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공대 출신 인터닉스 고성종 대표
크기·무게 획기적으로 줄인 신제품 개발

“제가 개선시킨 개선형 LED 신호등은 함체(函體) 무게가 기존 LED 신호등에 비해 45%나 가볍습니다. 또 빨강 노랑 녹색등에 씌워져 있는 차양, 즉 챙의 길이 역시 기존 신호등은 240mm나 되는 데 반해 제가 개량한 신호등은 100mm에 불과합니다.”

 요즘 청주시내 건널목에 눈에 확 띄는 신호등이 점차 늘고 있다. 기존 전구식 신호등보다 밝기(휘도)가 훨씬 뛰어난 LED 신호등이 속속 설치되고 있는 것이다. 이 LED(발광 다이오드) 방식 신호등은 국가 연구기관에서 개발, 민간부문에 기술을 공개함으로써 전국의 교차로마다 빠르게 기존 전구식 신호등을 대체해 나가고 있다. 청주만 해도 LED 신호등을 제작,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청에 납품하는 업체가 서너 곳에 달할 정도로 새로운 교통신호체계의 총아로 떠오르고 있다.

사무실 겸 연구실에 파묻힌 고성종 대표 그런데 청주에 소재한 ‘인터닉스’ 회사가 새로 개발된 LED 신호등의 단점을 자체 기술로 극복, 훨씬 뛰어난 개량형 LED 신호등을 선보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러나 소문을 듣고 처음 찾아간 회사는 아직 제대로 된 간판하나 걸려 있지 않았다. 좁은 사무실과 그의 실험실이 전부였다. 그가 개발해 낸 개선형 LED 신호등이 여기저기 놓여 있지 않았더라면 소문이 허황된 것으로 치부해서 탓될 것 같지 않을 정도였다. “그래도 LED 신호등을 자체 제작, 청주시내 곳곳에 시공까지 한 실적을 갖고 있는 회사입니다. 청주동부경찰서 앞과 상당공원 네거리, 청주대교, 금천고교 앞 네거리에 설치된 신호등이 저희 회사에서 시공한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구멍가게 수준이죠. 더구나 제가 개량한 ‘개선형 LED 교통신호등’은 뛰어난 기술적 특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직 전국의 자치단체와 경찰청으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고성종 인터닉스 대표(56)는 “평생 엔지니어로 살아온 때문에 사물을 보는 눈이 남보다는 조금 더 치열한 편이어서 기술을 개발하고 향상시키는 연구분야에서는 자신 있다”며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기술이라도 널리 인정받지 못하고 나아가 시장 진출에 성공하지 못하면 그것이 곧 실패 아니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AMK·태일정밀 등에서 근무한 엔지니어 “LED 교통 신호등이 기존의 전구식 신호등의 단점을 크게 개선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LED 신호등에는 여러 단점들이 있습니다. 함체(函體) 및 차양의 구조가 전구식 교통 신호등의 그것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례로 청주를 비롯, 전국 주요도시에 설치되기 시작한 LED 신호등의 경우 신호등의 챙 길이는 240mm나 됩니다. 신호등의 후면부 폭도 220mm나 되고요. 전체 폭이 460mm, 즉 46cm나 되죠. 그러다 보니 녹·적·황색 등 3개가 붙은 1개조의 신호등 무게가 무려 18kg이나 됩니다. 그런데 교차로마다엔 양방향에서 똑같이 볼 수 있도록 신호등을 양쪽에 동시에 설치하는 한편 보조 시설로 한 방향에서만 볼 수 있게 한 보조 신호등 1개조 등 총 3개 조의 신호등이 설치됩니다. 이럴 경우 신호등의 함체 무게는 총 54kg에 달합니다. 신호등의 챙과 후면부가 필요 이상으로 길게 제작·시공되다 보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고 대표는 “쓸 데 없는 부분 때문에 지나치게 무거워진 신호등은 강풍이나 폭설에 그만큼 취약해지고 신호등 기둥과 기둥∼신호등을 지탱하는 연결봉이 웬만한 바람에도 쉽게 휘청거리는 단점이 크다”며 “제가 개발해 낸 개선형 LED 신호등은 챙을 100mm, 후면부는 70mm로 대폭 단축시킨 것으로, 신호등 한 조의 무게가 10kg 밖에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올 3월에 내린 기록적인 폭설로 신호등이 파손된 사례가 많았던 점이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며, 더구나 함체 및 챙을 만드는 폴리 카보네이트를 45%나 절약함으로써 원가절감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3개조의 신호등을 한꺼번에 설치할 경우 무게는 30kg으로 기존 LED신호등의 절반 정도에 불과합니다. 더구나 무게가 가볍다 보니 연결봉의 수명이 길어지고 유지보수 비용이 그만큼 절감되는 효과가 큽니다. 폐기 시 폐기물 발생량도 줄어들고요. 챙이 짧아져 신호등의 시인성이 상대적으로 향상되는 것은 물론이고요.” 고등학교까지 고향인 청주에서 나온 뒤 한양대 전자공학과(67학번)를 나온 고성종 대표는 자신을 “기업 경영에는 문외한인 천상 엔지니어”라고 말했다. 순탄치 않았던 자신의 기술인생을 반추하는 듯한 그의 말투에는 언뜻 공허감이 묻어났다.“기술개발엔 자신 있는데 경영은…”
 “직장생활은 순탄한 편이었어요. 청주에 있던 AMK에서 생산기술 분야 엔지니어로 근무하다가 태일정밀 개발실장(1984∼86년)으로 자리를 옮겼고, 1988년까지는 경기도 수원에 있는 퍼시픽 콘트롤이라는 전자회사에 스카우트돼 잔자사업부 부서장으로서 기술인의 길을 대과없이 밟아나갔습니다.”

