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속 세상/ 신중호 우진교통 운전기사

‘불금’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요즈음 시대를 사는 사람치고 이 단어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듯싶다. 불타는 금요일의 약자로 쓰인다. 아마도 주5일 근무가 되면서 금요일이 예전의 토요일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시내버스를 운행하는 나로 서는 그리 좋지만은 않은 요일이다. 이유는 금요일이 되면 차도 많아지고 평소와 달리 막차 시간에 음주 후 승차하는 승객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음주를 하고 승차하는 것을 탓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승차 후 벌어지는 상황이 다양하게 운전자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제일 많이 일어나는 일이 푹~자는 경우, 무얼 먹었는지 확인 해 놓는 경우, 운전면허 강사가 되어 시시콜콜 옆에서 강의하는 경우 등이다. 오늘은 푹 자는 경우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며칠전 금요일 막차를 운행할 때 일이다. 예전의 금요일 보다 손님도 적고 음주한 사람도 적고 해서 기분좋게 마무리를 했다.

거울로 좌석을 살피니 아무도 없다. 혹시 몰라 “다 내리셨죠? 안 내리신분 계세요?” 소리를 질러 봤지만 조용하다. 오늘 하루도 이상 없이 마무리를 했네... 혼자 위로를 하며 차안의 실내등을 소등하고 간판불도 정리하고 언제나처럼 큰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르며 차고지로 운행했다. 얼마쯤 됐을까? 노래를 3~4곡정도 불렀으니까 아마도 약10~15분정도 지난 듯 했다. 등 뒤로 쏴~한 느낌이 들었다. 차안 거울을 살펴보니 캄캄한 차안 통로로 무언가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오싹한 한기가 들면서 식은땀이 흘렀다.

뭐지? 귀신인가? 분명히 아무도 없었는데 ‘누구요!’소리를 질렀다. 대답은 없는데 검은 그림자가 자꾸 다가온다. 차가 운행 중이라서 그런지 술에 취해서 그런지 비틀비틀 다가온다. 비틀거리는걸 보니 귀신은 아니다. 실내등을 켰다. 왠 아가씨가 늘어뜨린 긴 머리로 다가와 말을 건 낸다. “아저씨 잠이 들어서 못 내렸어요!” 좌석버스는 일반버스보다 등받이가 커서 웅크리고 있으면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이 다 내리고 나면 소리를 질러 확인 하는 것인데...

“아가씨 아까 내가 못 내린 사람 있느냐고 소리 질렀는데 못 들었어요?”라고 말하자 미안해서 인지 “네 잠이 들어서요...”라며 기어들어 가는 소리로 대답한다. “여기는 외곽도로 라서 다니는 차도 없고 택시도 없고 어쩌지?”하자 “엄마랑 통화 했어요. 데리러 오신데요”한다. 이 사람이 노래 소리에 깨기는 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상황파악하고 집에 전화 하느라 시간이 흘러간 모양이다. 그나저나 이 아가씨를 어쩐다? 아무리 데리러 온다고 하나 외곽 도로에 혼자 놔두고 갈수도 없고 난감한 상황이 됐다.

아가씨 엄마는 외곽도로로 오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나를 가라고 했지만 차량도 뜸하고 12시를 넘겼는데 외곽도로에 여자 혼자 놔두고 그냥 간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듯싶어 엄마 오는 것만 보고 가겠다고 했다. 잠시 후 엄마가 도착 했다. 나에게 별 말은 없었고 딸에게 “가시나가 술 먹고 버스에서 잠이나 퍼질러 자고 잘한다“며 역정이 대단 하셨다.

이 아가씨는 아마도 집에 갈 때 까지 혼이 났을 것이다. 지난 겨울엔 차고지까지 와서 의자 정리하다 진짜로 푹~주무시는 분을 만나 힘들었다. 여성이라 함부로 흔들어 깨울 수도 없고 경찰차가 와서 깨워 데리고 갈 때까지 기다렸다. 분위기에 취해 과도한 음주를 했을 땐 택시를 이용 하는 것이 좋고 아니면 버스를 탈 땐 누군가 마중을 나와 주었으면 좋겠다. 물론 제일 좋은 건 실수하지 않을 만큼 적당한 음주가 최선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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