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눈/ 강일구 미디어 블로그 ‘고함20’ 기자

▲ ‘대학생은 어떻게 채무자가 되는가?’라는 주제의 세미나에서 천주희씨가 발표하고 있다.

15명 남짓한 청년들이 서울시 대방동에 위치한 ‘무중력 지대(서울시에서 청년 사업의 일환으로 만든 공간)’에 모였다. 몇몇 청년은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다른 몇몇은 진보정당의 당원 또는 대학생이다. 사람들 간의 인사는 별로 없었다. 서로가 별로 친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약간은 진보적일 것 같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그들 모두가 대학 시절 빌렸던, 그리고 아직도 갚지 못해 현재도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학자금대출에 관한 세미나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 온 것이다.

이 날 세미나의 강사는 대학생 때부터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학자금대출을 꾸준히 받아왔고, 현재는 1,200만 원에 달하는 채무를 갖고 있는 대학원생 천주희씨다. 서울에 있는 4년제 사립대학에 진학한 뒤 부모님으로부터 1,000만 원을 받고 독립을 한 천주희씨는 대학을 다니면서 학자금대출 문제가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부모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생활을 하게 된 한 청년이 대학을 다니면서 어떻게 ‘빚의 늪’에 빠졌는지 밝혀내고자 대학원의 논문 주제로 선택했다고 한다. 대학생 채무자의 당사자 이면서 이 문제에 관하여 연구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독립한 대학생 = 대학생 채무자

천주희 씨는 자신의 대학 생활 이야기를 하면서 강연을 시작했다.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 그리고 2년 동안의 대학원 과정을 홀로 꾸려나간 대학생은 채무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부모님으로 받은 1,000만 원으로 1학년을 마치고 등록금을 낸 뒤 바로 다음 학기에 낼 돈이 없어 휴학을 해야 했고, 이모집에서 나와 독립을 하려고 할 때도 보증금으로 쓸 돈이 없어 일을 해야 했다. 당시 학부생 시절을 회상하면서 “열심히 돈을 모은 시간들을 ‘성실’하다라는 말로 포장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부모로부터 도움을 받지 않는 한 청년에게 300만원이 넘는 매 학기 등록금과 주거비 그리고 고등교육비(교통비, 교제비, 문화비, 식비 등)를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천 씨는 학자금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학생으로서 버는 돈은 제한 되어있고, 공부는 해야 하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렇다면 현재의 학자금 대출이 오늘날의 대학생들에게 빛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동아줄이 되고 있을까. 아쉽지만 천 씨의 이야기에 의하면 현재의 학자금대출 제도는 학생들을 잠시 구해주었다가 다시 빚의 늪으로 밀어 넣고 있는 역할과도 같다고 한다.

학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은 집안 ‘경제사정이 좋지 못하면서 좋은 신용’을 갖고 있는 가정의 학생들에게만 대출을 해준다는 것이었다. 연이율 2.7%의 (변동)금리로. 이것은 가난한 집에 더 큰 부담을 주는 결과를 낳고 있고, 학자금 대출로 인해 가난한 가정의 학생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 또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대학생들이 학자금을 차곡차곡 갚지 못하면 학자금 대출을 더 이상 못 받게 될 상황이 와서 결국 대출을 해주는 금융기관으로 가서 돈을 빌리는 방법만 남게 된다. 그래서 집으로부터 재정적으로 독립한 대학생 혹은 가정형편이 좋지 못한 대학생들은 채무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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