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 육성준 사진부장

▲ 육성준 사진부장

보통 달동네는 산위에 있다 보니 전망이 좋다. 대표적인 곳이 청주시 수동(수암골)인데, 이곳은 이제 원주민보다 우후죽순 올라온 카페가 더 눈에 띈다. 거기에 드라마 촬영장소까지 더해 관광객들이 몰려와 마을 골목길을 돌고 조망권 좋은 카페에서 차 한잔을 마시는 코스로 정평이 나있다.

또 다른 달동네는 모충동에 있는 대성주택이다. 마을 앞으로는 무심천이 펼쳐진 동시에 남주동과 성안길 등 청주 시내를 한 눈에 내다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의 역사는 195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확한 문헌정보는 없지만 구전에 의하면 이곳이 한국전쟁 당시 포로수용소 터였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담없는 집들이 바둑판처럼 80채가 붙어있다.

그런데 이렇게 현대의 굴곡진 역사를 담고 있는 마을이 곧 사라지게 된다. 주거환경개선지구로 선정돼 매년 6월 이후로는 마을을 볼 수 없게 되었다. 현재 보상을 받고 떠난 사람도 있고 턱없는 보상가에 여전히 남아 있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오랫동안 이 동네를 살펴봤다. 틈나는 대로 마을을 찾아가 골목 안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고 그 사연을 지면에 옮겼다. 삶의 이야기는 평범했지만 앵글에 비쳐진 그림은 희소가치가 있었다. ‘한 여름 고무대야에서 목욕을 하는 아이들’, ‘집 거위를 운동시키는 아저씨’까지 21세기 현재 우리 주거환경에서 펼쳐지는 풍경이라 할 수 없는 귀한 모습이었다.

예전의 회사가 청주시 문화동에 있을 때가 생각난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순식간에 사라진 단골식당이며 추억이 서린 가게 등을 철거가 된 뒤에야 비로소 사진에 담았다. 옛 문화동 풍경을 코앞에 두고 놓치게 된 꼴이다.

▲ ‘한 여름 고무대야에서 목욕을 하는 아이들’, ‘집 거위를 운동시키는 아저씨’까지 모충동 대성주택의 그림은 희소가치가 있었다.

‘남는 건 사진 밖에 없다’는 말이 떠오른다. 지난 문화동 사례처럼 아예 없어지기 전에 직업사진가로서 또 한 번의 실수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대성주택 사람들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아야 하겠다는 책임감이 앞섰다.

근현대의 역사까지 올바르게 기술하지 않는 상황에서 나 같은 소시민이 할 수 있는 일은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이야기가 결국 우리의 소중한 역사임을 알리는 것이다. 비록 많이 이들이 마을을 떠났지만 그나마 남아 있을 때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또 다시 집중하고 작업을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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