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인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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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인격이다
  • 충청리뷰
  • 승인 2015.09.22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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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백년대계/ 이동갑 충북교육발전소 정책전문위원

말은 그 사람이다. 말은 인격이다. 필자는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은 신뢰하지는 않는다. 말과 행동이 다르지 않음이 선비의 도리이다. 성서는 사람들은 마음 속에 가득한 것을 말한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실수로 한 말이라는 것은 실수로 나온 속마음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나는 교사로. 말하는 것이 직업이다. 날마다 학생들 앞에서 수업이라는 이름으로 가르친다. 수업 속에서 학생들이 집중하고 즐겁게 공부하면 마음이 뿌듯해지고 보람은 커진다. 하지만 학생들이 유난히 문제행동을 많이 하고 떠들고 수업을 방해하는 날은 마음이 무너지고 자존감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이런 날은 대개의 경우 수업 준비가 부족했거나 다른 일로 마음을 빼앗겨 여유가 없는 까닭이다. 즉, 원인의 제공자가 학생들이라기보다는 교사인 나 자신일 경우가 더 많다. 그 결과 교사인 내가 문제행동을 하면서 그 원인을 학생들에게서 찾으려고 하는 내 모습을 나중에 발견한다.

교사로 살면서 강의(수업)를 하는 것은 내 존재의 이유이자 증명이다. 예술가가 역사에 남는 걸작을 열망하듯이 내 강의가 명 강의가 되기를 추구한다. 하지만 내 강의가 매번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좋은 강의를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강의 내용에 대한 준비 외에도 강의를 유의미하고 생동감 있게 만들기 위한 훈련이 요구된다. 이는 강의를 듣는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이 직업에 대한 의무이다.

좋은 강의를 위해 가장 기본적인 것은 강의의 내용 못지않게 그 것을 전달하는 강사의 목소리와 태도를 훈련하는 것이다. 목소리의 색깔이 너무 건조하거나 날카롭지 않아야 한다. 쇳소리처럼 끓어오르거나 너무 큰 소리로 시종일관 강의를 하는 것은 청중에 대한 폭력이다. 너무 작은 목소리도 곤란하다.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의 적절한 크기가 좋다. 무엇보다 듣는 이들에게 편안한 목소리와 적절한 몸동작(제스처)이 강의를 살린다. 책을 읽는 것처럼 해서는 안 된다. 청중은 잠이 들 것이다. 청중이 집중하지 못하는 것은 그들의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본당 신부님이 강론을 하시는데 앞에 앉은 두 분 할머니 중 한 분이 졸고 있었다.

“할머니 혼자만 천당 가실 생각하지 말고 좀 깨워요”

“재우긴 지가 재워놓고 왜 나한테 화를 내고 지랄이야!”

할머니가 조는 것을 믿음의 부족이나 마귀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식당을 찾는 손님들에게 자신의 요리를 몰라준다고 탓을 하기 보다는 맛을 개선하는 것이 요리사의 몫이다. 지도자가 되려는 이는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연설 혹은 스피치 역량이다. 좋은 스피치를 하기 위해서는 좋은 글을 쓸 때처럼 독서와 공부가 기초가 된다. 까마귀가 온갖 새들의 깃털을 하나씩 빌려오지만 까악 하는 울음소리 한 번으로 정체가 탄로가 난다. 깊이가 없는 강의는 생명이 짧다.

좋은 강의를 위해서는 인문학적 기초 체력이 기본이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경험과 의견을 유머와 감동으로 적절하게 배치하여 청중의 가슴 속, 영혼 깊은 곳으로 파고 들어야 한다. 좋은 스피치의 가장 기본은 시간을 지키는 것이다. 많은 토론과 학회에서 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장면을 만나면 당황스럽다. 한 사람이 시간을 어겨 더 많은 분량을 사용하게 되면 전체적인 일정에 지장을 주게 되기에 주어진 분량의 시간을 지키는 것이 발표자, 토론자의 가장 기본적인 자세이다. 부득이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보다 더 사용해야 할 경우 사회자와 청중의 허락을 얻어야 한다.

시간을 지키는 것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주장을 선명하게 쉽게 짧게 설명하고 전달하는 일이다. 좋은 강의의 마지막 조건은 내용을 넘어서는 공감과 울림이다. 강의실을 나서면서 성찰과 실천을 불러오는 강의가 진짜 좋은 강의다. 논어에서는 “더불어 말하지 않을 사람과 말함은 말을 잃음이요, 더불어 말할 사람과 말하지 않음은 사람을 잃음이라”고 했다. 필요한 말을 필요한 분량만큼 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조금 부족한 것이 넘치는 것 보다는 낳다. 지난번에 못한 말을 다시 하는 것이 지난 번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을 덜어내는 것 보다 더 안전하다. 말은 인격이자 그 사람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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