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 김남균 취재1팀 기자

▲ 김남균 취재1팀 기자

영화 베테랑이 화제다. 이미 1000만 관객을 넘었고 어디까지 관객을 동원할지가 관심사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던 배우 황정민의 말은 명대사로 남았고 비정한 재벌 2세에 대한 복수는 통쾌한 카타르시스로 남았다. 영화 속 재벌과 돈 앞에 무기력한 사법·행정권력의 모습도 국민들에겐 생소한 일도 아니고 특히 재벌2세의 화물 노동자에 대한 폭행 또한 사실 새로운 일도 아니었다.

이 영화의 모티브로 알려진 사건은 과거에 발생한 국내 모 재벌가 소속 최 모 전 M&M 대표의 이른바 ‘맷 값’ 폭행사건이다.

2010년 최 모 전 대표는 화물차 운전사인 유 모 씨를 구타한 뒤 ‘맷 값’이라며 2000만원의 수표를 던져주었다.

폭행을 당한 유 씨는 화물연대 간부로 울산지부 탱크로리 지부장을 맡았다. 맷값 폭행이 있기 전 유 씨가 다니던 회사는 M&M으로 인수됐다. 이 과정에서 유 씨만 고용승계에서 제외됐다.

노조활동에 대한 보복이라고 생각한 유 씨는 대기업 원청 업체 앞에서 차량시위를 진행하며 항의했다. 유 씨가 시위를 벌이자 해당 대기업은 M&M에 사태해결을 요구했다. 그가 협상을 위해 사무실에 들어가자 M&M 직원들이 무릎을 꿇으라고 요구했다. 이때 당시 M&M 대표였던 최 씨가 등장했고 유 씨의 가슴을 발로 차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이것도 모자라 최 씨는 한 대에 100만원이라며 야구 방망이로 유 씨를 폭행했다. 열 대 이후에는 한 대에 300만원이라며 세 대를 더 폭행한 뒤에 영화 장면처럼 두루마리 휴지를 유 씨의 입에 물리고 주먹으로 얼굴을 폭행했다.

당시 M&M과 최 씨는 천인공노할 폭행을 행사하고도 오히려 당당한 입장을 보였다. 당시 이 사건을 보도된 공중파 프로그램에는 M&M 직원들이 “유 씨가 돈을 더 받기 위해 맞은 부분이 있다. 쉽게 말해서 파이트머니다”라고 말하는 장면도 있었다.

M&M측과 최 씨는 폭행이후에 5000만원과 2000만이 적혀있는 서류를 제시하고 유 씨에게 서명을 강제했다. 이들은 나중에 5000만원에 대해서는 유 씨가 소유한 탱크로리 값이라고 하고 수표로 준 2000만원에 대해서는 ‘맷 값’이라고 했다.

이후 최 씨의 범행이 알려지자 검찰은 그를 ‘집단 흉기 등 상해’ 죄로 불구속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최 씨에 대해 “피고인은 군대에서 ‘빠따’ 정도의 훈육이었다고 주장하지만 피해자는 58년 생으로 최 씨보다 11살이나 많은 점 등을 고려할 때 훈육을 받을 지위에 있다고 보기는 매우 부적절해 보인다”며 “범행에 야구방망이와 같은 위험한 수단을 이용했고 우월적 지위와 보안팀 직원 등 다수인을 대동해 사적 보복에 나선 점 등을 고려할 때 피해에 대한 책임이 무겁다”며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실형이 선고되자 최 씨는 항소 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피투성이가 된 황정민이 “그 ×× 싸움 ×나게 잘해”라며 영화는 끝났다. 그러나 한편 씁쓸하다. 현실에선 부도덕한 재벌2세에 대한 사법심판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영화도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사적보복으로 끝났다. 그리고 오늘 국내 모 대기업 물류를 담당하는 화물노동자들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파업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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