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생각한다/ 유영경 여성발전센터 소장

▲ 유영경 여성발전센터 소장

얼마 전 여러 사람이 함께 중국 음식점에서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손님 앞에 음식을 놓을 때 계속 남자 다음으로 여자 손님 앞에 음식을 놓는 것이었다. 차라리 앉은 순서대로 음식을 놓아주면 될 것을 그렇게 하는 특별한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여기에서는 언제나 남자 손님한테 먼저 음식을 드리나봐요?’라고 말했더니, 얼른 내 앞자리에 음식을 놓아주었다.

어떻게 보면 매우 사소한 것이고, 아무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오히려 이렇게 말하는 내가 ‘까칠한’ 손님일지도 모른다. 만약 내가 남자라면 이런 사소한 일에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았을 텐데, 여자인 나한테는 즉시 불편함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평소 성차별에 대한 인식의 결과이며, 이에 대한 감수성이 작동하는 것이다.

이러한 불편함을 제기하면 내가 ‘여성발전센터 소장’이기 때문이라는 수식어가 동반하다. 그러면서 이제는 여성만 발전할 것이 아니라 ‘남성도 발전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반문하는 남성분들이 많다. 그런데 이것은 여성발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의 결과이다.

여기에서 발전은 개발을 뜻하는데, 경제중심으로 국가를 살펴볼 때,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 대한 국가 간의 협력에서 개발도상국은 이제 그만 지원하고, 선진국을 지원해야 한다는 말과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올 7월부터 ‘양성평등기본법’의 시행으로 여성정책의 패러다임이 ‘여성발전’에서 ‘실질적 양성평등 실현’으로 전환되면서 이런 오해도 없어질 것으로 여겨진다.그동안 ‘여성발전기본법’은 20여년 동안 여성정책의 법적 근거로서 여성의 능력개발과 권익증진 등 여성 지위향상에 기여하여 왔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이후 UN을 중심으로 세계의 여성정책의 흐름이 여성중심에서 젠더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정책의 시작부터 개발과정에 성(젠더)관점을 통합하는 성 주류화 전략이 중요하게 자리 잡게 되었다. 그리고 이 같은 관점을 ‘성인지적 관점’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그동안 우리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성별영향분석평가, 성인지 예산, 성별 분리통계 생산 등의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하고 시행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편에서는 여성정책에서 사용하는 용어들이 너무 어렵다는 불만과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 또한 익숙하지 않은 낯설음의 영향이니 감수할 사항이다. 다만 국민들에게는 용어의 쉽고 어려움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책시행의 결과로서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가 중요할 뿐이다.

이번 ‘여성발전기본법’에서 목적이 ‘남녀평등촉진과 여성발전도모’에서 양성의 동등한 참여와 대우를 받고 모든 영역에서 평등한 책임과 권리를 공유하는 ‘실질적 양성평등의 실현’으로 전환한 것이 법 개정의 주요한 특성이다. 이 법에서는 양성평등을 ‘성별에 따른 차별, 편견, 비하 및 폭력 없이 인권을 동등하게 보장하게 보장받고 모든 영역에 동등하게 참여하고 대우 받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래서 올 하반기부터 각 지방자치단체는 「양성평등기본법」에 의거한 ‘조례’를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양성평등기본법」의 시행은 우리나라가 양성평등한 사회로 도약하고자 하는 튼튼한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이 법에 의거하여 ‘실질적인 양성평등’이 꼭 이루어지도록 염원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이후에는 여성이라서, 남성이라서 차별받는다는 말은 어디에서도 듣거나 볼 수 없기를 바라며, 한걸음 더 나아가 ‘양성평등’에서 ‘성평등’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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