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백년대계/ 이동갑 충북교육발전소 정책전문위원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9월 4일, 조희연 교육감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내림으로써 교육감 직을 유지하게 하였다. 재판부는 ‘조 교육감이 잘못을 저지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교육감 직을 박탈할 정도는 아니다’라는 취지의 판단을 하였다. 아직 대법원의 판결이 남아 있지만 조희연 교육감 측에서는 한 숨 돌리게 되었다.

이번 판결로서 1심 판결 이후 급격히 동력을 상실한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리더십이 회복되고 그의 혁신정책들이 다시 탄력을 받아 추진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조직은 느슨해지고 서울시민들과 약속한 개혁적인 정책들은 표류하였다. 일부 언론은 이를 빌미로 교육감 직선제의 폐해를 들먹인다. 같은 논리라면 대통령도 직선제가 아니라 체육관에서 뽑고 국회의원도 임명직으로 하자는 곳까지 거슬러 올라갈까 두렵다.

그 동안 교육감의 재판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누구인가? 바로 학생들이다. 교사들과 학부모들이다. ‘무단횡단에 무기징역’격이라던 비난을 받던 1심 판결에서 교육감 직 박탈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면한 것이지만 아직도 그를 끌어내리려는 집요한 손길들을 느낀다. 그들이 최종적으로 원하는 것은 서울교육의 정의로운 실천일까?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사법부가 선거에 의해 선출된 지역 교육의 수장뿐만 아니라 대통령마저도 그 권한을 정지(헌법재판소에 의한 탄핵소추) 할 수 있는 우리의 사법 체계는 ‘뜨거운 얼음’처럼 형용 모순이 가득하다.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면서 사법부로의 진입 장벽에 ‘부모의 경제력’이라는 큰 장애물 하나가 작동되는 우리 시대에, 가난하고 소외받는 이들의 눈물을 닦아 줄 판결이 줄어들지는 않을지 미래가 걱정스럽다. 교육에 비전문가인 법관들이 교육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판결을 내리는 것에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2013년 기준으로 법관 1인당 판결 횟수는 579회라고 하니 과연 충분한 연구와 고심이 깃든 판결이 내려질 수 있을지 염려한다.)

우리 지역 충북에서도 교육수장인 교육감이 지난 1년 이상을 재판과 함께 보내고 있다. 두 건의 대법 판결 중 하나인 사전선거운동 건이 9월 10일 대법 판결을 앞두고 있다. (해방 이후 처음으로 보수에서 진보로 교육 권력이 교체 된 충북이지만 아직도 이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혹은 끌어내리려는 집요한 시도가 안쓰럽다.) 초임 교육감으로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45%의 득표를 얻어 당선 된 김병우 교육감의 2위 후보와의 득표 차는 무려 15%에 이른다. 김병우 교육감에게 잘못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 잘못의 크기가 교육감 직이라는 무거운 직을 박탈할 만큼 크지는 않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이러한 충북도민의 상식과 열망에 부합하는 판결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

“꼬리가 돼지를 흔드는 격”이라는 말이 있다. 본말이 전도되고 우선순위가 바뀐 것을 우스갯소리로 이르는 말이다. 조희연 교육감의 판결에서도 ‘잘못의 정도가 당락에 영향을 미칠 만큼 큰 것이 아니다’라는 점이 참작되었듯이 충북에도 이러한 판례가 적용되기를 희망한다. 조교육감의 말처럼 “지난 9개월 재판 과정에서 많은 분들에게 빚을 졌으며, 이 많은 마음의 빚을 서울 교육에 대한 헌신으로 보답하겠다”는 결심을 김병우 교육감도 실천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한 가지 더 바라는 것은 ‘마음의 빚을 지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원망과 서운함이 아니라 나를 단련시키고 성장시켜 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배움의 자세로 자신을 낮추기를 권한다.

‘본디 하늘이 사람을 쓰고자 할 때 시험하고 단련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 전국에서 유일하게 두 건의 선거 재판으로 대법 판결을 앞두고 있는 김병우 교육감과 충북 교육청은 그 출발과 시작에 비해 가장 많은 성장과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나그네가 길을 가는데 원숭이가 나무에서 야자 나무를 던졌다. 화를 내며 욕설을 하고 돌을 집어 던지는 첫 번째 사람에 비해, 두 번째 사람은 머리에 맞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즙은 마시고, 속은 파 먹고, 껍질은 바가지로 썼다. 실패에서 배우고 시행착오를 통해 더욱 성장하는 충북 교육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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