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 안에서 종교의 역할은 무엇인가? 그리고 종교인들은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가? 현실 속에서 벌어지는 종교간의 보이지 않는 전쟁, 교파간의 분열과 갈등들 그리고 교세 확장을 위한 부도덕한 행태들을 보며 누구를 위한 종교이고 무엇을 위한 종교인가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누구를 위한 종교인가? 예수님이나 부처님이나 사회적 약자들과 고통받는 이들의 편에서 운명을 함께하고 십자가상에 죽어가신 분들임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예수님은 마지막 심판날에 “굶주린 이에게 먹을 것을 주었는가? 목마른 이에게 마실 것을 주었는가? 헐벗은 이에게 입을 것을 주었는가? 병든이를 돌보아 주었는가? 나그네 된 사람을 따뜻하게 맞이했는가? 감옥에 갇힌 이를 찾아주었는가?” 이것이 우리의 삶을 심판할 것이라고 말씀했습니다. 결국 종교인들이 일생 걸어야 할 길이 이 심판날을 향해 가는 것이라면 예수님의 말씀을 자기 삶으로 수용해야 마땅한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종교의 모습 속에서는 예수님의 가르침보다는 권력과 자본의 우상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 국민들로부터 가장 불신을 받는 집단이 국회의원들이라고 합니다. 이들중 종교인이 무려 75.8%입니다. 16대 국회의원 273명중 207명이 종교를 가지고 있는데, 천주교 신자가 69명(25.3%), 개신교 신자가 108명(39.6%), 불교 신자가 30명(11%)입니다. 종교를 가진 국회의원들의 비율은 전체 국민에 비해 매우 높다는 사실에 주목해봅니다. 특히 천주교와 개신교 국회의원이 65%를 차지하니 정치인 중에 기독교인이 참으로 많습니다. 그러나 한국정치의 현주소는 어떻습니까? 정치 냉소주의와 불신, 절망감으로 어떤 기대도 가질 수 없는 극한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종교를 가졌다고 더 나을 것도 없고, 더 도덕적이지도 못하고, 더 상식적이지 못하다면 오히려 종교는 사회의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을 하고 있지 않는가 곰곰히 따져볼 일입니다.
무엇을 위한 종교인가? 생각해야 합니다. 종교의 기능을 크게 세가지로 구분한다면 하나는 영적인 기능입니다. 신과 인간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신의 말씀을 듣고 배우고, 신께 대한 믿음과 희망과 사랑을 통해 초월적 삶을 추구해가는 것이 영적인 기능입니다. 다른 하나는 봉사적 기능입니다. 종교는 종교 자체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위한 봉사자로서 존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약한 이들,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나눔과 섬김의 길을 걷는 것이 봉사자로서의 종교적 역할입니다. 마지막으로 종교는 사회적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불의와 억압으로 고통당하는 이들에 대한 인권운동, 사회의 부정부패 타파와 사회정의 실현,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불의한 법과 제도(가령, 사형제도) 개선, 부익부빈익빈과 같은 경제적 불평등 해소, 농민과 노동자, 서민들의 민중 생존권 권익운동을 전개함으로서 종교가 사회적 책임성으로 적극 투신하는 것이 종교의 사회적 기능이라고 합니다.
오늘날 한국 종교는 위 세가지 기능 중 유독 영적인 기능에 머물고 있지 않은가 반성해봅니다. 종교가 어두운 세상의 빛이 되지 못하고, 타락한 세상의 소금이 되지 못한다면 마하트마 간디의 뼈아픈 쓴소리는 진실일 수 밖에 없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믿을 수 있지만, 그리스도 신자들은 믿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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