 그는 그때 좀더 자중했어야 했다고 했다.서울 올림픽이 있던 1988년 기술인의 신분대신 ‘경영인’으로 변신한 그는 약 5년간 현대전자에 3.5인치 FDD를 납품하고 삼성전기에 비디오 헤드를 생산, 공급하는 등 사업가의 길로 접어들었지만 끝내 쓴 맛을 봤다. “기술을 다루고 개발하는 일은 지금도 자신 있습니다. 그러나 기술개발 실력과 경영은 전혀 다른 차원의 영역인 것 같습니다. 기술은 실력과 정직으로만 승부해도 되는 분야지만 경영은 그렇지 않거든요.”
고 대표는 사업 실패로 인해 밑바닥의 좌절을 맛보기 직전만 해도 주성대에서 강의까지 했던 실력파다.

 “LED 신호등은 소비전력량이 100w정도로 400w인 전구식의 20%에 불과한 반면 사용시간은 전구식(4000시간)의 약 25배인 10만 시간(약 5년)에 이르고 신호등으로서 최고의 중점이 두어져야 할 시인성 역시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우수한 제품으로 전국에 걸쳐 신호등이 모두 LED 방식으로 바뀔 경우 연 1억 7000만 Kw의 전력절약 효과-1개 수력발전소의 발전량-가 기대된다는 연구결과가 에너지관리공단에 의해 나와 있는 상태입니다. 더구나 전구식 처럼 고열로 인한 열화현상 때문에 휘도가 떨어지는 감쇄현상도 없죠. 게다가 자연광이 정면에서 비추거나 안개, 우천시 등 변화무쌍한 일기상태에서도 뛰어난 휘도를 발휘합니다.”

 자신이 개발해 낸 ‘개선형 LED 교통신호등’에 대해 특허를 출원해 놓고 있는 고 대표는 “신기술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와 경찰 당국의 적극적인 인식 형성 및 실험-검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신호등에 제때 전원을 공급하거나 중단하는 전원공급장치(SMPS)까지 자체 기술로 설계, 생산하고 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