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영 주몽승마장 대표

빼곡이 들어찬 소나무가 일품이었던 오창의 한 작은 야산이 지난 5월 민둥산으로 변했다. 그러더니 곧 중장비가 금방 산 하나를 없애버렸다. 청원 생명 쌀 단지가 무색 할 정도로 오창지역 전체가 개발 중이다. 농지법에 의해 농업진흥구역으로 개발이 제한 된 곳 외에는 관리지역 대부분마다 공장이 들어서고 있다. 물론 대한민국 토지법은 공유개념이 아닌 소유를 우선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사유지를 개발하는데 감놔라 배놔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도농지역에서 숨통 역할을 하는 녹음 짙은 산 하나를 헐어내고 개인의 사욕을 채우기 위한 개발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과연 옳은가 의문이다.

나는 이곳에서 승마장을 운영하고 있다. 개발지역과 경계선에 위치한 마구간에는 말들이 놀라 날뛰며 벽을 차기 일쑤다. 승마장에서 사람을 태우고 있던 말이 머리를 흔들며 엉덩이를 들어올린다. 쇠 깍는 소리에 놀란 것인지, 아니면 흙먼지에 숨쉬기가 곤란해 발작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 순간에도 굴삭기의 기계음 소리와 함께 판넬 자르는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도로엔 산을 허물어 낸 흙을 퍼내는 덤프들이 급하게 먼지를 일으키며 달리고 있다. 그러나 일당제가 아닌 도급제인 덤프기사들은 그것을 신경 쓸 수 없다. 일당을 채우는데 교통법규는 사치스런 용어들이다. 하루 몇 번을 운행하느냐에 따라 그들의 수입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스팔트 도로는 자동차가 지날 때마다 공사장에서 묻어나와 쌓인 흙부스러기가 연막탄을 터트린 것처럼 뿌연 흙 연기를 피운다.

오창읍 석우리 개발 현장 주변 모습이다. 사람들은 설왕설래 했다. “전원주택이 들어온대.” “마을에 다 늙은 노인들만 남아 있는데 잘 됐지.” 모두 이런 식으로 대화를 나누며 벌목 현장을 바라보았다. 또 어떤 사람은 “ 오창 톨게이트 옆 휑한 창고와 같은 건물하나 짓는 건 아닌지 모르지?” “ 아이고 그만들 둬. 저 정도 넓은 땅을 밀고 개발을 할 때는 우리들 동의를 얻어야 하니까 설명회를 할 거야. 기다려 보자고.” 그러나 산 하나가 없어지고 지도가 바뀌어도 그런 것은 없었다. 매일 중장비가 들어와 땅을 파고 깎아 낸 산 아래에 돌담을 쌓기 바빴다. 그리고 주민들의 바람과는 달리 거대한 철골조가 세워졌다.

공사 현장에서 백인하나가 오백년 전에 고함지르던 소리가 메아리처럼 들려온다. 대서양을 건넌 콜롬부스가 아메리카를 발견했다고 소리치던 목소리다. 그의 외침에 따라 영국에서 문명인들이 신대륙이란 곳으로 배를 타고 건너왔다. 그리고 주인 없는 땅이라며 이곳은 네 땅, 저곳은 내 땅이라며 나누어 가졌다. 그러나 그 곳엔 오래 전부터 살아왔던 인디언, 즉 원주민이 있었다. 그들은 소유를 몰랐다. 그저 필요에 따라 농사를 지으면 그만이었다. 영국신사들은 그런 원주민이 거추장스러웠다. 보이는 대로 피스톤 방아쇠를 당겼다. 그 후 인디언은 역사 책 속에 남아있는 종족이 되었다. 주민들에게 단 한마디의 설명도 없이 사유 재산 보호라는 미명 아래 개발이 행해지고 있는 오늘 오창 석우리의 모습이다.

동네 사람들이 화가 나서 관련부처를 찾았다. 왜 설명회를 안했냐고 물었다. 담당자는 4m 도로가 있으면 개발을 막을 특별한 이유가 없단다. 더욱이 주민 설명회는 권고 사항이기 때문에 굳이 요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는 사이 산 하나가 없어진 자리에 큰 공장 한 동이 우뚝 섰다. 앞으로 몇 동의 공장이 들어설지 예측 할 수 없다. 개인 정보이기 때문에 담당자는 알려 줄 수 없단다. 초록색으로 표시 되었던 숲 대신 공장지대가 표시 되어있었다.

조물주가 만든 지도를 바꾼 관련부처와 개발업자가 하느님보다 힘이 세다. 이제 천지를 창조했다는 하나님을 닮았다며 걸어놓은 예수 초상 대신 저들의 사진 한 장을 걸어놓고 매일 기도를 해야겠다. 그래야 화가 난 조물주가 감히 범접하지 못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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