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오송국제바이오엑스포’ 이후 한방바이오엑스포, 화장품·뷰티박람회 개최
했다 하면 몇 백억원씩 투입···행사이후 과학적 평가와 개선방안 마련 절실

▲ 충북도는 2013년 화장품·뷰티산업 육성을 위해 ‘2013 오송화장품·뷰티세계박람회’를 열었다. 267억원의 예산이 들어갔고 118만여명이 다녀갔다고 발표했다.

가을은 행사의 계절이다. 지역축제와 정부에서 승인받은 국제행사까지 합치면 몇 백개가 된다. 지금 충북도청에 가보면 출입문마다 행사 포스터가 빼곡하게 붙어있다. 올 가을 들어 괴산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 오송화장품·뷰티산업엑스포,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중국유학생페스티벌, 솔라페스티벌 등이 열린다.

국제행사는 지자체가 주력산업으로 꼽는 주제를 내세워 대규모로 열린다. 행사기간이 길고 몇 백억원의 예산을 쓰는 게 보통이다. 많은 예산이 들어간 국제행사는 일회성 행사가 아니다. 지자체는 행사 후 이를 산업화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행사 후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럼 최근 열린 충북의 국제행사들은 어떤 것이 있는가. 그리고 무엇을 남겼는가.

 

충북의 국제행사 뜯어보기
바이오분야 행사들

지난 2013년 이후 충북에서 선보인 국제행사는 오송화장품·뷰티세계박람회, 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등이다. 그리고 올해와 내년에 괴산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 직지!코리아, 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대회 등이 열린다. 국제행사는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국비를 받을 수 있다. 정부는 행사 난립을 막기 위해 전보다 꼼꼼하게 필요여부를 따지고 까다롭게 평가하고 있어 국제행사 승인도 쉽지 않다.

충북도는 지난 2002년부터 ‘바이오 충북’을 부르짖었다. 최초의 대규모 행사는 2002년 오송국제바이오엑스포 였다. 이후 제천시는 2010년 한방을 특화한 제천국제한방바이오엑스포를 열었다. 그러다가 2013년 오송화장품·뷰티세계박람회, 2014년 오송국제바이오엑스포가 이어졌고, 올해는 오송화장품·뷰티산업엑스포가 기다리고 있다. 다만 올해 열리는 오송화장품·뷰티산업엑스포는 국제행사가 아니다.

충북도에 따르면 2002 오송국제바이오엑스포 예산은 95억원, 제천국제한방바이오엑스포는 285억원, 오송화장품·뷰티세계박람회 267억원, 2014 오송국제바이오엑스포는 247억원이 들어갔다. 2002년 행사를 빼고는 모두 200억원이 넘었다. 충북도 관계자는 “2002년 행사는 생소한 바이오의 세계를 대중들에게 알렸고, 제천한방바이오엑스포는 한방의 과학화·산업화를 꾀하고 제천이 한방산업도시로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 오송화장품·뷰티박람회는 충북에서 화장품·뷰티산업을 일으키는 신호탄이 됐다”고 말했다.

제천시는 오는 2017년 두 번째 한방바이오엑스포를 연다. 2010년 엑스포 이후 2011년부터는 규모가 작은 제천한방바이오박람회를 해오고 있다. 제천시는 “제천은 한방의 도시다. 엑스포 이후 약초시장, 우수한약재 유통지원시설, 제천한방바이오클러스터, 한방천연물센터 등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한방의료관광 사업 등을 추진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명대부속 제천한방병원 외에 이름난 한의원은 별로 없는 편. 전국에서 몰려 올 정도의 명의들이 즐비한 한의원거리같은 사업도 필요하다는 여론들이다.
 

화장품·뷰티산업 육성에도 많은 예산 투입

오송화장품·뷰티세계박람회는 충북이 2013년 전국 화장품제조업체 수 전국 4위, 생산량 전국 2위라는 사실과 기능성 화장품이 바이오분야라는 점에서 시작됐다. 박람회 기간 동안 844건 631억원의 계약을 체결했고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가 화장품 2위 기업인 LG그룹과 함께 화장품·뷰티산업으로 집중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박람회 이후 도는 화장품뷰티산업진흥계획을 수립해 조례 제정, 산업단지 조성, 전시상담관 설치, K-뷰티 테마거리 조성, 전문인력 양성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충북에 소재한 업체들이 대부분 영세하고,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가 없으며 전문인력 유치가 어려운 점,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둔화 등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화장품·뷰티 관련 대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만큼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시설을 확충하는 것과 별개로 관련업체는 품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산업단지를 만들고 거리를 조성해도 품질이 좋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한다”며 기업체의 역할을 강조했다.

바이오는 충북도에서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자하는 분야다. 그렇지만 행사 예산으로 이렇게 많은 돈을 쓰고 특별한 성과를 거뒀는지는 미지수다. 충북도는 외부기관에 과학적인 평가를 의뢰하고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나 현재까지 한 적이 없다. 또 감시단체인 시민단체는 이를 전문적으로 평가할 전문가가 없어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계획서 잘 만들어 정부에서 국제행사 승인을 받은 뒤 부터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행사비를 유용하거나 횡령하는 등의 사고를 치지 않으면 문제삼는 기관이 없다”는 게 한 공무원 말이다.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국제행사에 대해 차제에 종합적인 평가와 함께 개선방안 마련이 절실히 필요하다.
 

▲ 충북도 행정자료실에 남아있는 백서 몇 권. 행사 조직위원회가 해체되면 자료까지 사라지는 게 문제다.

행사 하고 나면 끝, 버려지는 자료들
충북도 행정자료실에 백서 몇 권 보관이 전부···팸플릿·리플렛은 볼 수 없어

 

과거 행사 자료를 보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 대규모 행사인 경우는 행사가 끝난 뒤 백서를 발간한다. 백서에는 모든 자료가 들어있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준다. 그러나 일반 사람들은 이 백서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물어물어 찾아보니 충북도청 행정자료실에 있었다. 하지만 백서 일부만, 그것도 한 권씩만 있어 누가 빌려가면 다른 사람은 볼 수도 없는 상황이다.

또 백서 이외에 행사 팸플릿이나 리플렛도 필요하나 아무도 보관하지 않는다. 행사 시작 단계에서 구성되는 조직위원회는 행사 끝나면 해체된다. 조직위원회가 해체되면서 각종 자료도 없어지는 것이다. 행사 관련 부서가 있지만 자료를 모아두지 않기 때문에 구할 수가 없다. 한 시민은 “자료를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동시에 자료실에도 보관해 여러 사람이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자료는 귀중한 역사”라고 한마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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