충북도와 괴산군은 응모해 엑스포 개최 첫 주자가 됐다. 이후 세계유기농업학회는 3년에 한 번씩 엑스포를 연다는 계획이다. 괴산군은 지난 2012년 전국 최초로 유기농업군, 충북도는 지난 2013년 유기농특화도를 선포했다.

엑스포 행사장은 10대 주제전시관과 7대 야외전시장, 엑스포농원, 유기농의·미관, 유기농산업관 등으로 구성됐고 학술행사와 체험행사가 진행된다. 10대 주제전시관은 세계유기농업학회에서 제공한 자료들로 채워졌다. 여기서는 유기농과 관련있는 토양·물·생물·공기·기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다양한 유기농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어 체험도 가능한 야외전시장에서는 유기윤작, 유기원예, 유기축산, 오가닉카페, 생태건축 등을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전시장과 체험장은 대개 많이 알려진 내용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엑스포농원도 호박터널·여주터널·수수밭·잡곡농원 등으로 큰 흥미를 유발하는 프로그램은 별로 없다는 평이다. 미셸오바마 텃밭도 기획 의도는 참신하나 소문 만큼 볼거리는 없다는 게 대체적인 여론이다. 실제 텃밭은 작은 편이고 여러 가지 식물들이 자라고 있을뿐 큰 특색은 없다.
 

엑스포장에서 만난 이영옥 씨(45·충북 충주시)는 “엑스포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유기농업의 필요성을 인식시켜 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시관 내용이 다소 지루하고 딱딱하다. 농민들이 보고 유기농을 이해하고 유기농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가 돼야 하지 않나. 엑스포농원의 터널과 밭도 다소 초라하다. 유기농이 식품뿐 아니라 건축·자동차·의류 등 모든 생활용품에 활용되는데 이런 것을 더 폭넓고 깊이있게 보여줬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또 그러면서 “기대감을 갖고 오가닉카페에 들어갔으나 너무 비쌌다. 한 모금 밖에 안되는 발효커피 식초 한 잔에 5000원 이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쉼터와 그늘이 부족하고, 편의점·휴게소·식당 직원들이 일처리를 빨리 하지 못 해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것도 불만이라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 행사 한 번에 들어간 예산은 191억원. 여기에 엑스포 기간 동안 직·간접적으로 쓰이는 경상경비까지 합치면 꽤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이다. 세계유기농업학회는 개최지를 선정하고 연구자료를 제공했을 뿐 행사 예산을 지원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행사 예산이 너무 과하다는 비판들이 많다.

유기농엑스포는 하나의 행사일 뿐이고 정작 중요한 것은 엑스포 이후 유기농산업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이기 때문이다. 충북도도 “유기농엑스포를 개최하는 이유는 유기농을 통해 점점 황폐화 돼가는 지구를 살리고, 농민들에게 유기농 수출농업의 길을 터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점에서 행사 예산을 줄이고 향후 유기농업을 정착시키는데 투자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게 도민들의 여론이다.
 

괴산군에 2020년까지 5185억원 투자, 과연 효과는?
충북도 “유기농 생산비중 현 4%에서 7%로 높이고 특구 조성” 약속

이시종 지사는 유기농산업 육성을 위해 오는 2020년까지 5년 동안 8대 분야 41개 사업에 5185억원을 집중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것이 유기농산업 5개년계획이다. 그 중 유기농 생산비중 확대를 위한 생산기반 조성이 14개 과제에 3,126억원으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는 유기농산업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 7개 과제에 1,105억원, 국내 소비확대 5개 과제에 656억원, 유기농 인증 강화 4개 과제에 172억원이 들어간다. 또 2017년부터 유기농산업엑스포 격년제 개최에 80억원, 수출시장 개척 2개 과제에 37억원, 생산자와 소비자 교육․홍보 5개 과제에 7억원, 유관 기관․단체 협력 강화 3개 과제에 1억7000만원 등이 투입된다.

특히 신규시책으로 유기농산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충북유기농산업특구 지정’, 유기농관련 생산·가공·유통·연구·체험 종합시스템 구축을 위한 ‘유기농산업클러스터 조성’, 생산-유통-소비-관광을 연계해 6차산업으로 확대할 ‘유기농산업복합서비스 단지’,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프로그램으로 ‘충북 유기식품 우수식당 지정’, ‘유기농 소비자 인식확대 공개강좌’ 등 19개 중점과제에 1,608억원을 투입한다.
 

이렇게 되면 괴산군에는 어마어마한 국·도·군비가 집중 투자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충북도는 유기농·무농약 생산비중을 현재 4.0%에서 2020년에는 20%로 높인다는 것이다. 그 중 유기농 비중은 7%. 또 유기·무항생제 축산비중은 현 6.0%에서 2020년에 20%, 유기가공 업체수는 현 51개에서 150개로 늘린다는 것. 유기농·무농약 학교급식 비중은 현 31%에서 2020년까지 80% 이상, 유기농특구는 현재 없으나 1개소 조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하지만 이 수치에 도달하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는 전망이다. 유기농 관련 하드웨어를 마련하는 것과 동시에 유기농업 비율을 전국 최고로 높이는 등의 소프트웨어까지 구축해야 명실공히 유기농특별도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2020년이면 5년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 목표를 과연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충북도의 앞으로 계획은 세계유기농산업(K-organic)을 선점하는 것. 이 지사는 지난 18일 유기농엑스포 개막식 날 “2013년 오송화장품·뷰티세계박람회를 계기로 K-beauty라는 한류문화를 선도했듯이 유기농엑스포를 계기로 K-organic이라는 또 다른 문화를 창조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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